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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7. 2016

쎄시봉

넌 나를 위해서 뭘 해줄 수 있는데?

평생 너를 위해 노래할게















노래 하나로 두시간 짜리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주.

놀러와였나 하는 프로그램에서 '쎄시봉' 이라는 흘러간 포크 주자들을 소환 시켰던 일이 있었다.

그 시대를 살진 않았어도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는, 딱 그들의 이름 세 글자로 가늠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쎄시봉 이라는 음악 감상실에서 쎄시봉이라는 포크 트리오를 다룬 이야기다.

하지만 김현석 감독이 '건축학 개론' 을 감명깊게 봤는지 후반으로 갈 수록 쎄시봉 보다는 그들의 아련했던 첫사랑(혹은 첫사랑 비스무리한) 에 초점이 맞춰진다.

영화에서도 분명히 밝히지만, 번안 곡인 '웨딩 케이크' 한 곡으로 이런 아련함을 주는 이야기를 쌓아올린 시나리오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덕분에 영화(와 송창식과 윤형주) 는 점차 추억팔이가 아닌 로맨스로 변하지만,
김윤석 아찌와 김희애 누님이 보여준 중년 로맨스가 의외로 묵직했기 때문에 영화의 균형을 나름 잘 잡아줬다고 할까.
(나는 두 사람이 등장 하는지도 몰라서 정말 깜짝 놀랐다. 역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무 정보 없이 보는게 개꿀잼)

'우린 전설이었어!' 라며 한낱 '증명 영화' 로 마무리 되지 않아 좋았지만,

허구의 인물 덕분에 엔딩에선 얼굴마저 사라진 송창식과 윤형주는 플롯을 위한 소모품 같아 보여, 조금 아쉬웠다.






+
감독은 이 영화에 쓰인 음악들을 위해 6억 이라는 저작권료를 지불했다고 한다.
덕분에 포크 송들이 귀가 아플 정도로 내내 맴돎.
(강하늘 노래 참 잘하더라. 얼굴도 잘생긴게.)



++
정우는 응사의 모습 그대로다. 아직 안질리니 다행.



+++
쎄시봉에서 트윈 폴리오로 바뀐 웨딩 케이크의 가사.
(영화 제목을 웨딩 케이크로 지었어도 됐을 법 하게 곡 안에 영화의 핵심이 들어가 있다)


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잠 못 이루고 깨어나서
창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사람은 간 곳이 없고
외로이 남아 있는 저 웨딩 케익
그 누가 두고 갔나 나는 아네
서글픈 나의 사랑이여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사랑치 않는 사람에게로
마지막 단 한 번만 그대 모습
보게 하여 주오 사랑아
아픈 내 마음도 모르는 채
멀리서 들려오는
무정한 새벽 종소리
행여나 아쉬움에 그리움에
그대 모습 보일까
창 밖을 내어다 봐도
이미 사라져 버린 그 모습
어디서나 찾을 수 없어
남겨진 웨딩 케익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남겨진 웨딩 케익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크레딧에서 김희애 누님의 목소리가 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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