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섹스 앤 더 시티 中

by 미선씨

한창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즐겨 봤었다.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럿 네 친구끼리 수다 떨고 연애하는 삶을 부러워하면서.

언젠가 단짝 친구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우리는 누구랑 제일 비슷할까?
내 생각에 나는, 캐리를 부러워하는 미란다 같은 사람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캐리는, 참 현실감 없는 여자다.
아가들(신발)은 잔뜩 있고, 매일 연애를 하고 있지만
저축은 한 푼도 없고(그나마 몇 년간 월세 안 올리는 집에 있는 게 천행인데 그것도 모르고)
칼럼 쓰고 책쓰며 멋있는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결국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글쟁이.

반면 미란다는, 능력 있는 변호사이자 생활인이다.
친구들이 솔로의 삶을 즐길 때, 미란다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아이 때문에 집도 마당 있는 외곽으로 옮기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도 함께 모시고 살고,
현실을 인정하고 업무시간도 줄였다. 회사에서의 승진도 포기한 셈이다.



나는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셋 낳고 워킹맘이 되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많은 걸 포기했다. 아니 포기당했다.
억울할 것까진 아니었지만
솔직히 누릴 거 누리고 즐길 거 즐기는 캐리 같은 친구들이 부럽긴 했다.

남들이 보면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고, 갖춰진 가족같이 보이겠지만
내 현실은 잠 한번 편히 자지 못하고, 밥 한 끼 편히 먹지 못하고,
상시 엄마엄마엄마를 불러대는 제비 새끼 같은 아이들 틈에서 쉬지도 못하고,
회사에서도 승진 누락되는.. 그런 현실 워킹맘이었으니까 말이다.

친구들보다 나은 점이라면, 엄마가 돼서 발전한 점이라면...
카페에서 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시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은 점,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키울 때 많은 걸 희생했다는 걸 알게 된 점
한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 늘 느끼고 겪고 있다는 점,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새끼라는 걸 절실히 느낀다는 점. 이 정도?

나는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캐리가 가끔은 부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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