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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9. 2016

파라다이스

베르나르 베르베르

1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 있을 법한 미래
 진리는 손가락에 - 막간의 짧은 이야기
 존중의 문제 - 있을 법한 과거
 꽃 섹스 - 있을 법한 미래
 사라진 문명 - 있을 법한 미래
 안개 속의 살인 - 있을 법한 과거
 내일 여자들은 - 있을 법한 미래
 영화의 거장 - 있을 법한 미래

2 맞춤 낙원 - 있을 법한 미래
 남을 망치는 참새 - 있을 법한 추억
 농담이 태어난 곳 - 있을 법한 미래
 대지의 이빨 - 있을 법한 과거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 있을 법한 미래
 상표 전쟁 - 있을 법한 미래
 허수아비 전략 - 있을 법한 과거
 안티-속담 - 막간의 짧은 이야기
 아틀란티스의 사랑 - 있을 법한 과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성공작 '개미' 만큼 긴 이야기를 마친 뒤 '나무' 와 비슷한 구성을 가진 책을 발표한 그의 단편집.

전작 '신' 의 스토리에 살짝 나왔던 '유토피아' 가 이 책의 커다란 제목이고 발만 담갔던 그 소재를 늘려 장편으로 구성할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의 유명한 단편집 '나무' 의 구성에서 스토리를 조금씩 늘려 쓴것만 같은 내용의 글들이 실려있다(소제목들과 함께). 그중에선 작가 본인의 실제 경험담도 직간접적으로 들어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가장 잘 쓸수 있는 이야기가 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글들도 여럿 실려있다. 여태껏 베르나르가 발표했던 책들중에 '웃음' 에 가장 큰 촛점을 맞춘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러 소재들중에 가장 재미있던건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이었다. 그 단편 읽으며 정말 박장대소를 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베르나르 특유의 개그코드를 잘 살린, 단편 영화로 만들어도 썩 괜찮을 법한 단편이다. 그리고 제일 흥미로웠던 단편은 '상표전쟁' 전세계적인 상표들을 열거하면서 말미에 작가의 귀여운 코멘트를 볼 수 있다. 개중에는 솔직히 '나무' 만큼도 못한 단편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실망했던건 이 책을 기획하면서 써내려간 순서대로 책에 실은게 아닌가 생각될 만큼 맨 뒤에 나오는 '아틀란티스의 사랑' 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여러 소설에서 이미 많이 언급을 했던 내용이기에.. 전작 '신' 때와는 다르게 한번에 발간한 출판사도 마음에 들고 '개미' 이후 모든걸 쏟아 붓는듯 했던 작가가 잠시 쉬어가는 듯한 내용이라 읽기도 쉽고 뭐 그랬다. 조금 유치한 내용들도 있고 프랑스 사람들만 재미있어 할 얘기들도 여럿 나오지만, 짧았던 '나무' 에 감질나고 너무 길었던 '신' 에 질린 사람이라면 짬을 내어 읽어보는것도 좋을 듯.



1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 있을 법한 미래
절체절명의 환경파괴앞에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총 동원해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의 소설.

진리는 손가락에 - 막간의 짧은 이야기
유명한 중국 속담을 재치있게 인용한 짧은 글.

존중의 문제 - 있을 법한 과거
유명 연예인의 경호를 맡은 한 직원의 고백.

꽃 섹스 - 있을 법한 미래
여러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기존의 섹스 방법을 탈피해버린 인류의 새로운 변이에 대한 이야기.

사라진 문명 - 있을 법한 미래
인류가 공룡을 발견했듯 미래에 살아남은 종족이 인류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단편.

안개 속의 살인 - 있을 법한 과거
한 마을의 신문사에 수습으로 입사한 사내가 파해치는 불편한 진실.

내일 여자들은 - 있을 법한 미래
미래에는 남자라는 존재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전설이 되어버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소설. 영화 '나비효과' 를 보는듯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거장 - 있을 법한 미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러 작품의 머릿말이나 감사의 글에서 이미 여러번 칭송해왔던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 과 그가 선호하는 여러 영화 감독들에 대한 집요하고 광적인 찬사가 들어있는 소설.


