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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Dec 22. 2019

영화 백두산 아이맥스 리뷰 쿠키영상 있음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액션 정치 스파이 영화.

이런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능한 대한민국 정부 때문에 다 죽게 생겼어요!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액션 정치 스파이 영화.

어느날 북한에 있는 백두산이 폭발하며 한반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몇 년간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온 '강봉래(마동석)' 교수와 청와대 비서실장인 '전유경(전혜진)'을 필두로 전역을 앞둔 EOD(폭발물 처리반) 특전사 '조인창(하정우)'이 이끄는 특수부대를 북한에 침투시켜, 백두산 아래에 있는 탄광으로 핵탄두를 옮긴다는 이야기.


실제로 배우 마동석은 한국과 북한에서 전쟁이 나면 바로 소개 명령을 받고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인물.                                



영화 백두산의 이야기는 꽤 그럴싸하다. 초반 10분까지도 굉장히 몰입감이 있는 영화다. 실제로 있을법한 백두산 화산 폭발을 시작으로 강남 한복판이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가 되는 오프닝은 한국 영화사에 손꼽을만한 명장면이다. 하지만 CG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지 제작비 260억이라는 물량을 투여한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의 3분의 1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백두산도 결국에는 지루한 캐릭터 싸움이다.

아내 '최지영(수지)'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기다리며 전역을 앞둔 조인창은 강남대로에서 강도높은 지진과 화산재가 뒤엉킨 생지옥을 맛본다. 이윽고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정전협정을 깨고 비밀리에 침투하여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과 접선해 핵탄두를 손에 넣은 뒤, 백두산 아래에 북한이 뚫어놓은 탄광으로 들어가 마그마 방을 만드는, 불가능한 미션을 진행한다. 영화는 초반 백두산 화산 1차 폭발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강남의 대지진씬은 한국 영화의 기술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들었다. 늘 걷고 보던 익숙한 풍경이 삽시간에 지옥도로 변해버리는 광경은 백두산 폭발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더욱 살갗을 파고드는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도 모르게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이미 멸망해버린 북한을 향해 수송기를 타고 날아가던 폭발물 처리팀과 그들을 호위하러 보내진 특전사팀은 화산재로 인해 북한 한복판에 불시착 하게 되고 쌩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폭발물 처리팀만 덩그러니 남게된다. 리준평의 뒤통수 안에 심어져 있는 GPS로, 포로가 되어있는 리준평을 찾아낸 조인창은 쉽게 협조하지 않는 리준평을 어르고 달래며(?) 북한을 가로질러 백두산까지 동행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속셈을 알아챈 미국과 중국이 핵탄두를 차지하려 개입하게 되면서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치게 되는데 우리가 그동안 영화나 매스미디어에서 많이 봐왔던, 미국과 중국은 나쁘고 북한은 우리의 친구라는 괴랄한 슬로건을 영화 백두산에서 또 한 번 보여준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고 미국이 없었다면 서울은 진작에 불바다가 됐을 거라는 걸. 다분히 '북한은 같은 민족' 이라는 정치적인 요소도 깔려있는 영화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정우와 이병헌의 연기 덕분에 꽤 가려져서 종북, 좌빨이라고 부를만한 영화는 또 아니다. 시나리오를 은근히 교묘하게 잘 쓴 듯. 






아무튼 서울을 시작해 백두산 까지 가는 여정을 그리면서 백두산 아래에 잠들어 있던 화산의 1차, 2차, 3차 폭발까지 영화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근데 재난 씬을 다 합쳐도 30분도 되지 않는다는게 핵심. 오프닝에 등장한 강남 지진 장면이 가장 긴 재난 장면이고 2차 폭발에선 최지영이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타러 인천으로 가다 한강 인근의 댐이 지진으로 인해 붕괴되면서 차에 갇힌 채로 한강에 빠지게 되는데 이 장면이 5분 정도 된다(근데 임산부가 수영을 왜그렇게 잘해?). 





북한에 있던 조인창 일행은 버스를 잡아 타, 후진으로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는 필사의 액션을 보여준다.

