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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거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오.





국가가 국가를, 민족이 민족을 핍박하고 억압할 때, 그 국가와 민족에게 남는것은 패망뿐이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건 부끄러운게 아니다.
부끄러운걸 모르는게 부끄러운 거다.











아득하다.


일본은 아시아를 통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국가들을 짓밟았는가.
일본은 이념이라는 사상 아래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과 위인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는가.


예쁘고 아름다운 시와 운율로 극찬을 받는 윤동주 시인님과 그의 친구이자 사촌인, 송몽규 독립운동가님의 이야기이다.



윤동주 시인님이 시를 사랑했던 만큼 송몽규 독립운동가님은 세상을 사랑했다.
전형적인 '먹물파' 로 구분지을 수 있는 윤동주 시인님에 비해, '행동파' 그 자체인 송몽규 독립운동가님의, 나라를 향한 열망과 나이를 먹어갈 수록 깊어지는 두 사람간의 골을 심도있게 그려냈다(김구 선생님이 중국 난징에 설립한 중국중앙육군군관학교에 설치한 한인특별반에 까지 찾아가 직접 군사 훈련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차가운 흑백톤으로 제작되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흑백사진 속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 일제시대를 재현하는데 있어서 막대한 비용을 윤동주 시인에게 부담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라는 이준익 감독의 코멘트가 있다.


집중도와 스토리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워낙 조용하고 묵묵한 스타일의 영화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지닌 약간의 나른함은 지울 수 없다.


엔딩에서의 윤동주 시인님과 송몽규 독립운동가님의 절규는, 한국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는, 아득함을 담고 있다.
(일본 ㄱㅆㅂㄴㄷ)



지금의 우리는 저 때의 사람들을 어쩔 수 없다.
이미 다 일어난 일이고 벌어진 사건 들이니까.

하지만 당시의 일본은
어쩔 수 없던 일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렇게 행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지금의 일본이 할 일은 저 당시 전 세계에 끼친 막대한 피해들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정도도 하지 못하겠다며 발악하는 모습들을 보면
현재 일본이 겪고있는 무수한 자연재해들이 '그냥'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동주는 굉장히 가슴 아픈 영화였다.

강하늘과 영화 품행제로에서 처음 봤던 박정민(파수꾼에도 나온다) 의 연기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윤동주 시인님의 글들도 찾아서 읽어야 겠다.












+
배급을 메가박스에서 해서
동주는 주말 프라임 타임대에도 cgv에선 다섯번 밖에 틀지 않는다(데드풀과 좋아해줘의 독과점).

하지만 동주에 대한 관객들의 열망이 어찌나 대단한지,

거의 만석이었다.
(같은 날 본 '데드 풀' 은 텅텅 빔)


cgv측에선 장사 잘 되는 영화를 상영관에서 많이 트는게 당연하겠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보는데(내 옆사람은 상영시간 내내 다리를 나한테 기대고 봄),
계열사, 배급사 운운하지 말고 인간적으로 좀
니들쪽 영화만 많이 상영하지 말고 이런 영화도 상영관 좀 많이 잡아라.

하긴, 설탕 팔던 것들이 뭘 알겄어.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등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들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는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는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경,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글믈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아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씁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들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자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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