2

맞춤 낙원 - 있을 법한 미래
생물이 보는 시각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는 내용의 소설. 제목과는 약간 엇나감이 있다.

남을 망치는 참새 - 있을 법한 추억
마치 작가의 경험담인것 같은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

농담이 태어난 곳 - 있을 법한 미래
유명한 코미디언이 우연치않게 농담의 태생을 쫓다 겉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버린다는 내용의 소설. 페이지를 너무 심하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대지의 이빨 - 있을 법한 과거
남을 망치는 참새 처럼 작가가 소설 '개미' 를 집필하러 개미를 연구할때의 이야기인 듯한 소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 있을 법한 미래
텔레비전의 극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선택권.

상표 전쟁 - 있을 법한 미래
실제로 일어날것만 같은 소설. 세계의 여러 상표들이 나와서 그런지 흥미진진하다. 내가 내린 이런 결과가 소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일까?

허수아비 전략 - 있을 법한 과거
조금 더 정치적인 내용을 썼다면 꽤 재미있었을것 같은 이야기.

안티-속담 - 막간의 짧은 이야기
굳이 한국어번역판엔 안넣어도 됐을법한 내용의 글.

아틀란티스의 사랑 - 있을 법한 과거
남을 망치는 참새, 대지의 이빨 처럼 작가 본인의 경험일것 같은 내용의 소설. 전작 '신' 이나 여러 작품속에서 늘 얘기하던 '아틀란티스' 에 대한 최면속의 경험을 글로 썼다.






















1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 있을 법한 미래


목 매달린 사람이 시퍼런 혀를 빼물고 있었다. 그 주위 다른 나뭇가지에도 사형수들이 매달려 있었다. 한 그루에 한 명씩. 이따금 한 그루에 둘씩. 모두 목둘레에 죄목이 적힌 팻말을 걸었는데, 그 팻말엔 단어 중에서도 가장 외설적인 이 단어가 적혀 있었다.
<환경 파괴범>
보통 나는 그런 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시 대부분의 공원에 있는 나무들엔 이런 유의 을씨년스러운 열매들이 장식처럼 달려 있었으니까. 또 이 세상 다른 모든 도시의 공원 들에도. 그렇지만 이런 광경이 유독 눈에 잘 띄는 곳은 바로 여기. 뉴욕 한복판의 센트럴 파크일 터였다. 왜냐하면 조깅하는 사람들이 그 광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운동에 전념한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중략)


뉴욕의 가장 높은 마천루 위로 보잉 797기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휴가차 플로리다로 가는 사람들일 터였다. 대단한 관광객들이다. 휴가를 떠나려면 장딴지가 튼튼하고 건강해야 하니 말이다. 비록 보잉 797기가 옛날 제트 엔진 항공기들과 외양은 똑같아도, 그리고 날개에 달린 엄청나게 큰 헬륨 풍선에 의해 공중에 떠 있다고는 해도, 마이애미 해변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힘차게 패달을 밟아 나선형 프로펠러를 돌려야만 한다. 여행은 여러 날이 걸렸으며, 기내 분위기는 꼼짝 없이 내내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 땀 냄새, 그리고 승객에게 물과 음료, 에너지 보충용 영양 바, 기내식, 근육 뒤틀림 방지 연고 등을 날라 주는 스튜어디스들의 피곤함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들 때문에 사뭇 긴장이 감돌았다. 그렇게 가는 게 심장에 좋다고들 했다. 게다가 관광객들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비록 기진맥진해지긴 해도 근육 단력만큼은 제대로 되어 있었다. 나는 어떤가 하면, 더 이상 그런 종류의 운동을 할 만큼 스포츠 취미나 인내심은 없었다. 휴가라는 것이 너무 피곤했다.


