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후... 그래도 자지는 지키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강풀의 조조(나도 저 말에 동감한다).jpg
아가씨.. 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타고 나셨나 봐요....
그리고 다시는 그 애기 장난감 같은 *대가리에 내 손 갖다 대지 마!
우리 동네에서 순진한건 불법이거든요.
-정말 매혹적이십니다.
-그런 말은 남자들이 여자 가슴 주무르고 싶을 때 하는 말 아닌가요?
박찬욱 감독의 3년만의 장편 신작.
3년동안 박찬욱 감독은 많이 다듬어졌고 많이 간결해 졌으며 음 또..
많이 변태가 되었다(두둥!).
내 당연히 박감독이 시나리오에도 참여했을 줄 알았어. 앎.. 그렇고 말고.
영화의 주 내용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그녀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김태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라고 한다.
영어식 제목이 '하녀' 라서 전도연-이정재가 주연했던 동명의 영화(2010) 를 피해 '아가씨' 라는 제목을 국내판에서만 지은게 아닐까 싶은데
참 잘 지었다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김민희가 연기를 잘하니까.
예전에 김민희라는 배우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을때, '연기 참 드럽게 못한다' 라는 생각을 늘 했었다.
그래서 영화에 그녀가 주연을 맡으면 알아서 걸러지는 일종의 '필터링' 역할을 했었는데,
우연찮게 본 '화차(2012)' 에서 연기가 굉장히 늘어버린 그녀를 보고,
'연애의 온도(2012)',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도 보곤 했다.
이 영화에서 김민희는 하정우의 대사처럼 '매혹적' 이라고 까지는 힘들지만
국내판 제목에 맞는 '아가씨' 의 연기를 아주 제대로 해 낸다.
그리고 하정우의 대칭점에 서 있는 김태리라는 신예 여배우가 정말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준다.
거의 모든 배우들을 씹어먹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일반적으로 나는
무명인 여배우가 큰 자본이나 유명한 감독의 영화에 핫샷 데뷔하며 특히 노출로 이름을 알리는 경우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김태리는 오디션을 보고 이 영화에 합류한 케이스라서 그런지
순진한듯 속물적이고 이성의 끈을 놓을 듯 말듯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툭. 하고 놓아버리는 그 어떤 지점에 있는 감정선을 제대로 표현했다.
나머지 남자 배우들,
하정우-조진웅이야 뭐 믿고보는 배우들이니..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 만큼
불편한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이고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을까
굉장한 고민 끝에 이 영화를 완성해 낸 듯 하다 박찬욱 감독은.
굳이 없어도 될 베드씬이나 변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대사들을
좀 더 은유적(솔직히 충분히 은유적이긴 해) 으로, 거장(?) 답게 조금 맛깔나게 표현했다면 또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다.
(후반부의 길고 긴 베드씬은 진심 일본의 av인줄...)
어쨌든 배우들의 연기 하나로 흡입력은 끝내주는 영화다.
(반전아닌 반전도 나름 괜찮았고)
+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은 이제 어떤 경지에 오른게 아닐까 할 정도로 '멋' 이 있다.
거울과 사물에 비쳐지거나 숨는, 두명의 등장인물이 한 쇼트에 담길 때의 그 배치!
미묘한 표정 변화!
그리고 떨리는 숨소리 하나까지 캐치하는 디테일함!
왜 박찬욱을 해외에서 그렇게 빠는지 조금 알것 같았달까.
++
아직 꽃다운 청춘인 김태리는 차기작으로 상큼한 여대생 역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기괴하고 어두운 벗는 영화 말고.
아직 애기인데 당차게 연기를 너무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