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Oct 02. 2016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pk

-당신이 신을 만든건가요? 아니면 신이 당신을 만든건가요?

-신이 우리 모두를 만들었죠 우리는 단지 그의 형상을 만들 뿐이에요

-왜 형상을 만들죠?


-그에게 기도하기 위해서죠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털어놓으려구요

-통화장치도 들어있나요? 신이 말하는건 어떻게 듣는거죠?


-신은 어떤 통신장치도 필요없어요 직접 들으시니까요

-직접 들으신다면 형상은 왜 필요하죠?






한참 동안 쫓기고 나서야 난 깨달았죠
이 세계에는 신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정말 많은 신이 있다는걸 말이에요
그리고 각각의 신에겐 각각의 다른 규칙이 있었죠
그리고 각각의 신은 각자 자기 회사를 차려서 사람들은 그를 위해 종교란걸 갖고있고 각각의 종교마다 다른 매니저를 두고 있다는 것도요
이 세계에서 모든 사람은 각각 하나만의 종교를 갖고있죠
그건 각자 하나씩의 회사에만 속해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각자 자기 회사의 신을 섬겨야 하죠 다른 회사가 아니라요
자 이제 그럼 난 어떤 회사의 멤버인 거죠?
어느 신에게 기도를 드려야 할까요?

이제 내가 남은 선택은 하나 뿐.
모든 종교의 모든 신을 숭배하면 그 중에 하나는 분명 맞는 신이겠죠
그리고 내가 원하는걸 들어줄거에요




세상에는 두가지의 신이 있어요.

당신들을 만든 신과

당신들이 만든 신.




본격(?) 신에 대한 고찰 영화.



우리에겐 영화 '세 얼간이(3 idiot)' 로 잘 알려진 '아미르 칸(aamir khan)' 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영화다(덕분에 국내 개봉명엔 '별에서 온 얼간이' 라는 되도않는 소제목이 붙기도 함).


그를 볼때마다 에미넴과 너무 닮아서 두 사람의 먼 조상이 아마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톰 행크스와도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다), 어쨌든 2007년작 'like stars on earth(지상의 별처럼)' 부터 종종 이런류의 영화를 찍는다.



세 얼간이에서 희망 없는 인도의 청춘들(대학생) 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종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계인(인류와 똑 닮은) pk(이름은 원래 따로 없음) 는 지구에 사는 인간들의 습성을 탐구(?) 하기 위해 파견됐지만 고향에 돌아갈 우주선을 부르는 리모컨을 도둑맞아, 지구의 신(혹은 우주의 신) 에게 그 리모컨을 찾아달라 기도하기 시작하면서 길고 긴 여정(런닝타임이 두시간이 넘음) 이 시작된다.



설정 자체를 지구에 살지 않는 순수한(?), 종교가 없는 외계인으로 맞춘 탓에 이런저런 종교들에 대한 질문이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대답은 종교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언제나 같은 벽에 부딪히는 것 처럼 시원하게 얻을 수 없다.

대신 이 영화는 세 얼간이 때 처럼 늘 근본적인 대답을 내 놓는다.

물론 모두의 의구심을 충족시키진 못할 대답이지만

신 자체가 너무 많이 존재하는 인도(발리우드) 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게 하나의 거대한 도전이 아니었을까.



긴 런닝타임에 걸맞게 다각도(인도의 국교인 흰두교부터 극단적인 이슬람교까지) 로 신에 대해 이야기 하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한번쯤 볼만한 유쾌한 영화다(왜 인도영화는 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씬이 들어가 있는건지 아는 사람은 대답 좀..).




영화적 재미를 위해 외계인의 신분이지만 지구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시간낭비' 에 비유하며 후반부 부터 풀어나가기도 하는데,

나중에 좀 더 공을 들여 완벽한 멜로물에 (아미르 칸이)출연하면 정말 재미있겠다 생각.







+

세 얼간이에서 신경질적인 교수역을 맡았던 '보만 이라니(Boman Irani)' 가 말쑥하게 나와 좀 놀람.






매거진의 이전글 사우스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