(중략)


나는 뉴욕 버스 회사의 사무실들을 뒤지면서 조사를 계속했다. 마침내 발견한 것은, 이들이 뉴욕 시내며 외곽 지대에 사람을 쏘아나를 투석기 수천 개를 설치해 뉴욕 지하철 회사와 경쟁하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또 다른 사무실들을 뒤지다가, 언뜻 봐서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사실을 알아냈다. 뉴욕 버스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골프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며, 이 골프 전문가들은 장거리 비행 경로에 바람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다. 궁술(弓術) 전문가들 또한 그들이 과녁을 제대로 맞힐 수 있게 돕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진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해도, 매일 아침 붐비는 출근 시간에 사무용 가방을 든 근교 주민 수백만 명을 하늘로 쏘아 올려 도심까지 보내는 수천 개의 투석기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면 똑같은 직장인 수백만 명이 함께 또 날아올라 각각 교외의 자기 집에 떨어진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하늘로 피융 쏘아 올려진 이런 군중의 이미지는 뭐랄까, 정말 <미학적>인 데가 있었다. 불꽃놀이의 불꽃이 팡 터지는 모습처럼, 혹은 단숨에 피어나는 꽃처럼.
<교외 주민을 위한 투석기라......>
이런 엉뚱한 생각을 누가 상상으로라도 해보았을까?


(중략)


시속 60킬로미터.
이보다 더 빨리 가기는 어렵다. 나는 한숨을 쉬며 끙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가다가 하마터면 트럭과 부딪칠 뻔했다. 나는 제발 뒤따라오는 자들이 그 틀럭과 충돌하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렇지만 그들도 트럭을 피했다. 마침내 그들은 옆 차선으로 추월하여 내 차를 앞질렀다. 내 택시는 달리던 길을 벗어나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고, 안전띠에 묶인 내 몸도 함께 굴렀다. 보행자 한 사람과 부딪쳤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차체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환경 보호 차량의 장점이 바로 이것, 즉 비틀리고 찌그러진 차 안에 타고 있어도 최소한 뭉개져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략)


나는 선고를 받고 <위험한 경우>에 해당되는 감방에 감금되었다. 처형 전날 밤, 브루스 넴로드 사무총장이 직접 내 독방까지 면회를 왔다. 맹인이니 길잡이 역할을 하는 여비서 한 사람을 대동했다. 시각 장애인인 브루스 총장은 청색 조끼, 청색 셔츠, 청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여비서가 그를 내 맞은편에 앉혔다.

「톨레나노 씨, 당신 부친과 내가 잘 알고 지냈다는 건 아시지요.」

그가 또박또박 말했다.

「부친은 환경 오렴에 맞서 싸운 위대한 투사였죠. 앨버커키 전투에서 그분의 영웅적 쾌거를 다른 사람들이 전해 주었고, 그 전투는 지구의 생존을 위한 우리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믿습니다. 만약 우리가 앨버커키에서 졌다면......(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오염꾼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라서 자기 일신의 소소한 쾌락만 생각하고 전체의 이익은 망각하지요. 당신은 그 시대에 살아 보지 못했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땐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서 받았다가 그 봉지를 그냥 버리곤 했죠. 엄청나게 큰 디젤 엔진이 달린 4륜구동 차를 달랑 혼자서 몰고 다니기도 했답니다. 비행기는 엄청난 양의 등유를 태운 유독성 연기로 구름을 더렵혔고 말입니다.」

그의 흰 눈이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듯했다.

「예전엔, 집집마다 우편함에 선전 쪽지가 가득 들어차 있었죠. 그만큼 종이를 낭비했던 겁니다. 비닐도 펑펑 썼고요. 숲 전체를 파괴해서 나무를 재료로 일회용 젓가락이나 휴지 같은 걸 만들었죠. 공기, 물, 땅, 모든 것이 더렵혀졌죠. 즉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사소한 욕구 해소를 위해서 말입니다.」


(중략)



