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도 재미도 없는
모두들 자신의 머릿속에 훌륭한 관현악이 있다고들 하지. 하지만 그걸 실제로 구현해 내는 사람은 많지 않아.
토머스 에디슨의 전기 영화인줄 알았으나...
영화 커런트 워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훌륭한 업적을 기린다거나 그와 라이벌 관계에 있던 니콜라 테슬라와의 대결을 그린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조지 웨스팅 하우스와의 '전류 전쟁(커런트 워 뜻)' 에 대한 이야기이다.
19세기 미국, 전기로 세상을 밝히려 모인 천재들이 전류 전쟁을 펼친다. '직류' 에 목을 매며 라이벌들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 특허권 쟁취, 쇼맨십을 펼치는 '토머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 그의 밑에 들어갔다가 되려 쫓겨난 '니콜라 테슬라(니콜라스 홀트)',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에디슨을 자신의 회사로 영입하려 했다 실패한 '조지 웨스팅 하우스(마이클 섀넌)'는 테슬라를 영입하게 되고 결국 커런트 워에서 패배하게 되는 에디슨은 자신의 모든 자회사를 ' J.P. 모건(매튜 맥퍼딘)' 에 의해 '제네럴 일렉트릭( G.E.)' 으로 합병시킨 후 모건으로 부터 쫓겨나는 신세까지 된다(영화는 쫓겨나는 장면까지는 안 나온다).
예전에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상당히 모범적인 '위인' 에 가깝게 그렸던 에디슨의 전기를 읽거나 본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에디슨은 그리 반듯한 사람이 아니었고 첫 부인인 '메리 스틸웰(튜펜스 미들턴)' 이 사망했을 당시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영화 커런트 워에서 그려진 것 처럼 애잔함을 표현하던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메리에게는 쓸만한 발명품을 만들지 못한다고 자주 핀잔을 줬으며 본인의 대학교육 컴플렉스 덕분에 자식들을 모두 공과대학에 보낸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영화에서는 과학적 로맨티스트로 그려냈고 자식들을 사랑해 마지않는 인물로 표현했다. 더불어 에디슨의 라이벌인 테슬라에게 은근한 라이벌 의식을 느꼈으며 특히 커런트 워에서 테슬라는 돈은 없는데 멋만 부릴 줄 아는 이상한 캐릭터로 묘사해 버렸다.
후대에 들어서는 에디슨 보다 테슬라의 업적을 더 높게 사는 평들이 많으므로, 에디슨과 테슬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알아서(...) 찾아보기로 하자.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들중에 하나가 전구를 에디슨이 발명했다는 것인데 전구를 발명한 사람은 스코틀랜의 발명가인 '보우먼 린제이' 이다. 하지만 상품화되지 못했고 1860년에 영국 화학자인 '조셉 조지프 스완 경' 이 더 발전된 전구를 개발했으며 1875년 특허를 낸다. 오히려 에디슨은 스완의 전구 발명을 슬쩍 한 인물이다. 그래놓고 에디슨은 스완이 자신의 발명을 표절했다며 소송까지 걸었지만 패소하게 된다(이뭐병...). 하지만 상업적으로 오래가는 전구를 발명한 사람은 에디슨이 맞다. 훗날 에디슨은 스완의 회사와 합병까지 하며 특허권 문제를 아예 제거해 버린다. 커런트 워의 에디슨은 '직류' 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나온다. 전기와 직류는 돈이 많이 들고 배선들 길이 역시 반비례 한다는 점을 고려해 테슬라가 교류 전기를 고안한다. 웨스팅 하우스 밑에 들어가 승승장구하던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해 전기의자도 만들고 코끼리(영화에선 '말' 로 대체됐다)도 죽이는 쇼를 벌이지만 전류 전쟁의 승자는 웨스팅 하우스와 테슬라가 되었고 에디슨은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통용되는 전구의 개량과 상용화는 에디슨의 업적이 맞다. 그 외에도 촬영장치인 '키네토그래프' 와 그걸 볼 수 있는 장치인 '키네토스코프' 를 발명해냈고 그 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발명품을 제작해낸 인물이다(무려 2,332개). 1993년 개발된 최초의 스마트폰인 'IBM 사이먼' 을 참고하여 2007년에 '아이폰'을 만들어낸 애플의 '스티브 잡스' 도 '선구자' 라는 소리를 들었다. 발명과 개발에 모두들 목을 매던 시기여서 '최초' 보다는 어떻게 대중들 모두에게 '상용화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대목이다.
어찌됐든 영화 커런트 워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없는 영화였다. 에디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도 아니고 그와 경쟁구도를 달리는 캐릭터들을 향한 시선 또한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커런트 워는 기승전결이 없으며 인물들간의 긴장감만 고조시킨 채 진행되는 터라, 매우 평평한 영화가 되었다. 텐션만 쭉- 올려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찍은 것 같은 영화라서 재미도 감동도 없다. 차라리 에디슨의 업적들만 나열한 일대기 형식의 영화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영화다.
CGV 단독 개봉으로 마블의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를 홍보영상에 썼었지만 에디슨의 비서 역할인 '사무엘 인설' 로 나오는 톰 홀랜드는 30분도 채 등장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과대광고라고 해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