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 week 1 movie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후기

2018년 한국영화 최악의 졸작.

by 노군

남자들이 세상에 왜 왔는지 아세요? 여자한테 상처주기 위해서 온 거 같아요.














2018년 한국영화 최악의 졸작.



얼마전에 추석 시즌에 봤던 '협상' 을 두고 저 말을 썼던거 같은데 이제 바뀌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야 말로 올해 최악의 한국 영화이다.


본작은 전직 시인인 '윤영(박해일)' 이 과거에 좋아했던 형수, '송현(문소리)' 과 있었던 일들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역순으로 배치했다. 다 찍고나서 보니 장률 감독이 '아 이건 좀 아닌 거 같아' 해서 편집을 거꾸로 한 듯한 느낌이다. 굉장히 쓸데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고 그저 어린 여자와 바람난 전남편에게 복수를 하고픈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현재' 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민박집 '이사장(정진영)' 과의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송현의 헤픈 이혼녀의 모습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남편에게 보여주고픈 '어린 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윤영을 그따위로 치부하면서 정작 윤영이 진심으로 다가서려고 하니 '우리 이러면 안돼잖아' 라며 그를 밀어낸다. 그러면서 전남편과 윤영 사이에서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몸을 잘 아는지 알아?' 하며 윤영에게 일침을 날리는 송현의 술주정은 이제는 그닥 매력없는 늙은 여배우의 마지막 발악처럼 보인다. 알쏭달쏭한 윤영의 캐릭터를 잘 연기한 박해일과 충분히 매력이 있음에도 캐릭터가 지닌 색깔 때문에 헤픈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문소리의 연기가 매우 아까운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된 군산(일본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는)을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 감독은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캐릭터들을 집어넣는다. 남녀사이의 시시콜콜한 일은 홍상수 감독이 제대로 짚어낼 줄 안다는 걸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보고 느꼈다. 영화에 굳이 없는 의미를 쑤셔넣으려 애쓰는 평론가들과 이런 무미건조한 맹탕의 영화가 '예술' 이랍시고 자위하는 그네들의 생각이 매우 우습다. 경주(2013)-파주(영화 춘몽 / 2016)에 이은 장률 감독의 군산 영화지만 지역적 특성을 전혀 매력적으로 쓰지 못한 감독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시간 배치를 거꾸로 했다고, 잠깐 등장하는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나 윤동주 시인을 언급했다고 다 해당 문제점들을 짚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는 그것들에 대한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소스로만 보여줌으로써 필름 낭비는 물론 관객의 시간을 잡아먹는 노릇(런닝타임이 무려 121분이다)도 톡톡히 해낸다. 거기에 골수 우파인 윤영의 아버지는 집안일을 돕는 조선족 여자를 어떻게든 범하려고 안달인 와중에 그녀가 자신의 욕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빨갱이로 모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를 연출한 장률감독의 영화는 이제 다시는 보지 않겠다 다짐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영화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감독이 스크린 안에 멋들어지게 슬쩍 흘려놓은 메타포나 인간이 지닌 삶에 대한 태도라던지 채울 수 없는 욕망들을 표현한 영화들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맹물같은 영화다. 감독의 전작들인 경주와 춘몽 덕분에 기껏 극장에서 본 영화였는데 앞으로 장률 감독의 영화는 불법 다운로드를 받아서라도 볼 일이 없을거다.


한국의 예술영화, 독립영화의 현재는 이토록 참담하고 안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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