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영화의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는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글 중반부에 표시해 놨음).
지금껏 살면서 단 1분도 행복하지 않았어.
내 삶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까 빌어먹을 코미디야.
날 소개할 때 '조커' 라고 불러주시겠어요?
칠흙같이 음울하며 우울하게 웃는 조커.
고담시의 '광대 에이전시(HAHA)'에 소속되어 있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 조커 역)'.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아서의 꿈은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한편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희망이 없어보이는 고담시에 웨인 컴퍼니의 재벌 '토마스 웨인(브래트 컬렌)'은 시민들을 '광대' 라 지칭하며 자신이 시장이 되어 고담시를 살릴거라 다짐한다. 아서의 엄마 '페니 플렉(프란시스 콘로이)'은 어느날 아서에게 출생의 비밀을 주절거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서가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영화 조커는 상당히 어둡고 음침하다. 일생이 우울 그 자체인 아서가 왜 분노하고 왜 웃게되는지 상당히 자세히 그려냈다. 정신병원에 있다가 사회로 나온 아서는 자신의 꿈인 코미디언이 되기위해 광대분장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겨우 꾸려나간다. 하지만 이내 동료의 계략으로 그 일마저 그만두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정처없이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지정한 심리 상담도 고담시에서 예산을 끊어, 약처방 조차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점차 정신분열증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아서. 어렵게 서게 된 스탠딩 코미디 무대는 엉망인 채로 마무리하게 되지만 아서의 무대를 우연히 보게 된 고담시 거물 코미디언인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 의 부탁에 아서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코미디언으로서의 데뷔를 앞두게 된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 는 역대 조커들과는 또 다른 인상을 남긴다.
역대 조커 역을 맡았던 배우들을 잠시 살펴보자면 1대 조커였던 1966년 드라마 '배트맨'의 '시저 로메오'는 코믹스에서 튀어나온 조커의 현현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했던 인물이다. 2대 조커였던 1989년작 영화판 '배트맨'의 '잭 니콜슨' 은 수십년 동안 코믹하지만 어딘가 음산한 조커의 이미지를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 시켰다. 3대 조커였던 2002년작 미드 '버즈 오브 프레이' 에 등장했던 '로저 스톤버너', 2008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 에서 4대 조커 역을 맡았던 '히스 레져' 는 코믹북 원작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남우 조연상을 받는 끝판왕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2015년 미드 '고담' 에서 조커를 연기한 카메론 모나한 역시 형편없던 연기 실력을 드라마 고담에서 이겨냈다고 한다. 그리고 2016년 기대보다 저조한 재미를 안겼던 '수어사이드 스쿼드' 에서 조커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 는 충분히 기괴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2019년 느닷없이 조커의 솔로 무비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호아킨 피닉스. 위에서 말했다시피 지금껏 대중매체로 발표된 조커들과 또 다른 연기와 배경을 보여준다. 왜 아서가 조커가 될 수 밖에 없는지 그의 태생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관객들이 궁금해하던 조커와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만남은 과연 성사 되는지.
개인적으로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로 인해 그의 연기 인생 중 역대급 연기를 펼친것 같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굉장히 미묘하고 자제력있는 웃음연기와 정신분열적인 연기는 그가 왜 명배우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세상이 아서를 조커로 만들어버렸고 소외되고 나약하고 패배한 자들의 우상이 되어버린 조커의 새로운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DC코믹스와 영원한 동반자 상태인 '워너 브라더스' 는 서사를 이미 쌓아올린 '마블' 과 다르게 디씨 본연의 무겁고 다크한 이미지로 영화를 만들어 가려는 것 같다. 후속편 제작이 확정된 디씨 코믹스의 몇 영화들 말고 이번에 개봉한 조커처럼 코믹북에 존재하는 'DC 블랙 라벨' 을 표방하면서 빌런의 솔로무비처럼 진지하고 어두운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도 될것 같은 가능성이 보이는게 이번 영화 조커로 확인됐다. 조커가 꽁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게 아님.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과도한 액션씬은 거의 없는 영화지만 몰입감이 어마어마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리부트 3부작 이후, DC와 워너에서 내놓은 DC 코믹스 기반의 영화들 중에 가장 뛰어난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난데없이 조커가 웬 코미디언 지망생이야?' 라고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그걸 다 깨부순게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였다.
