한여름밤의 꿈

by 미선씨

나에겐 20년 지기 친구들이 있다.

공부에 치여 초 예민하던 고등학교 때, 연애 생활로 바빴던 대학생활,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 사회 초년병 생활을 함께했던 친구들.
회사 다니면서도 자취하는 친구 집에 모여서 밤새 수다 떨고 맥주 마시고 그랬었는데,
각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점차 만나기 힘들게 되었다.
일 년에 한 번이나 겨우 만났을까,
그나마도 무슨 군사작전처럼 사전 조율해가며 시간에 쫓겨가며 겨우 만나곤 했다.

늘 10년 전, 아무런 다른 고민 없이, 그저 우리끼리 수다 떨고 노닥였던
그런 밤을 다시 보내고 싶었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한 친구는 복직하기 전에 시간을 하루 냈고, 다른 친구도 휴가기간에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왔다.
나도 휴가 중인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퇴근하자마자 달려갔다.

시내 비싼 호텔에 1박을 예약하긴 했는데, 다들 하필 그날이라 수영장은 포기.
라운지와 호텔 조식도 자금여건상 포기. 게다가 방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런들 어떠랴. 오로지 우리끼리만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어쩜, 다들 약속이나 한 듯 팩과 네일 패디팁을 들고 왔다.
10년 전처럼, 예쁘네 잘못 붙였네 어쩌네 수다 떨며 손톱 발톱을 꾸미고
얼굴에 팩을 붙이고 드러누웠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원래 늘 이랬던 것 같은 느낌이다.
저녁 메뉴를 정하고,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밥을 먹고, 돌아오고,
숙소에 들어와 또 노닥노닥. 하염없이 노닥노닥.
너무 편해서,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아서,
외려 오기 전에 너무 좋을 거라 상상한 게 무색할 지경이었다.
맞다. 나는 원래 이렇게 살던 사람이었다.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수다를 떨다 떨다 새벽 3시가 되어 잠들었고, 눈을 뜨니 8시다.
같이 스파에 가서 씻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떠날 시간이 되니까 그제야 현실이 느껴지면서, 실감이 난다.
꿈같은 하룻밤이 끝났다는 걸. 다시 이런 시간을 만들기는 어려울 거라는 걸.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렵게 마련한 시간이라 더 즐거워야 한다는 욕심도 부리지 않았고,
그저 행복한 그 순간을 즐겼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하루였기에 더 소중하고 더 행복하게 남는 것 같기도 하다.
한여름밤의 꿈.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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