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리메이크인데 질리지가 않는다.
형을 닮고 싶었어. 아버지가 아니라.
남자는 바다를 누비다 항구를 찾아. 원래는 며칠동안만 머무를 계획이었지만 몇 년이 흐르고, 결국 가야할 곳을 잃어버리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네가 거기에 머무는게 좋기 때문이야.
음악이라는 건 옥타브 내에서 12개의 음이 반복되는 거라고 했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하는 것 뿐이라고.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야. 그게 먹힌다면 좋은 거고.
벌써 네 번째 리메이크인데 질리지가 않는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제작,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다. 첫 감독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심할 정도로 훌륭하게 잘 만들었다. 진부하디 진부한 스타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지만 초반부의 연출은 기가막힐 정도로 멋지다. 야간 웨이트리스 일을 하고 있는 '앨리(레이디 가가)' 를 우연히 드랙 바에서 만난 '잭슨(브래들리 쿠퍼)' 은 여자이지만 노래를 잘 부른다는 이유로 드랙 바의 무대에 선 앨리의 '라비 앙 로즈' 를 듣고 한 번에 필이 와, 그녀를 자신의 투어 무대에 올리게 된다.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화학물질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던 두 사람은 이내 앨리를 메이저 음악 산업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한다. 록이나 컨트리 풍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아닌 팝스타가 된 앨리는, 한 때는 자신의 멘토였지만 점차 짐이 되어가는 잭슨을 어떻게든 끌고 가려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된 잭슨은 피치못할 선택을 하며 엔딩을 고한다.
레이디 가가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지 정말 몰랐다. 기행에 가까운 패션센스 덕분에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그녀였는데 작은 체구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뒤흔든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영화지만 멜로디가 약한 탓에 어쩔 수 없이(?) 가사에 많이 빚을 지는 영화다. 현실성 넘치는 노랫말과 두 주인공들의 인생사를 듣고있다 보면 두 시간 오 분이라는 런닝타임이 훌쩍 지나긴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위태위태해지는 잭슨의 상태를 설명하느라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않아 있다. 원작이 꾸준히 리메이크 되는 헐리웃의 고전 같은 영화지만 새로운 기법과 새로운 배우들, 그리고 현 시대에 맞게 재 해석한 음악, 시나리오들로 브래들리 쿠퍼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 부은 것 같은 느낌의 영화다.
특히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노래를 지은 잭슨의 음악들은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바로 스타 이즈 본의 사운드 트랙을 검색하고 음반까지 구매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좋은 음악 영화다. 씁쓸한 엔딩 직전에 벌어지는 잭슨과 그의 이복 형제 '바비(샘 엘리어트)' 의 화해(?)씬을 비롯해 잭슨이 앨리에게 진지한 충고를 하던 장면이나 음악을 대할 때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여러 대사와 장면들은 음악을 나처럼 많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느낄 수 있는, 아주 오랜만에 나온 멋진 음악 영화다. 왜 이렇게 상영관이 적고 인기가 없는지 모르겠으나(아마 레이디 가가 때문인듯?),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분명히 후회했을 영화다. 특히 얼터너티브 록의 옷을 입은 듯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떠오를 정도였던 극 초반 잭슨의 공연 씬은 너무 멋지다.
앞으로 브래들리 쿠퍼가 하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챙겨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영화다. 특히 이복형제와의 보이스 톤을 맞추기 위해 일반적인 대사를 칠 때 목소리를 낮게 까는 부분은 별거 아닌데도 진짜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