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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선씨 Jan 17. 2021

코로나 일상, 간만의 외출

아이들이 말하길, 엄마의 나쁜 점은 자꾸 나가라고 하는 것이고, 좋은 점은 나갈 때 돈을 준다는 것이란다. 아이들이 하도 집에서 유튜브에만 빠져 있는 게 보기 싫어서, 간식값 쥐어주며 제발 나가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라고 잔소리를 해댔더니만...ㅎㅎ


그렇다. 근 2주를 정말 집에서만 콕 박혀 보냈다. 아주 잠깐 회사에 다녀온 두어 번 정도가 나의 외출의 전부였고, 아이들은 집안에서만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여럿이 복닥이며 지낸다는 게, 생각보다 꽤나 스트레스받는 일이어서 가끔 나와 아이들은 이상 동작을 하기도 한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거나, 이상하게 움직이며 춤을 춘다거나, 별 일 아닌 거로 서로 투닥대거나.


금요일,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내일 혼자 영화라도 보고 오란다. 오? 솔깃한 제안임이 분명한데 마음만큼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대답만 겨우 해놓고 영화예매도 안 하고, 영화를 찾아보지도 않고, 토요일에 일어나서도 하염없이 미적미적한다. 이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는지, 씻고 옷 입고 나가는 것도 귀찮은 거다. 나가라고 재촉하는 남편 말에 겨우 조금 움직였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가, 제발 움직이라는 남편 말에 또 조금 준비했다가, 겨우겨우 준비해서 영화를 보러 일어났다. 아마, 내가 아이들을 볼 때 그 느낌을 남편도 느끼고 있었나 보다.


꾸역꾸역 나와서 보니, 세상이 참 달라 보인다. 의외로 상가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고, 각종 행사도 많이 한다. 마스크를 썼다 뿐이지 코로나 이전만큼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예전에 갓난아이 키우며 한동안 집에만 있다가 외출했을 때가 생각난다. 분명히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지하철인데, 한동안 못 봤더니 새삼 다 신기하고 낯설다. 지하철을 탔더니 이전엔 몰랐던 온갖 냄새가 느껴져서 깜짝 놀랐었다. 뭐랄까, 집에만 있으면서 '나'라는 사람이 다시 세팅된 느낌이었다. 오늘은 특히 '눈'이 다시 세팅된 느낌이다. 이 쇼핑몰이 이렇게 화려했나. 여기에 이런 것도 있었나. 리모델링하거나 바뀐 상가도 많아졌네. 반짝반짝 큰 글씨로 1+1, 70% 할인 등이 나붙어있는 쇼핑몰은 불황의 역설적인 표시일까, 경기가 나아질 조짐일까. 두리번거리며 영화관으로 향한다.


영화관은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무조건 띄어앉기다. 커플들은 영화 볼 맛이 안 나겠네 싶다. 혼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환경이 되었겠고. 매번 보 세트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음료가 2개씩 들어있어서 사 먹기 그랬는데, 이쯤 되면 혼영족용 세트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아, 영화관 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니 아예 먹는 걸 금지시키려나. 영화엔 팝콘인데! 안 그래도 규모가 줄어든 매점은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영화에 집중한 두어 시간, 느낌이 낯설다. 생각해보면 한동안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했다. 회사일도 사방에서 들어오는 메신저, 메일, 연락에 답하느라 진득하니 붙들고 하는 일은 미루고만 있고, 수시로 아이들이 불러대는 거 대응하고 삼시세끼 챙기고 하느라 짧은 숨으로 끊어가는 일만 겨우겨우 쳐내며 살고 있었다. 코로나로 시작된 재택근무는 장점도 있지만, 각자의 공간이나 각자의 시간을 갖기 어렵게 한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서로 부대끼느라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하질 못하고 있다.


오랜만의 외출에 생각이 많아졌다. 이런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코로나로 늘어져버린 삶을 재정비해야 한달까. 어떻게 변화할지 모를 2021년. 가끔 이렇게, 다른 뷰에서 돌아보고, 페이스를 잃지 않게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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