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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30. 2016

1q84 book 1-3 [4月-12月]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5년만의 장편소설.


이름만으로 그 작가의 작품세계를 가늠할 수 있는 작가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알고보면 해외 작가들은 자신들의 색채가 확고하지만)
'상실의 시대' 를 시작으로 무라카미 월드에 입성한 나로선 이 소설이(처음 한국에 등장했을때) 너무나 묵직했고 끝나보이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연작 장편일때,
완결이 된 뒤에야 읽는 성격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세명의 지인들에게 '생일선물' 로 각권을 받게됐고,
다시 한 해가 지난 시점에야 읽게된 소설이다.
(왕복 두시간이나 걸려 출퇴근하는 회사에 다니던 때에 읽어서 책을 읽는 집중도라던지 흡입력이 역대 최고였던걸로 기억된다)

이 세권의 소설에는 무라카미의 모든것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0년대에 태어나 세기말까지 찬사를 받던 작가가 세기가 바뀐 뒤에도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는건,
굳이 책의 두께라던지 '이름값' 이라던지 하는 쓸모없는 소모전에 휩쓸리기보다 그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속에서 꾸준히 이야기 해 오던 소재들이 몽환적인 극의 배경과 맞물려, 작품의 장르를 sf라 해도 좋을만큼 전체적인 스토리가 역동적으로 꿈틀대지만 결국엔 '러브스토리' 이다.

결말을 열어두며 후일을 기대하는 무라카미의 자세도 좋고(무엇보다 다음해의 '1月-3月' 이 기다려지는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거다), 작가의 가혹하고도 무참한 두개의 달이 떠 있는 '1q84' 의 세상에 던져진 아오마메와 덴고가, 서로를 향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발짝씩 내딛는 장면들도 좋았다(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장 제목을 지은것도 좋았고).

이 책을 읽는 와중이나 다 읽은 후에도 한동안 두개의 달이 떠 있던 '하늘' 과 아오마메와 덴고의 '놀이터' 의 이미지가 쉬이 잊혀지지 않을만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다. 예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은 어딘가 음습하고 음울한 구석이 존재했던 느낌이었지만, 에소의 호랑이가 반전되어있던 아니던간에 마침내 희망찬 한 발을 내 딛는 두 사람의 모습이 '소울 메이트', '첫사랑' 이라는 흔해빠진 수식어로는 구별지을 수 없는 '무언가' 를 독자에게 전달함에 흐뭇하게 책을 덮을 수 있다.

선인세에 관한 논란(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중, 유독 이 책만 '문학사상' 에서 출판되지 않은게 눈에 밟힌다) 도 있었고, 굳이 초판을 양장본으로 엮을 필요성이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나름 세련돼 보이지만 일본에 발간된 1q84보다 상대적으로 덜 신경쓴듯한 디자인도), 작품 자체에 큰 울림을 받게 됐으니 어찌됐든 상관은 없다. 호랑이가 반전되어있던 아니던간에 말이다.

이 소설덕분에 무라카미 월드에 다시금 입성한 기분이랄까(마지막으로 읽었던 무라카미의 책은 '해변의 카프카' 였다).
그의 예전 소설들을 이제 차근 차근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을 읽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 읽으려 시도해 보았지만 정말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던 탓에 단 한문장도 읽지 못했다. 훗날 프루스트도 읽혀지는 내공이 쌓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새로운 양장본의 완결 역시 기다리는중이다).



++
더불어 3년의 생일동안 이 책을 선물해준 세 명의 소녀들(현유, 은영, 보아) 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
나는 책을 읽을때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이 등장할 경우 모서리 부분을 접는 습관이 있는데, 세권 총합 '2000장' 이 넘는 페이지에 접혀있는 부분만 수백장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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