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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2. 2016

장기하 싱글 앨범리뷰

싸구려 커피

executive producer 곰사장
produced by 장기하, 나잠 수
arranged & performed by 장기하
recorded & mixed & mastered by 나잠 수
designed by 나잠 수



1. 싸구려 커피
2. 느리게 걷자
3. 정말 없었는지



이제는 인디씬의 블루칩이 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컬, 장기하의 솔로-싱글 앨범.

언젠가 이 앨범을, 모 커뮤니티 음악 페이지에서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앨범 타이틀도 타이틀이지만 재킷이라고 덜렁 올라와 있던 장기하의 얼굴은 '이게 대체 뭔가?'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았다. 당연히 난 들어보지도 않고 스킵해 버렸고 장기하를 처음 보게된, 한 케이블 tv의 프로그램에서 중얼거리듯 리듬을 타는 '싸구려 커피' 의 라이브(?) 영상을 보게되었고 본 앨범을 손에 넣게 됐다. 


이 앨범은 그랬다. 안들어본 사람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방금 말한것 처럼 중얼거리듯이 리듬을 타는듯한 싸구려 커피 안의 오묘한 랩네이션(랩+나레이션)은 '와 저게 뭐야' 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시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았다. 하지만 장기하는, 앨범은 싸구려 커피로 밀고 나가고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 이라는 새로운 6인조 밴드로 활동하며 '달이 차오른다 가자' 의 중독성+코믹성의 댄스로 눈길을 끌었었다. 그 춤 덕분에 웹상에서는 이미, 정규 앨범이 발매되기 전부터 '인디계의 서태지' , '장교주' 라는 칭호를 받으며 네티즌들을 급속도로 중독시켜 나갔다. 


홍대를 찾아가기 귀찮아 하는 나같은 사람도, 눈으로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어도 여건상 그러지 못하는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모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를 정식 레코딩 버전으로 듣고싶어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기하는 본 앨범으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상에서 여러 상을 받아내는 쾌거를 이룩하며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눈 떠보니 대스타' 라기보다는 홍대 인디씬에서 오랜 시간 내공을 닦으며 '눈뜨고 코베인' - '청년실업' 등을 거쳐 본 싱글을 완성하게 되었다. 여전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인디씬의 몇 안되는 뮤지션.



싸구려 커피
앨범의 타이틀이자 타이틀 곡. 기타와 스내어를 문지르는 브러시, 그리고 콩가같은 타악기 사운드가 곡을 채운 트랙. 얼핏보면 대충 두드리거나 즉흥적으로 연주한 느낌이 나지만 장기하의 랩네이션을 듣다보면 일정한 운율과 리듬감이 느껴지듯, 치밀한(?) 계산속에 완성된 곡. 언젠가 장기하가 자신이 깊게 감명을 받은 곡이라며 소개한 외국 뮤지션의 곡과 흡사한 느낌도 나는 곡이다(해당 곡이 뭔지는 초록 검색창에-). '장교주' 라는 칭호를 줬던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보다 장기하가 지닌 '독특함' 의 모태가된 곡. 곡 내용과는 다른 가정환경은 대반전.

느리게 걷자
장기하가 아직 tv에서 유명해지기 전, 박명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나와 이 곡을 라이브로 소화한 뒤 박명수에게 '아니 젊은 사람이 요즘같은 시대에 느리게 살자는게 말이되냐' 라며 면박을 받았던 곡. 그만큼 제목처럼 느릿느릿한 진행과 가사들, 그리고 묘한 귀여움의 발랄함이 뭍어나는 곡.

정말 없었는지
뭔가 무의미한 가사들이, 제목처럼 정말 없었는지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게 도와주는 곡. 곡 중반부터 살짝 만져주는 듯한 드럼 사운드가 포인트.



본 앨범은 장기하가 소속되어 있는 서울대 집단으로 이루어진, '붕가붕가 레코드' 가 자랑하는 '수공업소형음반' 이다. 회사의 직원들과 뮤지션 모두가 직접 컴퓨터로 구워낸 공씨디에 라벨을 붙이고 겉의 두꺼운 곽 케이스를 조립하여 레코드샵에 갖다주는 구조를 이루고 있어, 일정량 한정판매는 물론 홍대 인근의 레코드샵, 그리고 몇개의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판매한다는 약점(혹은 강점)을 딛고 2만장 이상 판매하는 기현상을 낳았었다. 그 '직접 손으로' 제작한다는 특징(?) 덕분에 앨범엔 트랙 리스트와 약간의 크레딧만 존재할 뿐, 가사집도 재킷도 없다. 그 자체가 붕가붕가 레코드가 제시하는 '맛' 이지만 그런걸 처음 접해보는 이들에게는 '이건 또 뭐야?' 하는 불만을 토로하게 하는 앨범 되겠다. 현재는 뭐 다들 익숙해져 있는것 같지만.


추천곡
싸구려 커피, 느리게 걷자.





가내수공업의 끝을 보여주는 싱글.jpg




재킷도 업고 앨범의 구성은 이게 다다.


이때만 해도 장기하가 아이유와 사귈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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