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2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난생처음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온라인 개학
'온라인'+'개학'이라니, 이것은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쏟아지는 공문과 기사를 보니 이 낯선 단어가 진짜 내 현실에 들이닥쳤다는 게 실감이 난다. 하도 문의하는 글이나 부정적인 글들이 많이 보이길래 오히려 좀 멀리하고 싶었는데, 어쩌겠나. 나 또한 끝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는 학부형이다.
첫째는 16일, 둘째는 20일 온라인 개학이다. 첫째는 한 번만 봐주면 어떻게 할 것 같은데, 둘째는 영 못 미덥다. 방학 동안에는 애들 세 끼 밥 챙겨주는 것만 고민하면 됐는데, 온라인 '개학'이다 보니, 이모님과 할머니의 서포트만으론 어려울 것 같다.
고민 끝에 여태껏 쓰지 않았던 '돌봄 휴가'라는 것을 쓰기로 했다. 올해 신설되는 것은 알았지만 무급휴가다 보니 쓸 일이 없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바로 쓰게 될 줄이야. 신청 프로세스부터 낯설다. 증빙서류와 함께 수기결재를 올리고 학교 공문을 첨부하라는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이 기정사실을 정작 공문으로는 받은 적이 없다. 학교 홈페이지를 뒤져서 온라인 개학 안내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붙여서 바로 윗 상사에게 보고 후 휴가를 냈다.
같이 일하는 몇 명에게만, 차주에 휴가 낼 거라고 말했는데, 어느새 팀에 소문이 다 났다. 보는 사람마다 묻는다.
"돌봄 휴가 쓴다며? 언제까지야? 메일은 볼 거지?"
살짝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속내를 모르겠다. 적어도 이 기간엔, 회사 메일은 안 열어볼 셈이다. 회사일은 정말로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아이들과 집만 챙기며 있어보려고 한다. 평생 이런 기간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아이들과 24시간 찐하게 부대끼는 시간이 다신 없을지도 모르니까, 쉽지 않은 휴가를 냈으니까, 집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이모님도 며칠간은 쉬시라 하고, 집안일부터 아이 등 하원, 수업까지 내 손으로 챙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휴가를 앞둔 주말이다. D-Day가 바로 내일이다. 이모님이 안 오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쁘다. 평소 같으면 그냥 쌓아뒀을 빨래도 돌리고, 쓰레기도 싹싹 내다 버리고, 대충 놔뒀던 설거지도 해놓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도 얼기설기 치워놓는다. 끝없는 집안일의 굴레가 시작됐다. 기껏 다 했다 싶어서 돌아보면 설거지가 또 쌓여있고, 빨래 한 판 정리해놓으면 빨래 거리가 또 생겨있다. 집에 사람이 있는 한, 집안일은 끝나지 않는 걸 새삼 느낀다. 나만 동동거린 건 아니다. 남편과 아이들도 나름 열심히 움직였다. 그런데도 저녁밥 먹고 나니 싱크대에 또 설거지가 가득하다. 한숨 쉬고 있으니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너무 째려보지 마. 나 오늘 하루 종일 설거지만 했어."
사실인 거 나도 안다. 근데 또 쌓여있는 걸 어떡하냐고!
대망의 20일이 밝았다. 아이들이 잘 때 잽싸게 청소기부터 돌렸다. 지난주에 테스트해보니, 9시에 접속하면 수업 진행이 자꾸 끊기고 멈추길래, 차라리 아예 일찍 듣거나 늦게 들으라고 아이를 재촉했다. 생각보다 둘째도 제법 잘한다. 지난주부터 했던 첫째도 알아서 잘하는 것 같고. 간단하게 아침 먹거리 차려주고 막내는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들어왔다.
이제 첫째, 둘째, 나, 우리 셋만의 귀한 시간이다. 이런 시간은 그냥 흘려버리면 아까우니까,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빈 놀이터에서 좀 놀기도 하고, 맛집에서 김밥도 포장하고, 꽃 사진도 찍으며 걸어서 30분 거리의 공원으로 향했다. 싸온 물과 김밥에 편의점표 계란과 라면을 더하니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배를 채우고 가고 싶던 카페로 또 20여분 걸어갔는데, 아 이런, 딱 오늘까지 임시 휴장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음에 또 오면 되지 않느냐며 썩 괘념치 않아한다. 아쉬운 대로 옆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 숨 돌리고 나니 아이 수업시간이다. 학원 수업을 zoom을 통해서 한다고 한다. 온라인 미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어쩌겠나. 아이가 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느릿하긴 하지만 아이가 기대 이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다. 한두 번만 더 봐주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두 시간여, 수업받는 아이 옆에서 안된다는 것도 챙겨주고, 간식도 차려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생각보다 아이는 잘하고 있고, 생각보다 생활은 여유롭다. 이제 막내 데려오고 마른빨래 걷고 개서 정리하고 새 빨래 널고 저녁밥 준비하고 저녁 먹이고 아이들 씻기고 머리 말려주고 약 챙겨주고 재우기만 하면 하루가 끝난다. 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걸로 정정해야겠다.
앞으로 다시없을 며칠, 잘할 수 있을 거다. 아이들과 함께, 힘껏 복닥여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