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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9. 2016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필립 k. 딕 외

걔들 몸은 고깃덩어리래 - 테리 비슨
태양 아래 걷다 - 제프리 A. 랜디스
미친 몰리에게 복숭아를 - 스티븐 굴드
뱀의 이빨 - 스파이더 로빈슨
조슈아 삼촌과 그루글맨 - 데브라 도일, 제임스 D. 맥도널드
클리어리 가에서 온 편지 - 코니 윌리스
브라이언과 외계인 - 윌셔털리
다른 종류의 어둠 - 데이비드 랭포드
우주 비행사가 될래? - 그렉 반 에커트
슬픔의 카드 - 제인 욜런
탄젠트 - 그렉 베어
외계인의 생각 - 필립 k. 딕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 낸시 크레스
링컨 기차 - 머린 f. 맥휴
아서 스턴벡이 화성에 변화구를 소개한 이야기 - 킴 스탠리 로빈슨
폐품 수집 - 올슨 스콧 카드
위대한 이별 - 로버트 찰스 윌슨




서점에서 필립 k 딕의 단편집들을 검색하다가 우연치 않게 이 책에 실린걸 알게되어 읽게된 책.

책을 구입하기도 전에 이 책을 집어든 채로 서서 필립 k 딕의 소설을 단시간에 읽었을 만큼 짧은 단편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됐을법한 책이었지만 예전 sf단편집들을 읽었던 경험을 되살려
꽤 좋은 작가들을 새로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역시나 깨알같은 재미와 즐거움을 준 단편집이다.
또한 여러 sf문학의 작가들이 얼마나 대단한 직업을 갖고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는지도 알게됐다.

내게 sf단편집은 작은 부페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관을 지닌 소설들도 여럿 실려있긴 하지만
선호하는 작가 외의 같은 장르를 다루는 작가들은 어떤 글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과학적 시스템을 소설에 투여했는지 잘 알려준다.

이 단편집 역시 여러 생각의 전환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걔들 몸은 고깃덩어리래
전문이 대화체로 되어있다. 두 외계인의 대화에서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려준다.
-태양 아래 걷다
달에 기지를 지을 수 있나 탐사하러 여행을 떠난 우주선이 사고로 불시착해, 혼자 살아남은 여자주인공이 환상적인 달의 뒤편을 걸으며 생존하는 이야기. 
-미친 몰리에게 복숭아를
황폐해진 지구 때문에 거대한 빌딩에서 층별로 모여사는 사람들. 영화 '점퍼' 의 원작자. 
-뱀의 이빨
부모와 이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미래의 자식들의 이야기.
-조슈와 삼촌과 그루글맨
환경오염때문에 파견된 에이전트들을 괴물취급하는 한 시골 농가 사람들의 이야기.
-클리어리 가에서 온 편지
폭발때문에 파괴된 통신수단 덕분에 그저 모든걸 예측만 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브라이언과 외계인
지구를 없애려는 거대한 음모를 지닌 외계인들을 한 꼬마아이가 물리친다는 시트콤같은 내용의 소설.
-다른 종류의 어둠
그림이나 수학적 기호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미래. 
-우주 비행사가 될래?
건조한 어체로 독자에게 이야기하듯 말하는 소설.
-슬픔의 카드
우주인들에게 자신 행성의 과거들을 차분하게 이야기 해주는 어느 여자에 관한 내용.
-탄젠트
영화로 만들어도 꽤 재미있을 법한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소설.
-외계인의 생각
'어메이징 스토리' 를 보는듯한 내용의 조금은 섬뜩한 외계인들의 생각.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한 식당에 외계인이 찾아온다는 이야기(책의 제목과 표지가 바로 이 소설).
-링컨 기차
미국 sf장르에 속해있는 '대체 역사 소설'. 링컨이 암살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서 스턴벡이 화성에 변화구를 소개한 이야기
화성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나고 화성의 아름다운 배경이 좀처럼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소설.
-폐품 수집
'클리어리 가에서 온 편지' 와 마찬가지로 전쟁이나 핵폭발 후의 미래를 그린 소설.
-위대한 이별
짧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한국 문학세계에서 왜 sf를 청소년 문학쪽으로 분류해 놓는지에 대한 여부다.
이 책도 '10대를 위한 sf 걸작선' 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태어났다.
물론 기본생활 지침서나 인기작가의 책만 불티나게 팔리는 한국의 책 시장의 행태로 볼때
sf장르는 장사가 안되는 부류에 속하겠지만
이 책에 실린 여러 작가들 중엔 NASA에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쓴 작가도 있고,
과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들도 여럿이다(휴고상이라던지 세계적 문학상 수상자가 대부분).
부제를 만들지 않으면 대중들의 눈에 띄지도 않을걸 염려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정말 sf장르문학은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해서 저런 부제를 걸은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뇌가 없어?"

