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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우리들

-너는 왜 친구한테 맨날 맞으면서 왜 그 친구랑 같이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또 때리고 나도 또 때리고 그래

-걔랑 안놀면 안맞잖아. 그냥 걔랑 안놀면 안돼?

-그럼 언제놀아?






내가 봤는데 금 안 밟았어.











세 번의 시도만에 본 영화.



워낙에 평이 좋은데 내가 애증하는 cgv 에선 너무 얄밉게 타임 테이블을 짰거나(평일 4시에 딱 한번 하더라), 우리 집 주변에선 거의 상영을 하지 않아서

1. 우선 소풍 cgv의 평일 7시 타임걸 티켓팅했다.

하지만 그 날 기분이 좋지 않아져서 내 손으로 티켓을 취소했다.

2. 멀고 먼 메가박스 아트나인(이수역 근처) 일요일 점심 즈음걸 티켓팅했다.

병상에 계신 외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 연락을 받아서 또 취소했다.

3. 어? 가만. 우리에겐 롯데 시네마가 있잖아! 하고 검색을 조금 해보니 가까운 부평점에 간간이 상영을 하길래 예매를 했다.

시간은 살짝 늦은시간이었지만 깔끔하게 보고왔다.

물논 극장에서 이 날도 혼자.





정말 극장에 아무도 없던건 너무 오랜만이라 극 상영 시작전에 핸드폰 카메라에 타이머 맞춰놓고 혼자 이러고 놀았다.



밤 10시 반에 말이다.



비가 내렸지만 혼자라서

차를 가져가서 너무 좋았지.





영화의 줄거리는


그 여름, 나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내 마음이 들리니”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선은 모두가 떠나고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난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순식간에 세상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된 선과 지아는 생애 가장 반짝이는 여름을 보내는데,
 개학 후 학교에서 만난 지아는 어쩐 일인지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선을 따돌리는 보라의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하는 지아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던 선은 결국 지아의 비밀을 폭로해버리고 마는데...
 
 선과 지아. 
 우리는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라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생 여자아이들의 심리와 우정, 질투, 왕따등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네들의 언어로까지 새로 대본을 각색해 가며 찍었다고 한다.


그 전에 나는 이 영화가 너무 불편했다.


핸드폰이 없는 아이, 거짓말을 하는 아이, 물건을 훔치는 아이, 술만먹는 아빠가 싫은 아이, 용돈이 부족한 아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 손재주가 있는 아이, 부모님이 이혼한 아이,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아이, 왕따를 당하는 아이, 은따를 당하는 아이..



너무 많은 한국 아이의 사정이 이 영화에 나오는데

아이들의 감정선, 왕따를 당하는 이유, 왕따를 시키는 이유, 이간질을 하는 이유.. 너무 많은 것들이 정확한 이유 없이 진행되고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불편하고 무서웠다.


아마 현실은 이 것보다 더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이 다음에 아이들을 낳아서 대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하는

오지도 않은 일이 걱정될 정도로

영화는 굉장히 무겁다.



포스터만 보면 뭔가 소녀들간의 우정이나 희망차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할 것 같지만,







다 페이크여..




"절대 현혹되지 말라."




그만큼 어린 아이들의 시선과 삶에서 타인과 '관계' 를 맺는다는게 얼마나 어렵는가를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종국엔 어른들의 '그 때' 를 회상케 하니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싶었다.



어린시절을 아련하게 추억하기보다는 아릿한 관계의 중요성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마어마한 성장영화다.

(살면서 성장영화보면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마음을 산산조각내는 영화다)





+

물론 아역 배우들의 미래가 지금 당장 궁금해질 정도로 연기를 너무 잘 한다.


특히 요 두명.




동생인 윤(남자아이 / 강민준) 이는 정은표 배우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 시종일관 메소드 연기(극중 엄마로 나오는 장혜진 배우와 진짜 모자사이인 줄..) 를 보여주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선 역을 맡은 최수인이라는 배우는 열 세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열 한살 짜리가 자신의 흘러 넘치는 감정이 뭔지도 모를텐데 바로 그걸 확실하게 잡아내서 보여준다.


확실히 배우 한답시고 건방떠는 어중이 떠중이같은 아이돌 가수출신 배우들보다 몇 십 단계 위의 레벨이다.



인터뷰도 읽어 보자.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4428




해외에서도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던데,






영화 우리들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 좋은 영화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녀의 이전 영화들중


콩나물과 손님도 보고 싶은데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 작은 영화라 웹에 없다 ㅠㅠ




특히 영화 '손님' 은 snl  코리아에서 지나가다 문득문득 보는 정연주라는 배우가 나와서.









뜨려고 안달인 연예계에서 굳이 단편영화, 독립영화에 출연한다는건 개인적인 연기 스펙트럼이나 커리어를 쌓으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뭔가 자신의 뚝심이나 배우라는 직업을 대하는 자세가 일반적인 배우들보다는 약간 달라보인달까.




윤가은 감독님! 네이버 다운로드에다라도 좀 풀어 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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