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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삐삐밴드 2집 앨범리뷰

불가능한 작전

executive producer 송호섭
producer 강기영 박현준
recording & mixing engineer 강기영 박현준 박병준 한의수
recording & mixing studio 102 studio, dmr
mastering engineer 박병준
digital editing 박병준
photography 안성진 (jam studio)
art direction 달리는 사람, yon shin from alibaba
stylist 김경미
co-producer 김진석



1. intro 슈풍크
2. 나쁜영화
3. 왜냐하면
4. 유쾌한씨의 껌씹는 방법
5. 설탕
6. 나의 이야기
7. 생일
8. s.o.s
9.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
10. 1996. 06. 12 pm 01:12.15"



요즘 애들은 잘 모르는 90년대 중반, 1집 앨범 '문화혁명(안녕하세요, 딸기)' 으로 살짝 히트를 했었던 삐삐밴드의 두번째 앨범.

삐삐밴드는 대놓고 펑크음악을 하진 않았었지만 프론트에 있었던 이윤정의 '스타일' 이 펑크 그 자체였기 때문에 종종 반항아적이고 가벼워 보이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심어놓게 됐다. '안녕하세요' 로 친근하게 다가와 놓곤 '딸기' 로 여러 어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게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오버그라운드에 화끈하게 데뷔를 했었지만 홍대 인디 클럽에서도 종종 공연을 펼치고, 도심 한복판 건물 위에서 게릴라 공연도 불사하는 등 온갖 '튀는' 행동들과 음악들을 선보였던 밴드다. 


하지만 한갖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었던게, 이들의 데뷔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의 반열에 올라가 있고, 밴드의 핵심 구성원은 시나위와 h2o 출신의 강기영(달파란)과 박현준이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출신의 송호섭이라는 인물이 존재했다. '다 모르는 사람들인데?' 라고 의문을 갖기 전에 주변에 있는 소싯적 음악 좀 들었다고 자부하시는 삼촌-엄마, 아빠들께 여쭈어 봐라. 어느새 당신은 저들을 검색 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앨범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이 앨범은 위에서 나열한 '대단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1집 앨범은 대중과 평단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었지만 본 앨범은 욕을 먹지 않으면 다행이었을 앨범이었다. 분명 삐삐밴드는 밴드 구성으로 시작했던 '밴드' 였는데 이 앨범에선 1집때와는 약간 다른 음악을 한다. 


마치 장난으로 보이는 'intro 슈풍크' 만 들어보면 앨범의 커버에서 느껴지는 키치적인 분위기를 어느정도 가늠해 낼 수 있으리라. 좋게 얘기하면 '발전' 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배신' 이다. 국내 탑 댄스 가수가 다음 앨범에서 돌연 밴드를 한답시고 기타를 메고 나오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그렇다고 삐삐밴드가 춤을 춘건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앨범덕분에 하락세를 쭉쭉 긋게된 삐삐밴드는 '붕어빵' 이라는 국내 전설의 명곡들을 리메이크한 앨범을 한장 남겨두고 세상에서 잊혀지게 된다('삐삐롱스타킹' 은 별개의 밴드). 지금은 삐삐밴드 세 멤버 모두가 각자의 프로젝트를 보여주면서 간헐적으로 살아있음을 신고하고 있지만 파격적이었던 데뷔앨범과 다소 똘끼가 한껏 뭍어있는 이 앨범이 그리운건 어쩔 수 없음이다.



intro 슈풍크
삐삐밴드 답게 고전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 에 나왔던 단어 '슈풍크' 에 대해 파헤친(?),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을 한방에 보여주는 인트로. 기타 하나와 이윤정의 성의없는 보컬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곡이다. 지금 들으면 그리 충격적이지 않지만, 이 앨범이 세상에 나왔던 때는 다들 순진했던 1996년이었다.

나쁜영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앨범의 첫 곡. 바로 앞 곡의 덜렁거리는 기타 사운드가 무색하게 컴퓨터로 찍어낸 댄서블한 비트가 흐르는 트랙. 달파란(강기영)의 dj 를 향한 야심은 이때부터 시작됐음을 알려주듯 작곡자엔 버젓이 '달파란' 이라는 요상한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다시 말하지만 96년에 말이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레옹' 과는 별 상관 없겠지만, 시종 '아저씨 싫어' 라고 하는 이윤정의 대사가 꽤 그럴듯 하다.

왜냐하면
앞서 나온 곡과 비슷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곡. 속삭이듯 뱉는 이윤정의 목소리가 나름(...) 매력인 곡.

유쾌한씨의 껌씹는 방법
앨범의 타이틀 곡. 그 당시 인디씬의 전설(!) '황신혜 밴드' 의 베이시스트 조윤석(요즘에 나오는 '루시드폴' 이 아님)을 지칭한 '유쾌한씨' 라는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분석한, 듣다보면 뭔소리를 하는건지 당췌 모르겠는 아주 유쾌한 곡.

설탕
뭔가 아크로바틱한 가사들이 참 뭐라 말 할 수 없게끔 만드는 곡. 몽롱한 분위기 위에 현실과 꿈 사이에 있는 괴리를 알쏭달쏭하게 노래했다.

나의 이야기
리듬감 있는 인트로의 샘플 비트가 귀를 휘감지만 통통 튀고 흐느끼는 이윤정의 보컬이 가사와 함께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걸 보여주는 곡(아 글쓰기 참 힘들다).

생일
마치 그 당시 젊은이들의 자아정체성을 이야기 한듯한 곡. 생각해 보면 이 곡을 들었던 게 세기말 즈음 전이라 그리 무겁게 들리진 않았다.

s.o.s
본 앨범에서 테크노 사운드(위에서 말한 달파란의 야심)를 가장 크게 들려주는 곡. 귀에 살짝 감기는 후렴구가 포인트.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
앨범의 마지막 곡. 이윤정이 아닌 다른 멤버가 1-2 소절의 노래를 한듯 하지만 별 관심은 없다(누구 목소리인지 아시는 분은 영원히 혼자 간직하시길). 하지만 비트는 지금의 클럽가에서 틀어도 손색이 없다(물론 가사는 빼고).

1996. 06. 12 pm 01:12.15"
1집에도 실려있던 브릿지 곡. 앨범에 배치된 순서를 보면 아우트로쯤 되겠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나른함과는 반대로 조금 거칠다.



앨범 리뷰를 끝냈는데 뭔가 더 할 말도 없고, 모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그당시 달파란의 코멘트를 적는걸로 마치련다.

이번 앨범은 '어떤 허구'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음악에 이입 됨으로써 좀 더 색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또 그 경험으로 인하여 개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진지)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의 해결은,
또는 그 과정은,
불가능이라는 전제조건이 있는 그만큼 강한 성취감과 희열을 제공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허구적 이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수 있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어떤 특정한 장르의 음악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장르의 장점들을 참조하여 우리식의 음악을 만들어 가고 싶다.
우리는 항상 색다른 표현에 도전하고 싶다. 
색다르다는 건 꼭 누군가와 달라야한다는 얄팍함과 같진않다. 
장르와 사조등의 범주적 제한을 초월한 형식으로 색다를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수 도 있고......
우리의 앨범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진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랬다고 합니다.


추천곡
유쾌한씨의 껌씹는 방법.





거대한 장난같은 커버.jpg




씨디는 더 가관이다.jpg


어디 웜홀 같은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중인가?


무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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