마지막 3차 화산폭발 씬은 예고편에도 나왔던 리준평과 조인창이 북한의 택시로 백두산을 향할 때 등장한다. 배경이 북한이고 이미 폐허가 됐기 때문에 가장 볼 게 없었던 장면. 이런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꼭 주인공들이 실패하는 걸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영화 백두산을 보면서, 작전에 실패해 결국 백두산 화산 4차 폭발로 부산 인근까지 내려오게 되는 용암 장면이 정말 궁금해졌다. 어찌됐든 많이 부족한 재난 씬을 채우는게 하정우와 이병헌의 로드무비급 액션 장면들이다. 만날 때 부터 티격태격 하던 두 사람은 '나 민간인이라고!!' 라면서 발버둥 치는 조인창이 리준평을 형이라고 부르기 까지 하며 장갑차와 버스를 타고 북한의 여기저기(주로 산 속...)를 종횡무진 한다. 영화 속에서 처음 보는 하정우와 이병헌의 티키타카는 시시때때로 북한 사투리를 뱉느라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대사들로 점철된 리준평의 말투에 상관없이 두 배우의 일상적인 버드무비를 보는 듯했다. 자식의 얼굴도 모르던 리준평은 협정을 어긴 남한의 조인창을 중국에 팔아 넘기려 하고 그 사실을 모르던 조인창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혜안을 발휘해, 결국 불가능했던 미션에 성공하며 한반도는 다시 평화를 맺는다(영화 마지막에 남북한의 한반도 재건설 협약 장면을 보면 종북 영화가 맞는 것 같기도...).

CG 장면이 너무 짧아서 재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엔 어폐가 좀 많이 있는, 남한과 북한의 첩보 액션 영화 같은 작품이다. 마치 현빈과 유해진이 주연했던 영화, '공조(2016)' 에 백두산 화산 폭발을 뿌린 느낌. 하지만 배우들의 명연기와 빠른 화면 전환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영화 되시겠다(배우 수지의 분량도 컴퓨터 그래픽이 쓰인 재난장면과 함께 사라졌다). 우리가 대중 매체에서 북한을 열심히 빨아줘봤자, 돌아오는 건 미사일들 뿐인데 가끔 좀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꿈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중국의 꼭두각시고 한국은 미국의 앞잡이 인것 처럼. 대한민국만의 아이덴티티를 영화 속에서라도 찾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북한이 우리의 우방국은 아니지.




+

영화 백두산의 쿠키영상은 한 개다.

영화가 끝나고 첫 번째 엔딩 시퀀스 뒤에 바로 등장한다. 조인창이 리준평에게 테이저건을 맞고 장갑차 안에서 쓰러졌을 때, 잠결에 아내 최지영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어이없어 하는 장면으로, 굳이 안 보고 나와도 된다.

++

영화 백두산에는 깜짝 놀랄만한 카메오가 등장하는데 바로 배우 전도연이 리준평의 아내로 등장한다. 난리가 난 북한의 아파트 안에서 마약에 절은채 죽음만 기다리는 역할로 나오는데 잠깐 등장하는데도 포스가 어마어마해서 특별출연한 전도연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영화 백두산은 할 일을 다 한 느낌.





2020년 2월에 개봉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에 주연으로 나온다는데 마치 본작에서 맛보기를 하는 느낌이다. 전도연 밖에 할 수 없는 마약중독자 역할을 짧지만 아주 강렬하게 보여준다. 중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넘어온 어느 조선족 형님이 말했던, 북한은 중국으로 납품하는 마약 수익에 겨우 연명하고 있다는 걸 살짝 보여주는 장면이라 더욱 임팩트가 있었다.

+++

영화 백두산은 용산 CGV에 있는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다. 아이맥스 포맷으로 촬영하지 않은 영화지만 CGV는 가끔 이렇게 '논-아이맥스(non-imax)'라는 이름을 붙여, 아이맥스 전용관에서 상영한다. 덕분에 용산 CGV 아이맥스관을 처음 들어가 봤는데 인천 CGV에 있는 아이맥스 전용관 보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그만큼 관객석과 스크린이 상당히 가까워서 더욱 스펙터클한 영화 감상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인데 왜 아이맥스로 찍지 않았는지 의문. 한국 영화계는 아직 기술력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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