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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선씨 Jul 14. 2021

별 일 없이 산다

휴직 11주 차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근력 운동하고, 두어 번 정도 걷고, 하루는 친구 만나며 엄마 노릇에서 벗어나도 보고, 하루는 아이들 데리고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주말에는 집을 벗어나 휴양림에 다녀온 그런 주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 가거나 온라인 수업하는 오전에는 부지런히 청소 빨래 정리하며 짬짬이 필사나 영어공부 같은 루틴을 꾸준히 하고, 아이들이 오는 오후에는 이런저런 아이들 뒷바라지하다가 저녁밥 차리고 치우면 하루가 마무리되는 일상. 이제 제법 익숙해진, 꽤나 마음에 드는 일상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코로나 4단계로 격상되며 아이들이 모두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상이 된다. 코로나 판데믹은 당연한 줄 알았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당연한 줄 알았지만 특별했던 지난 한주에 있었던 일


1. 광희문 투어

두어 시간 걸으며 해설사분의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내 또래 아이 엄마와(이분도 역시 아이들 학교 간 틈에 잠시 내어 오신 분) 둘이서 흥인지문부터 광희문까지 함께했다. 이전에 몰랐던 것이 설명을 들으면 보이는 마법이라니. 아는 만큼 보이는 건 진리다.

존재도 몰랐던 이간수문과 오간수문
흥인지문이 이렇게 멋있는 줄 처음 알았다


2. 허브 천문공원 체험

잠깐의 허브 삽목 체험 후 아이들은 아기자기한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참 이쁘게 꾸며놓은 공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놔두는 걸 더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되었다.


3. 라이프 사진전 관람

역사적 장면을 기록한 사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절반쯤 채워진 것 같다. 우리나라 잡지가 아니다 보니 한 번에 와닿지 않는 면이 있기도 한 반면에, 워낙에 잘 찍은 사진은 여전한 감동을 주는 영속성이 있. 오디오 가이드로 배경 설명을 들으면 더욱 와닿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4. 3개월 운동 마무리, 그리고 갱신

화요일에 3개월 주 3회 운동이 끝났다. 두어 주 쉬고 다시 운동해야지 생각 중이었는데, 인바디 결과가 충격적이어서 바로 다시 등록하고 말았다. 아니 글쎄, 체중은 빠졌는데 지방은 늘었다.!! 근육만 빠졌어! 췟!


5. 전화영어 신청

언젠가는 해야지 했던 전화영어였는데, 아파트 1층 전단지 보고 시범수업 한 번 해봐야지 하고 전화한 게 매니저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시범수업을 3번이나 하고, 첫 달 금액도 할인해준다기에 결제를 하고 말았다. 영어공부에 더는 돈 안 들이려고 했는데... 시작한 것이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6. 막내 실종사건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가야 하는데, 첫째 둘째가 학원 가게 되면 막내만 혼자 집에 있게 생겼다. 금방 올 거니까 언니들 없어도 집에 10분만 있으라고 엄마 금방 올거라고 일러두고 다녀왔는데,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없다!! 불은 다 켜져 있고 문을 다 열어봐도 아이가 안 보인다. 혹시나 장롱 안에 숨었나 봐도 없다. 이쯤 되니 덜덜 떨린다. 애가 어딜 갔을까. 설마 뛰어내린 건 아니겠지. 놀 란마음 부여잡고 수업 중인 큰애들한테 연락하고 경비아저씨한테 여쭤볼 셈으로 뛰쳐나간다.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느린 건지. 드디어 문이 열리고, 거기서 막내가 나왔다. 하아....

아무도 없는 집이 무서워서 엄마 찾으러 나갔단다. 집전화를 놓거나 핸드폰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할 때인가 보다. 티는 많이 안 냈지만 엄마 엄청 놀랐다고 막내야 ㅠㅠ


7. 치악산 카라반 캠핑장 2박 3일 여행

주말에 잡아둔 카라반 여행. 주말 내내 비가 온다 하고, 카라반이면 좁을 텐데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게 출발한 여행이었다. 두 시간여 달려 도착한 캠핑장의 카라반은 적어도 6인용 이상으로 넓어 보여 다행히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비가 잦아든 틈을 타 구룡사나 세렴폭포도 다녀왔는데, 잘 정비되어 있어 무리 없이 산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았다. 계곡물이 불어 놀지 못한 아쉬움은 실내 생태체험관에서 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산행 후 마신 더덕 막걸리와 감자전이다. 기대가 적었기에 더 마음에 든 여행이랄까. 객관적으로 엄청 좋은 환경은 아니었는데 주관적으로는 마음에 쏙 드는 여행이었다.


쓰다 보니.. 별일 없었던 게 맞는가 싶던 일주일인 것 같기도 한 느낌이.... 아이 셋과 함께하는 일상 자체가 다이내믹하다 보니 이 정도가 별일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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