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아는 동생이 영화 두편을 추천해 줬다.
'안녕 헤이즐' 과 '비긴 어게인'
워낙 달달한 로맨스 물은
둘이 보게되는 때 말곤 굳이 찾아가서 보고 그러진 않지만
안녕 헤이즐은
인생의 의미를 가져다 줄게 뻔할것 같은 신파물일것 같아서 보고 싶었고,
비긴 어게인은
'원스' 의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서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선 당연히 보고 싶었다.
하지만 딱 봐도
커플들로 득실댈것만 같은 주말 극장이 아른 거려서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었다.
그동안 동생은 나름 생각해 준다고
극장에서 1+1 예매 이벤트를 알려 주었고
누군가랑은 보겠지라며
아무 생각없이 이벤트 예매를 했었는데
알고보니 결제 취소가 안되는 이벤트였고
일주일동안 함께 볼 사람을 생각해 봤다.
그리고
결국 혼자 보게됐다.
예매할 때 두 자리를 골라서
편하게 볼까도 생각했지만
예매가 늦는 바람에 혼자 보게됐다.
정말이지 주말의 로맨스 영화는
앞뒤양옆이 다 커플이더라.
그래도 이십대 때 예매 취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나보단
조금 성장한것 같아서 신기했다.
그리고 사실은
'비긴 어게인' 도 이어서 스트레이트로 보려고 했는데,
보이는 바와 같이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커피숍에서 다음 영화 기다리며
한시간 정도 책 읽을 요량으로 시간 때우다가
비긴 어게인은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라는 책인데,
유독 컬러풀한 다자키 쓰쿠루의 친구들에 비해
무채색인 다자키 쓰쿠루의 모습이
내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생각을 하게됐다.
십대의 내가 지녔던 색깔은 알듯말듯한 보라색이었고
이십대의 색은 정열의 빨강,
그리고 지금 삼십대의 색깔은 무심한 회색이라고.
물론 남들보다 약간 유별난 나의 모습을
한가지 색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나이대 별로 구분 지은 색채는
인생이라던지 라이프 스타일의 색이 아닌
그당시 내가 했던 이성들과의 사랑의 색이라고 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듯말듯하게 사랑을 했던게
십대였고
사랑만 있으면 다 될거라 생각했던게
이십대,
그리고 절대 마음을 주지 않고 외로움을 채우는데에만 급급했던 삼십대까지.
결코 적지않은 연애를 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정말 내 온 마음을 바쳐 좋아했던 사람은
이십대에 만났던
유난히 멀리 살던 한 소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는게 내 결론이다.
물론 그간 만났던 모두들과 사랑은 했다.
형태와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하지만 내 가슴을 뛰게하고
온전하게 '사랑' 이라는 단어를 붙일만한 이는
단언컨대
그 소녀 말곤 없다.
(삼십대에 들어서면서 외로움에 허덕이다가 마음을 내려놓고 개나소나 다 만나봤는데 결국 정말로 다 개나소였다)
안녕 헤이즐을 보면서
풋풋하던 그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말이지 마음가는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필요 없다는걸
절절히 깨달았다.
"no worth, without LOVE."
한때 오랜 친구와 농담삼아 하던 얘기중에
내가 꺼냈던 말이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없다는 말.
연애관계에 있서도 부합되는 말이고
일, 취미, 사람들과의 관계 등,
인생사 전체를 관통하는 말같다.
당시엔 좋다고 또 이런 이미지도 만들어,
카톡에다 걸고 그랬다.
아무튼,
'어설픈 둘 보단 완전한 하나' 가 더 낫다는게
오늘 커플속에 파묻혀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다시금 가슴 뛰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다시금 내 마음을 다 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언젠가 그런 사람이 나타나
이 글을 지우게 되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