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Sep 09. 2019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집 리뷰

흔한 가족여행과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식사가 그리워지는 영화.

그래도 저녁은 가족이랑 같이 먹어야지.

우리 밥 먹자.










흔한 가족여행과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식사가 그리워지는 영화.

영화 우리집은 '우리들(2015)'로 아이들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했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이다. 여전히 아이들이 주인공이며 이번엔 '가족' 을 이야기한다.

'하나(김나연)' 의 부모님은 늘 다투기만 한다. '엄마(최정인 / 수인 역)' 는 언제나 일에 치여 살고, '아빠(이주원 / 민호 역)' 에겐 새 애인이 생긴 것 같다. 하나 있는 '오빠(안지호 / 찬 역)' 역시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겨, 부모님의 일엔 안중에도 없다. 위태위태한 자신의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하나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네 식구가 먹을 수 있는 밥을 차리는 것. 그것조차 늘 엄마에게 '내가 너한테 집안일을 하랬냐'며 야단을 맞는다. 그래서 예전에 부모님들의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 갔다가 화해하고 돌아왔던 가족여행을 떠올리며 가족여행을 한 번 가자고 제안한다.

'유미(김시아)' 와 '유진(주예림)' 자매는 일로 바쁜 엄마 아빠 때문에 언제나 집에 단 둘이 있다. 이사를 너무 자주 다녔기 때문에 동네에 친구도 없어,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를 잃어버린 유진이를 찾아준 하나를 만나게 되고 하나, 유미, 유진 세 사람은, 사이좋게 마트 시식 코너에 서서 음식도 먹고 장도 보고 와, 유미네 집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해먹으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유미와 유진이의 부모님은 또 다른 곳에 이사를 가려 집을 내놓게 되고 하나의 부모님은 겨우 시간을 맞춰 가족여행을 가자고 하나에게 말 하지만 알고보니 이혼을 위한 여행이었음을 알게된다. 모든게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음을 직감한 하나는 유미와 유진의 부모님을 만나, 이사를 가지 말아달라고 설득하려 떠난다.

영화 우리집은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우리집' 을 지키려는 노력이 눈물겨운 아동 로드무비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에 이어 우리집에서도 아이들의 시선을 차용하며 '가족 '이라는 화두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제 그녀는 거의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 된듯 하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보다 훨씬 덜 자극적이고 덜 작위적인게 윤가은 감독 작품의 특징이다. 연출과 각본까지 윤가은 감독이 도맡아서 했지만 거의 아역 배우들에게 '마음대로 해봐' 라고 주문한 듯, 전체적인 시놉시스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스크린 안에 있는 아역 배우들이 마음껏 자신의 천진난만함을 영화안에 흩뿌려 놓는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감정선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씬에서 마저도 일반 성인 배우들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아직 한참이나 어린 아역 배우들이라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땐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여배우들의 계보를 이을, 될성부른 떡잎임은 분명하다.


김나연 배우, 김시아 배우, 주예림 배우는 어떻게든 누군가의 눈에 들려고 365일 여기저기에서 예쁜척을 일삼는 성인 여배우들 보다 훨씬 군더더기 없고 담백하고 더하거나 덜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우리집은 어린아이들의 동심에 초점을 맞춰, 가족과 집을 잃기 싫어하는 그들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 현실에 비하면 '판타지' 처럼 다뤄질 수도 있을 정도의 '동심' 이라, '어린아이가 과연 저런 생각을 할까?' 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주인공들이 바라는 건 별 것도 아닌, '가족들과 함께 먹는 저녁' 과 '우리집이 더이상 이사를 가지 않는 것' 이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다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하나가 왜 엄마가 시키지도 않은 저녁밥을 차릴까? 하나는 왜 엄마가 늘 부재중이라 맛있는 밥 한끼를 못 먹는 유미-유진 자매에게 맛있는 오므라이스를 직접 요리해줄까? 어른들도 쉬이 지나치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세심한 감정캐치는 천진난만함에서 오는, 그리고 아무 이득과 실을 따지지 않는,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윤가은 감독은 이제 언제나 우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이 되었다.













+

윤가은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촬영 수칙' 을 몇가지 정했다고 해서 살짝 화제가 되었었다. '어린 배우들에게 질문을 많이하자고 스태프들 끼리 원칙을 정했다' 고 한다.

상세한 '우리집' 제작진의 촬영 수칙은



1. <우리집> 현장은 어린이와 성인이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을 제 1원칙으로 합니다. 
어린이 배우들을 프로 배우로서 존중하여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이자 삶의 주체로서 바라봐주세요. 항상 어린이 배우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시고,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동료이자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세요.

2. 어린이 배우들과 신체 접촉을 할 때에는 주의해 주세요.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행위 등의 가벼운 접촉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혹시 진행상 필요한 부분들(의상과 헤어 정리, 와이어리스 마이크 착용 등)이 있을 때에도 어린이 배우들 본인 혹은 보호자와 스태프에게 미리 공지하고 사전에 동의를 구해주시기 바랍니다.

3. 어린이 배우들 앞에서는 전반적인 언어 사용과 행동을 신경 써주세요.
자신도 모르게 쓸 수 있는 욕설과 음담패설 등을 자제해주시는 것은 물론, 어린이들의 외모나 신체를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는 단어는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키가 작다 같은 부정적인 표현들 뿐만 아니라 얼굴이 부었다, 뾰루지가 났다 같은 묘사들 조차 어린이 배우들에게는 큰 영향을 줍니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고민하더라도 괜찮다고,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좋다고 가볍게 넘겨주세요.

4. 어린이 배우들이 촬영장에서(대기 시간과 셋업 시간 포함)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린이들의 경우 종종 프로 배우로 인식되지 않아, 성인 스태프들이 되려 잡담을 유도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 본인들도 배우로서 촬영을 준비하고 집중해야 할 때를 놓쳐,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런 때는 가볍게 주의를 주시고 정신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대화를 피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5. 어린이 배우들이 하루 10시간 정도의 촬영 시간만큼은 오직 촬영 자체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촬영 중에는 보호자로써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배우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사담은 최대한 촬영장 밖에서 나눠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 때에도 물론 대화 내용은 꼭 점검해 주세요.

6. 어린이 배우들의 건강 문제에 늘 신경 써 주세요.
무더운 여름이라 특히 어린이들의 체력과 건강이 염려됩니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언제든 감독과 피디, 연출제작부, 혹은 보호자 등께 반드시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어린이들이라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에 눈치를 많이 보고 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생리현상이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7. 어린이 배우들의 안전 문제를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특히 외부 촬영이나 이동시 정신없을 때 어린이 배우들이 스태프나 보호자 없이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어린이들이 혼자 있는 일이 없어야 하며, 항상 스태프나 보호자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외부인들의 접근, 각 스태프들과의 사적인 관계 또한 각별히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8.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왜 영화 우리집의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했는지 저 촬영 수칙을 보니 알겠다.

++

김시아 배우를 어디서 봤나 했더니 한지민 주연의 영화, '미쓰백(2018)' 에서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