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ultra
-난 뭐가 거슬리는지 알아?
저기 저 차, 많은 곳을 돌아다녔잖아.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저기 나무에 처박힐 때까지.
-저걸 운전한 사람도.
-맞아. 근데 수십년간 아무것도 않고 한 자리만 지키던 나무가 저 차를 세웠어.
-그래서?
-저 차는 항상 달렸고 저 나무는 항상 서 있었는데, 오늘 밤까지 오랫동안 가만히 있다가 멈추고 싶어하는 차를 만나서 멈추게 해 준거지.
지금껏 아무것도 않던 나무가 저렇게 아름다운걸 망가뜨렸잖아. 저렇게 멋지고 빠른..
-왜 울어?
-왜냐면 피비, 내가 저 나무같은 존재일까? 내가 나무인것 같아. 자동차인 널 멈추게 했고.
-마차가 달리는 소리를 들어라.
멘들 적색 경보에 에코 합창단 붕괴.
공을 몰고 달려라.
-그거.. 노래 가사예요?
심하게 취향타는 히어로(?) 무비.
병맛같은 소개로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때 제시 아이젠버그(마이크 하웰) 와 크리스틴 스튜어트(피비) 가 투톱으로 나온다길래 너무나 기대했던 영화다.
수입용 예고편의 오프닝에 멋진 음성으로 샬라샬라 거리는 말을 옮겨보자면,
"cia는 최정예 스파이를 만들기 위한 특급기밀 '울트라 프로젝트' 를 은밀하게 진행해 왔다. 실험 참가자들은 기억이 삭제된 채 우리 주변에 섞여 깨어날 순간만 기다린다. 그들은 당신의 친구, 가족이거나 전혀 상상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라고 합니다.
실제 미국의 cia가 'mk ultra(주로 인간의 정신을 실험하기 위해 전기충격, 최면, 심신상실, 성고문, 언어폭력, 고문등이 사용된 불법 인체실험)'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1950년부터 1973년 사이에 실행했던 이력도 있다. 빌 크린턴 대통령이 재임당시 공개사과 기자회견도 열었었고.
어쨌든 그것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을법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시놉시스나 출연 배우들만 보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법한 영화이긴 하지만, 위에서 밝힌대로 취향을 '너무' 탄다.
뻔하디 뻔한 스파이 영화들에 질려, 적절한 위트와 함께 클리셰들을 박살내 버렸던 영화, '킹스맨' 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도 600만명이나 본 한국 관객에겐
후반부로 갈수록 기대를 한껏 져버리게 만드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왜냐면 이건 그냥 청춘-사랑영화거든.
(좀 병맛의..)
한적한 웨스트버지니아 리먼에서 마트 일을 하며
적당히 삶을 영위하는 마이크의 유이한 낙은,
'아폴로 원숭이와 벽돌 칩의 모험' 이라는 만화를 그리면서
함께 살고있는 피비와 함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전부다.
(아, 한가지 또 있군. 그녀와 함께 대마초를 피우는 것)
피비가 아무리 사람들도 좋아해 줄거라고, 완성해서 작품으로 발표해 보라고 부추겨도
마이크는 그저 소소하게 그녀와 함께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걸로 만족한다.
영화 초반부와 마이크가 그리는 만화에 대한 피비의 태도에서 이질감이 어느정도 느껴지지만 스포니까 쓰지 않겠어.
그런 평범(?) 하기 짝이없던 어느날, 왠 아줌마가 나타나 마이크에게 이상한 문장들을 열거한다.
그 후 마이크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는 이야기.
이 영화도 근본은 스파이 영화이기 때문에 여러 클리셰들이 등장한다.
기계에 적당한 '스위치' 를 넣으면 구동되게 된다는 설정이나
기계에게 훌륭하게 헌신하는 조력자나
다 어디선가 본것들 뿐.
위트나 화끈한 액션씬도 별로 없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스파이 영화 특유의 간지가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예고편이 다인 영화라고들 하는 듯.
그런걸 기대한 관객들에게 바치는 니마 누리자데 감독의 심정을 대변하는 피비.jpg
뻔하지만 은근히 뻔한걸 기피하는 마음을 가진 관객에겐 충분히 어필할만한 영화다.
이상한 감정선을 지닌 나같은 사람에겐 빌런이지만 알고보면 빌런이 아닌 '래퍼(laughter)' 의 마지막 모습에 울컥할 정도.
마이크에게 '니가 부러워' 하는데.. 크흡.jpg
앞니가 없어서 더 짠해보였음ㅠㅠ
의외로(?) 흥행이 저조한 덕에 후속편 제작은 아마 무산됐겠지만 다음번이 있다면 좀 더 멀쩡하고 강력한 빌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무튼 역시 극장에서 볼까말까하는 영화들은 꼭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또 한번 굳히게 해준 좋은 영화다.
이 장면 전부턴 딱 예상이 돼 정말이지 실실 웃었다.
귀요미 마이크.
+
오프닝과 엔딩 모두에 쓰인 'american ultra' 제목의 텍스트가 각각 반전되어 나온다.
규격화 되어있는 굵은 고딕체 같은 폰트에서,
마치 마이크가 그린 '아폴로 원숭이와 벽돌 칩의 모험' 만화같은 거친 폰트로.
그리고 엔딩엔
거친 폰트에서,
다시 규격화된 굵은 고딕체로.
아마도 이게 정부의 관리하에 있던 마이크가 통제가 필요없거나 아직 눈을 뜨기 전 상태인 '야생(!)' 에 놓여있다가
결국엔 정부에게 다시 관리를 받게 되어 틀 안으로 돌아가게 된걸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아님 말고).
++
1990년대 '슈퍼 마리오' 실사 영화(영화는 폭망) 에서 처음 보고
쭉 좋아했던 존 레귀자모 횽님이 짠. 하고 남미계 향기 물씬 풍기며 등장해 주셔서 너무 좋았는데,
결론적으론 까메오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분량이...ㅠㅠ
로미오+줄리엣 이후로 아주 초큼씩 늙어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