"아, 뇌는 있어. 뇌까지 고깃덩어리란 얘기지. 아까부터 내 말이 그 말이잖아."

"그럼......... 생각은 어떻게 해?"

"내 말 못 알아들었지? 믿을 업두가 안 나는가 보네. 당연히 뇌로 생각을 하지. 고깃덩어리 뇌로 말이야."

"생각하는 고깃덩어리라니! 날더러 고깃덩어리가 생각을 한다고 믿으라는 거야?"

"그렇다니까! 생각하는 고깃덩어리! 의식이 있는 고깃덩어리라니까! 사랑도 하고, 꿈도 꾸는 고깃덩어리! 몽땅 다 고깃덩어리라고! 이제 좀 알 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줘야 해?"

"맙소사! 진담이었구나. 정말 걔들 몸이 고깃덩어리란 말이지."

"이제야 알아들었군. 고맙기도 하지. 그래, 걔들 몸은 정말 고깃덩어리야. 그런 애들이 자기들 시간으로 거의 백 년 동안이나 우리와 접촉하려고 노력해왔다는 거야."

"맙소사. 그 고깃덩어리들은 어쩔 생각이래?"

"우선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해. 그리고 우주를 탐사하고, 다른 지성체들과 접촉하고, 생각과 정보를 주고받고 뭐 그런 걸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뻔한 소리지."

"그렇다니까. 전파로 우리에게 보낸 메시지가 바로 그런 내용이었어.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여보세요.' 어쩌고 저쩌고."

"그럼 걔들도 말을 하긴 한다는 거네. 단어나 아이디어나 개념 같은 것은 안단 뜻이지?"


                         -걔들 몸은 고깃덩어리래



다음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지평선 위로 지구가 보였다. 검은 산에 반쯤 가린 하얗고 파란 구슬 같았다. 안테나의 삼각대를 펴고 조심스럽게 신호를 입력했다.


(중략)


게다가 해가 지기 전에 구조대를 보낼 방법도 없다고 했다.
안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트리시는 가늘고 푸른 초승달 모양을 보고 앉아 생각에 잠겨 거친 황햐를 응시했다.


(중략)


머리 위에서 꼼짝 않는 태양과,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내려가면서 천천히 회전하는 몽환적인 푸른 초승달 모양의 지구, 집중이 흐트러졌다. 달그림자호는 쉬운 임무라고들 했다. 앞으로 지어질 달 기지의 후보지 몇 군데를 저궤도로 비행해 지도를 만드는 임무였다. 달그림자호는 처음부터 착륙 계획 없이 만들어졌다. 달이든, 어디에든. 그래도 트리시는 달그림자호를 착륙시켰다. 그래야만 했다.


(중략)


"정신 좀 차려 잠꾸러기야."

캐런이 말했다. 그녀는 하품을 하고 몸을 쭉 펴더니 고개를 돌려 지나온 발자국을 보았다. 긴 발자국 끝에는 지평선 위 지구가 작고 파란 돔처럼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단조로운 회색 풍경에서 유일하게 색깔을 가진 점이었다.


(중략)


                         -태양 아래 걷다



무리가 물건값을 세어 건넸다. 나는 주머니에 밭아 넣고 지퍼를 채웠다. 무리가 내가 지난번에 내려왔을 때 주문했던 생필품을 끄집어냈다. 나는 하나씩 받아 가방에 던져 넣었다.

"무리, 여기 신선한 과일은 있어요?"

"어이, 내가 무슨 백만장자라도 돼 보여? 그런 건 750층 위에 사는 사람들이나 구경하지. 쳇, 752층까지 올라가는 경호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 거물이 752층 사람하고 얘기하는 사이에 나는 발코니에서 기다렸거든. 그놈 정원에는 사과에 복숭아에, 심지어 체리까지 있더라! 맙소사, 체리라니!"


(중략)


"흠."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휴스턴 시내를 걸어가 본 적은 있니?"

그가 입을 벌리고 뭐라고 말하려는 듯 눈을 껌벅이다가 도로 입을 다물었다. 그는 결국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대꾸했다.

"지상에서? 아니. 저 밑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잖아."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지. 마지막으로 트랜퀼리티 공원에 갔을 때 그들은 태국 땅콩 소스에 악어 꼬리를 찍어 먹고 있었어. 악어가 그들을 먹고 있을 때 말고는."


                         -미친 몰리에게 복숭아를



프레디가 두 번째로 고른 아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발 소년으로, 그들 기준으로 대담하긴 하지만 과격하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갈비뼈가 드러난 몸과 애처로울 만치 가는 팔, 길고 매끈한 다리. 지루한 듯 조금 일그러진 입술 위로 영리해 보이는 눈이 빛났다.