+
영화 조커의 쿠키영상은 없다.
++
영화 조커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8할. 나머지는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배경음악이 다했다.
특히 '호랑나비' 로도 잘 알려진 조커의 계단 댄스 부분에 나오던 음악은 'junior jet' 의 'rocknroll (remix 2011)' 이다.
영화 후반에 나온 '그게 인생이야' 씬에 흐르던 'frank sinatra' 의 'that's life' 도 좋았다.
+++
영화 조커 번역은 우리들의 영원한 빌런, 박지훈 번역가가 맡았다는 소문이 도는데 역시나 이번 조커에서도 눈에 거슬리는 초월번역이 몇 번 나오긴 했으나 예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때 처럼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다(이제 좀 정신을 차렸나?).
영화 조커에서 아서는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의 병든 정신은 시에서 약처방을 받아야 할 상담센터 운영을 철회하는데로부터 시작됐고 더 나아가서는 그의 어머니에게 유전적으로 옮은 질병 따위로 치부되는데 덕분에 졸지에 훗날 배트맨이 되는 브루스 웨인과 조커가 배다른 형제가 될 뻔 했다. 30년 전, 아서의 어머니는 토마스 웨인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했었고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가 그녀와 정사를 벌여 아서가 태어났다고 아서의 엄마는 얘기한다. 상당히 궁핍하게 살아가는 아서의 집을 보면 토마스가 돈이라도 보내줄 것이라며 아서의 엄마는 항상 토마스 웨인에게 편지를 쓰는데 답장은 일절 오지 않는다. 결국 아서가 엄마의 편지를 몰래 읽고 자신의 아버지가 토마스라는 걸 알게된 뒤, 그 길로 토마스를 찾아, 그의 저택으로 향하지만 안뜰에서 놀고있던 브루스 웨인에게 마술만 보여주고 발길을 돌린다(집사 알프레드가 훼방을 놓았기 때문). 그 뒤 극장을 찾은 토마스 웨인의 뒤를 밟아 드디어 친부를 만난 아서는 토마스에게 한 번 안아달라고 하지만 알고보니 아서의 엄마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고 아서 역시 그녀의 친자가 아니었다(입양아). 이 때 부터 아서는 각성하기 시작하면서 엄마를 죽이고 혼돈속에 빠져버린 고담시의 어둠의 왕이 된다. 그가 광대 아르바이트를 잘리던 날, 전철 안에서 우발적으로 죽였던 세 명의 남자가 토마스 웨인의 금융 직원이었고 고담의 시장이 되겠다면서 고담 시민들을 '광대' 운운하던 토마스에게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던게 맞물리며 광대 가면을 쓴 '누군가' 를 시민들은 칭송하기 시작한다. 코미디언 머레이의 tv쇼 출연 제안을 받고 기뻤지만 그 배경엔 자신을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려는 머레이의 속셈을 눈치챈 아서는 미국식 '똑똑(knock, kocnk)' 개그를 치며 머레이를 생방송 중에 죽여버린다. 그 광경을 지켜본 모든 고담 시민들은 조커를 자신들의 왕으로 섬기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트맨의 평생 트라우마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괴한에 대한 습격은 조커가 아니라 그냥 평소 토마스 웨인에게 불만이 많았던 불특정 다수의 시민 중 한 명이 저지른 사건이다.
거의 모든 배트맨 영화에서 브루스 웨인의 각성 씬에 항상 등장하는 무보님의 죽음 씬. 버젼별로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이번 조커는 단독 무비로, 브루스 웨인과 나이차도 상당하며 연관은 되어있지만 DC 시네마틱 유니버스(DCEU) 와 별도로 진행된 영화라 많이 아쉽다. 아서가 비로소 '조커' 의 코스튬을 장착하고 혼돈에 빠진 고담시를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에 간지가 철철 넘친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기존 DC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결을 했어야 한다. 그동안 왜 삽질을 해왔던 거지? 이렇게 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