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바쁘다며 아침에 도시락을 안 싸준 탓이다.)
아직은 오전에만 근무 중이니, 오늘 오후는 아이랑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랑 같이 밥을 먹고, 며칠 전 오픈한 마을문고에 들렀다.
생각해보니 집 근처에 크고 작은 도서관이 서너 개나 있는데도, 별로 간 적이 없다.
언젠가는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던 걸 오늘 해본다.
책으로 가득한 한쪽 벽을 바라보며, 책을 몇 권 뽑아 들었다가, 다시 집어넣다가를 반복한다.
예전에 그렇게 많이 읽었었는데, 아이 보면서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접어버린 게 벌써 꽤 되었다.
한 권을 골라 아이랑 같이 책을 좀 보는데, 읽는 능력이 퇴화됐는지, 숨이 긴 글은 잘 읽어지질 않는다.
반권쯤 책을 읽고, 몇 권의 책을 빌려서 나오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뿌듯하다.
올해는, 어른용 비소설 코너에 있는 책 중에서 눈길이 가는 책들은 짬짬이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도서관을 나와서 상가로 향한다. 며칠 전부터 눈독 들였던 일이 있는데, 오늘이 실행하는 날이다.
그것은 바로 귀 뚫기.
예전에 뚫었는데, 아이가 자꾸 잡아당겨서 귀걸이를 빼고 8년여를 그냥 살았었다.
연말에 귀걸이를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구멍이 막혀서 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다시 귀걸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정작 가려니까 조금 무섭다. 귓불이 두꺼워서 예전에 귀 뚫었을 때 염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다.
굳이 귀걸이를 사진 않아도 되는데 강매하는 것 아닌가, 귀는 그냥 뚫어주나, 무엇보다 좀 무서운데...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가 말한다.
" 엄마, 무서우면 하지 마. 안 하면 되잖아."
맞는 말이다. 근데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날 발견한다.
" 무섭긴 한데 하고 싶어. "
'푹'
막힌 귀가 뚫렸다. 며칠간의 망설임을 제외하면, 2천 원의 비용과, 5초의 시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아이의 소원도 들어주러 간다.
전부터 사고 싶다는 숨은 그림 찾기와 수수께끼 책을 사고, 킨더 조이 장난감도 하나 샀다.
그리고 문화센터 수업으로 향한다.
보통은 그냥 어중 떠 중하면서 1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오늘은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을 하기로 한다.
문화센터 옆에 안마의자에서 안마하기.
10분에 천 원인데, 그 천 원이 아까워서 여태껏 군침만 삼켰었다.
오늘은 까짓, 천 원의 사치를 누려보기로 한다.
천 원어치 이상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한 시간 내내 받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대신 다음번에 이천 원어치의 안마를 누려봐야겠다.
평소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날이다.
하지만 평소보다 티스푼 두 개 정도의 용기를 더 냈던 날이다.
소소한 변화 덕에 소소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만하면, 꽤나 괜찮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