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 값 아니고.
저희가 바라는건 큰 게 아니에요.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거에요.
저희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거에요.
이 영화를 보고 한국에서 서민의 위치에서 살아가는건 정말 쉽지 않다고 다시한번 느꼈다.
비겁하거나 힘이 없거나
자신이 세상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느낄 때 사람은 가끔씩 지금 이 현실 속의 세상과 우리의 정부, 나라를 탓하곤 한다.
깊이 들어가서 관심을 가질 수록 답이 없어보이는 정치와
못사는 사람들을 더 못사게 만드는, 마치 먹이사슬 처럼 엮여져 있는 빈부의 격차와
가진 것 하나 없어 자식에게 해줄게 별로 없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
생각을 해 본다.
이 모든 것은 누구의 탓이냐고.
'네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쨍-하고 해 뜰 날이 오지 않겠냐?' 라는 낭만적인 만들도
하루아침에 당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면 그냥 다 개소리고 꿈에 절은 망상일 뿐이다.
내 자식은 수학여행을 가냐마냐 하는 고교시절 여러 난제 중 하나에 봉착 해 있고
출장을 떠나 돌아올 기미조차 안보이는 남편은
집에 전기가 끊겼는지 어떤지 일말의 관심조차 없고
싱글맘이라는 핸디캡도 다른 이들에겐 '고작 애 하나 주제에' 라는 속편한 고민으로 치부되는 현실 속에서
마트에서 근근히 살아가다가 하루 아침에 다른 업체로 팔려가게 된 '여사님' 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다.
조합의 '조'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부천 이마트가 있기 전,
이랜드가 가지고 있던 '홈에버' 캐셔들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저 사태가 일어났을 때 아주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 처럼 기사로나마 흐릿하게 인지했던 기억이 있다)
그저 비극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얼결에 마트에서 지내게 된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그래도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고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라서
한편으로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굳이 영화로 만들지 않았다면,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빨리 잊게 되는, 잊으려고 인지하지 않아도 그저 흘러가게 되는 이야기였을 뿐일테다)
+
중간중간
마치 실제 인물들을 모셔온것 같은,
인터뷰 형식의 자기소개 씬에서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게 올라올 만큼 절절했다.
++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거의 미쳐있다.
염정아누님-문정희로 이루어진 투톱은
이 영화가 그들의 필모그래피에 묵직하게 남게 됨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역으로 나온 두 사람,
도경수와 지우.
도경수는 아이돌이 연기하는걸 혐오하리만치 싫어하는 나에게
처음으로 그 선입견을 깨준 배우다.
강혜정의 리즈시절을 꼭 빼닮은 지우도 앞으로가 기대되고.
+++
인터스텔라의 광풍에 이 영화가 국내 박스오피스에 끼치는 영향은
홈에버 캐셔들이 관리부와 윗선들에게 던졌던 모래알 처럼 미미하지만
심장을 울리는 영화다.
(작금의 국내 정세와도 너무 닮아있어서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