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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7. 2016

서태지 5집 앨범리뷰

seo tai ji

produced by taiji
written, composed and arranged by taiji
vocal, guitar, bass, keyboard, samples, scratch : taiji
recorded by taiji at techno t studio 
executive produced by taiji
designed by lee dong il, park sung kyu, park jong bum, song sang keun, jung joo seok





1. maya
2. take one
3. take two
4. radio
5. take three
6. take four
7. lord
8. take five
9. take six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식적인 은퇴 후 2년만에 발매된 서태지의 첫 솔로 앨범.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땐 너무 낯설었다. 소위 한국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장본인이 얼굴도 내밀지 않고 공식적인 인터뷰따위도 없이 그저 툭 던져놓다시피한 이 앨범에선 더이상 서태지와 아이들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그때 당시엔 은퇴까지 한 마당에 뭘 더 바랬겠냐만은 그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과 그의 모습을 보고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의 음악을 기다렸던 사람들 모두를 충족시키진 못한 앨범이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반겼고 이 앨범은 서태지 본인의 일체 활동 없이 오로지 뮤직비디오로만 홍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100만장 이상 판매를 하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오로지 서태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음악이었다. 앨범이 발매되고 몇 달 후, 서태지 본인이 직접 작성한 앨범소개가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그의 말을 빌어보자면 각 곡들이 가진 제목들은 특정한 의미가 있는게 아니고 시리즈형식은 더욱 아니라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곡들 하나하나 그 자체 만으로 이미 각자의 제목에 맞아떨어지게 된 것 같아 이 또한 흥미로울 따름이다. 앨범 자켓을 살펴보면 곳곳에 마구잡이식 영어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건 한국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키보드로 영어키를 누른채 한글을 쓴것이라고.. 요절한 시인 '이상'의 오감도를 써 놓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앨범 자켓에 쓰여져 있는 '오감도'의 영어들은 모두 대문자로 표현되어 있는데 오감도에도 역시 된소리로된 글자들은 없다는 것.

첫트랙 이후 웅장한 기타사운드로 시작하는 [take one]은 인류의 기원은 외계에 있다는 설을 기반으로,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take two] 는 노이즈로 시작해 건조한 드럼비트와 반복되는 기타리프가 조금 기괴한 인상을 주는 곡으로 이 앨범의 첫번째 타이틀 곡이다. 브릿지로 쓰인 [radio] 엔 2000년에 발매한 서태지 6집의 [탱크] 의 후반부가 들어있고 뒤이어 이어지는 [take three] 는 녹음할때 보컬부분을 거의 빼버리고 해버려서 아직까지도 곡의 실체가 궁금한 곡이다. 이 앨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take four] 는 단조로우면서도 반복되는 리듬과 보컬이 재미있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가사만 놓고 보면 좀 아직까지 아리송하다. [lord] 의 브릿지가 끝나고 경쾌하게 시작되는[take five] 는 smashing pumpkins의 [today] 라는 곡의 기타리프가 비슷한데 그들의 곡과는 다르게 리듬감이 느껴지는 곡이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밝은'곡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은퇴 후 자신의 소소한 생활들을 빠른 템포에 풀어놓은 마지막 트랙 [take six] 와 앨범 뒤에 숨어있는 [히든트랙] 을 끝으로 서태지는 은퇴후 2년여의 공백을 마무리 한다.

이 앨범은 세션들을 기용했던 예전의 방식에서 탈피, 서태지 본인이 원맨밴드로서 앨범 전체를 채웠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시절엔 볼 수 없었던 조금 더 과감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컴퓨터로 찍어냈다는 드럼소리가 흥미롭다. 그간 서태지가 발표했던 앨범들중에 이 앨범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추천곡으로는 take four, take one, take six.





마냥 신비로왔던 그시절 보랏빛 케이스. 얼굴을 들이밀지 않고, '음악인이 음악으로만 승부하면 됐지 뭘 더 바래' 라는 일종의 자신감이 보여진다(그와 반대로 기대했던 음악들보단 좀 떨어지지만).jpg


백커버도 잘 안보이긴 마찬가지.jpg


저 백커버를 뜯어보면 절규하고 있는 앞커버의 남자가 나온다.


앨범의 컨셉인 '날개' 와 시인 이상의 '날개' 가 맞닿는 지점.jpg


백커버의 이미지와 같다(까서 찍은걸 그랬나?).jpg


8집때에도 나왔던 태아의 모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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