"지나치게 멋진걸. 여기 단골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오늘 밤에 처음 온 우리가 저런 애를 구한다고?"

"나는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좋아해. 달을 노리다 보면 언젠간 가질 수 있겠지."


(중략)


그녀는 경찰다운 감각으로 데이비의 잠재성을 알아보았다.
팝은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걸까? 데이비는 얼마나 정직할까? 그의 영혼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얼마나 깊이 나 있을까? 이 사회가 그의 잠재의식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쏟아 넣었을까? 그는 만드는 자, 누리는 자, 훔치는 자 중에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까? 이 술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상처 입은 채 걸어 다녔다. 데이비의 상처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데이비, 혼자 지낸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니?"

그는 굳은 얼굴로 술집의 사냥꾼과 사냥감 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네 애가 당신들하고 이혼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중략)


"제가 먼저 말하죠, 시간이나 절약하게. 그래도 당신들이 왜 아틀라스인지는 가르쳐드릴게요."

그가 프레디와 테디를 찬찬히 위아래로 훑었다.

"어디보자. 당신들은 순진한 사람들이죠. 시청이나 사회복지나 아니면 그 둘 다에 관련된 일을 하겠죠. 두 분 다요. 아주 헌신적이고 걱정도 많겠죠. 에디가 법정에서 어떤 주장을 했을지도 맞힐 수 있어요. 들어보실래요?"

"지금까진 괜찮아."

테디가 딱딱하게 말했다.

"이혼 확정 판결에는 '개념 조건화, 개성 억압, 권위주의' 라고 나와 있겠죠. 신이 작은 녹색 정령들을 만들었던 것만큼이나 확실해요. 그렇지만 이 말에는 진짜 이유가 빠졌어요. 바로 '소유권 망상' 이에요."

그들은 앞의 세 죄목에는 눈에 띄게 움찔하지 않았지만, 네 번째 죄목에는 둘 다 반응하고 말았다. 데이비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자, 당신네들의 열쇠말, 당신네들을 무장해제 시킬 단어는 바로 '미래' 죠. 왜인지도 알겠어요. 당신네들은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에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둥 하면서요. 과거는 지난 일이라 바꿀 수 없고, 현재는 바로 여기 있으니 너무 늦었다. 그러니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라고 생각하겠죠. 두 분 다 정치에 열심히 참여하시죠? 맞죠? 제가 맞혔죠?"


(중략)


프레디의 시선이 근처 벽에 스프레이로 거칠게 그려진 그라피티에 멎었다. "더러운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워." 라고 쓰여 있었다. 맞은편 벽에는 깔끔한 글씨로 "뱀의 이빨보다 날카로운 것은 고마워할 줄 모르는 아이일지니." 라고 틀린 인용이지만 사려 깊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팝, 어째서 '또 다른' 이라는 말이 단어 중에 가장 잔혹할까요?"

"무슨 말이슈?"

"음, 혼자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솔직하게 자기가 바보라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저' 또 다른 바보는 누구나 되지 싫어하죠. 녀석은 우리더러 '또 다른 멍청한 아틀라스 부부' 라고 했어요. 그가 했던 모든 말 중에 그 말이 가장 아팠어요."


(중략)


프레디가 눈가를 닦는 사이 노인은 재빨리 웨이터에게 주문받은 술이 담긴 쟁반을 내어주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 프레디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손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말하자면, 음식쓰레기 속에 깊이 빠져 있다면 뭐, 기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빠져 있다면 쓰레기 더미에서 기어 나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자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엄청 낮게 느껴질 거요. 하지만 그건 시각적 환상일 뿐이지.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빠져나갈 확률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중요한 건 당신이 얼마나 똥구덩이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하고, 당신 발에 맞는 신을 얻을 수 있냐야."


                         -뱀의 이빨



"첫 해에 전염병이 돌았고 십 년째에 화재가 났다. 그다음 죽음의 땅에서 그루글맨이 나타났다......."

         ㅡ『신세계의 역사, 시작부터 오늘까지』
     친선 십자로 연방 대변인 압솔롬 스티어포스 지음

그루글맨, 그루글맨, 셋 중 하나만 데려가요. 그루글맨, 그루글맨, 절 데려가지 마세요.

         ㅡ어린이들의 술래 정하기 노래, 풋힐즈 지역


(중략)


또 다른 그루글맨이 모퉁이를 돌아 나타나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조슈아 삼촌은 속도를 늦추는 대신 리지를 바닥에 눕혀놓고 총을 휙 내려 개머리판으로 그루글맨의 머리를 쳤다. 그루글맨이 쓰러졌다.

"그루글맨들은 좌우를 거의 보지 못하지."