존중의 문제 - 있을 법한 과거


하지만 어쨌든, 우리 직업이 이러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우린 두 여자를 인적 없는 길모퉁이에 내려놨죠. 두 여자는 더 이상 움직임이 없고, 잠을 자는 것 같더군요. 어쨌든, 둘 중 더 천박한 쪽인 것 같은 여자가 코를 골더군요. 아, 그 코 골던 여자 화장한 꼬락서니 얘기를 하자면, 아주 덕지덕지 떡칠을 했더라고요. 그 여잔 코가 깨졌고 얻어맞은 흔적이 많았지요. 하지만 어쨌든 뭐 그 여자들 직업이 그건데, 안 그래요, 이런 위험이야 당연히 따르죠. 각자 자기 일을 하는 거니까. 또 한 여자는 미니스커트와 블라우스가 온통 피범벅이 되었지만, 그 얘긴 안 하겠습니다. 세탁비도 그들이 직업상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니까요, 그렇죠? 그 유명인사 고객이 지폐 몇장을 그녀들에게 휙 던집디다. 그 사람 지갑 속에는 100짜리 지폐가 여러 장 있었고, 인색하진 않았어요. 적어도 그거 하난 장점으로 인정해 줘야 해요. 아예 통 큰 사람이라고까지 할 수 있던걸요. 그렇지만 난 좀 거북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방어할 힘도 없는 여자들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바로 그 전주에, 이 유명한 사회자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주제가 <매 맞는 여성들>이었는데, 방송에서 우는 걸 봤거든요. 세상은 요지경이에요. 머리엔 반지르르하게 기름 바르고 호감 가는 미소를 짓고, 남들이 <이상적인 사윗감>이라고 부르는 그런 놈이. 사람들은 순진하단 말이에요. 만약에 사람들이 사실대로 안다면 어떻겠어요.


(중략)


그들은 서로 패기 시작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 인사가 코소보 출신 왕초를 때리고...... 아, 코소보를 유럽 연합에 합류시키는게 정말 좋은 생각인가 모르겠어요. 양쪽 진영의 우리는,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흠, 흠>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살피고 있었지요. 양쪽 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껌을 아주 세게 씹고 있었다는 거죠. 껌은 단물이 다 빠져 플라스틱을 씹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우리도 그들도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우리가 하는 이 일은요, 존중과 신중이 최고거든요. 그리고 고객들로 말하자면...... 이건 결국 그들의 일이거든요. 내 고객이 기선을 제압할 때(아마도 그가 어떤 걸 먼저 냄새 맡아서 그런것 같은데), 그리고 그가 온통 끈적끈적하고 시뻘게진 커튼 봉을 휘두르기 시작했을 때, 난 마침내 내 손님의 팔을 붙들고 그만하라고 말했죠. 아시겠습니까, 단순히 직업 윤이로만 보더라도 말입니다, 우리의 고객들을 그들 나름의 <원초적 충동>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프리랜서 경호 전문가>인 우리의 의무거든요.
때론, 특히 유명 인사들의 경우, 그들은 좀...... 뭐랄까요? <변덕스러운 어린애들> 같아요. 그럼 우리는 좀...... 뭐랄까요? <분별있는 부모>같이 굴어야할 의무가 있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중략)



꽃 섹스 - 있을 법한 미래


불임......
이 단어가 그녀에겐 외설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자기 배를 사막처럼, 이제 아무것도 싹 틔울 수 없는 사막 처럼 그려 보았다.
이웃집의 다른 여자들도 그녀와 똑같은 현상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들의 난소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았다. 남편들의 정자는 더 이상 수정 능력이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언제 이런 변이가 생긴 것일까?
혹자는 피임약 탓이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꼭 끼는 바지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 정자가 죽는다고 했다. 오염된 물, 방사능에 오염된 공기, 휴대 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 유전자 변형 식품, 잠복성 바이러스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 재앙의 원인은 아무도 몰랐지만 불임 인구의 숫자는 날마다 늘어났다.
신비주의자들은, 성에서 생식 기능을 배제해 온 데 따른 당연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중략)