조슈아 삼촌이 댄에게 중얼거렸지만, 어떻게 알았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리지를 데리고 먼저 나가ㅡ 백 걸음 정도만 가 있어. 거기서 날 기다려."

"뭐 하시게요?"

조슈아 삼촌은 칼을 꺼냈다.

"사냥꾼은 무리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냥감의 가죽을 입지. 자, 가거라."


(중략)


그러나 댄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리지를 부축해야 할 때 어깨 너머를 돌아보고 안 사실이었다. 그루글맨의 가죽을 벗기면 나오는 것은 피와 살점과 창백한 푸른 뼈가 아니다. 

당신이나 나와 꼭 같은 인간의 모습이다.

5. (TS) 이행. '생물학적 표본 추출 및 멸균 본부(BSSC)'가 여기 SECEC의 지휘하에 설립되었다. 이 본부의 존재는 현지민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비밀에 부친다. 철저한 위행이 최우선이다. 근무를 명받은 직원들은 미승인 환경에 접촉할 시 항상 장화, 장갑, 가스 방독면, 자가 호흡 기구를 포함한 방역복을 철저하게 착용해야 한다.

       ㅡ아넥스 K가 오르드겐 4B에게, 특급 비밀 노폰 윈텔, 알파 한정 배포


                         -조슈아 삼촌과 그루글맨



내년 여름이라고 뭐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작년에는 기껏해야 양상추와 감자밖에 나지 않았다. 양상추는 내 부러진 손톱만 했고 감자는 돌맹이처럼 단단했다. 탤봇 부인은 고도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빠는 엉망인 날씨와 여기서는 흙으로 통하는 파이크스 피크(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로키산맨의 산)의 성긴 화강암 때문이라고 했다. 아빠는 잡화점 뒤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가서 손수 만드는 온실에 관한 책을 구해 오더니 온 집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탤봇 부인마저 온실에 미쳐 있다.
한번은 어른들에게 "이 고도에서 첫 번째 사망 원인은 편집증 이라죠." 라고 했지만 어른들은 널빤지를 자르고 비닐을 고정시키느라 바빠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중략)


"토마토 씨앗은 가져왔니?"

아빠는 내 말이 들리지도 않은 양 물었다.

"아니면 편지를 찾느라 바빴어?"

"찾은 게 아니라 눈에 보였던 거예요. 다들 클리어리 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비닐을 두 번째 틀에 걸쳐 당겼다. 어찌나 힘껏 당겼는지 작은 주름이 일어났다.

"우린 이미 알고 있었어."

아빠가 내게 손전등을 건네고 스테이플러를 내 손에서 가져갔다.

"나가 말해줄까? 그 집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말해주길 바라니? 좋아. 폭탄이 터졌을 때, 그 집 식구들은 시카고 가까이에 있었으니 순식간에 증발했을 거야. 그랬다면 운이 좋은 편이었겠지. 시카고에는 여기 같은 산이 없으니까. 그들은 불바람에 휩싸였거나 살이 타들어 갔거나 방사능 때문에 죽었거나 폭도들의 총에 맞아 죽었을 거야."

"자기 가족의 총에 맞았거나요."

"자기 가족의 총에 맞았거나."


                         -클리어리 가에서 온 편지



"임감 말이 맞다."

"음, 그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죽을 것이다."

스프로치가 고개를 끄덕이고, 촉수를 빨간 버튼을 향해 뻗었다.

"그러지마! 그러면 안 돼!"

브라이언이 소리를 질렀다.

"그런가?"

스플로치가 촉수를 도로 구부려 머리를 긁었다.

"녹색 버튼이 아니다. 녹색 버튼은ㅡ"

"아니, 사람들을 죽이면 안 된다고."

"이봐, 우리도 안다." 

미글릭이 빨간 버튼으로 촉수를 뻗었다.

"하지 마! 인간도 지성체야!"

"그렇나?"

스플로치의 모든 눈이 휘둥그레졌다.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플로치가 물었다.

"너희는 비빌자니아어로 말하나?"

"어, 음, 아니."

"위대하신 후질고블러 님을 숭배하나?"

"음, 아닌 것 같아."

"촉수도 없지."

"음, 없어. 그래도 우린 지성체야."

"흠....... 성간을 여행하는 우주선을 갖고 있나?"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왕복선이 있어. 인간들은 달에도 갔지."

"겨우 달까지?"

미글릭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 뗏목이다."

"우린 정말 지성체야. 우릴 이해하고 나면 알 거야."

스플로치와 미글릭이 시선을 교환했다. 미글릭이 말했다.

"이 생성은 멋진 휴게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 그러나 임감과 새가 지성체일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확인해야 한다."

"휴."

브라이언은 외계인들이 이제 남의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브라이언과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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