섹슈얼 꽃꽂이 공예가 등장했다. 금색이나 선홍색 꽃잎들이 줄무늬 부조와 음각한 작은 동그라미로 꾸며졌다.
이와 병행하여, 남녀 관계가 달라졌다. 삽입 성교가 없어져 관계가 훨씬 느슨해졌다. 연애 감정보다는 일종의 우정, 동류의식이 더 우위를 차지하여, 경쟁 관계나 힘이 개입된 관계를 배제되었다. 정조, 도덕, 결혼, 약혼, 불륜, 배신, 이런 것들이 지녔던 무게는 사라졌다. 이젠 어느 누구도 누구에게 속하는 일이 없었다. 가족이라는 개념자체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아이들은 확실한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 공동체의 보호 아래 성장했고, 공동체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라나 교육받도록 든든히 받쳐 주었다. 심지어 어머니들도 소유한다는 생각을 조금씩 잊어버렸다. 아이들은 인류의 일원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모나크 나비가 희귀해지면서 걱정이 되살아났다.


(중략)



사라진 문명 - 있을 법한 미래


의심의 여자기 없었다. 그 사라진 문명의 구성원들이 벽화로 스스로를 표현한 것이었다!
난 무서워서 토할 지경이었다. 이 괴물 같은 존재들의 무시무시한 형상은 마치 악몽의 세계에서 뛰쳐나온 것 같았다. 와락 두려움이 덮쳐 와, 되돌아서 다시 저 위로 올라가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잊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에 매혹된 상태였다. 역겨운 그 모습을 넘어서는 어떤 장엄함에...... 이 흉측하게 생긴 존재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우선 몸 크기가 그랬다. 추정해 보건대, 그들은 적어도 우리보다 열 배이상 더 컸다. 거인이라는 말을 쓴다 해도 그 말이 우습게 들릴 정도였다. 거인이 아니라 초거대인이었다.


(중략)


그들이 품은 원한은 변함이 없었다. 동족상잔의 전쟁이 지하 공간 전체에서 끝없이 벌어지다 이 네발의 초거대인은 결국 몰사하고 말았다. 서로에게 유독 가스를 쏘아 댔는데, 그것이 환기가 불가능한 지하의 이 밀폐된 도시들에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마지막 하나까지 남김 없이 사라졌고, 서로를 향한 증오의 충동에 의해 무(無)로 화했다.


(중략)


하나의 문명만이 아니라 아예 종(種) 전체가 깡그리 사라져 버린 수수께끼를 이해해 보려고 이 거대한 묘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어느 날, 나는 이들의 박물관 중 하나인 듯한 곳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그들이 아직 지구 표면에 살던 활금 시대의 물건들, 심지어 책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거기에서 발견한 내용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 글은 누가 보아도 어떤 다른 종, 바로 <우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를 도표와 그림으로 표현해 놓기까지 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옛날에 우리 두 종(種)은 공존했던 것이다!
나의 조상들과 그들의 조상들은 서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함께 살았다. 아니면 적어도 나란히 살았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고, 서로 관찰했다. 그리고 도표에 붙은 범례와 설명을 통해 추론하건데, 그들에게 우리는 무시해도 좋을 미미한 존재였다.
그들은 우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이런 이름으로 불렀다. <개미).


(중략)



안개속의 살인 - 있을 법한 과거


관찰자는 자기가 관찰하는 대상을 변화시킨다.
나는 간접적으로 시장의 활동을 결정하고, 그러니까 결국 이 도시의 활동을 결정하는 셈이었다. 나는 미술 전시회, 연극 공연, 음악회 등의 행가는 절대로 빠지지 않고 모조리 가서, 시장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도록 하여 문화 예술 진흥에 이바지했다.
나는 내 직업이 참 좋았다.
내가 힘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쓸모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편집국장 장폴은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다 좋은데, 너무 피곤하게 일하지는 말라고. 어쨌든 신문 기사를 읽는 사람은 얼마 안 되니 말이야.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 제목, 사진 설명 같은 것만 본다니까. 가끔가다 기사 첫 줄을 읽을 마음도 내지만, 끝까지 다 읽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특히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고란이 가장 많이 읽힌다는 거야. 그다음이 일기 예보. 별세한 노인들과 구름, 사람들은 이런 것에 가장 열중한다니까. 세번째가 축구지. 특히 시 대항 경기.」

보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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