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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6. 2016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도시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은근함과 어쿠스틱함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 '원스' 의 감독(존 카니) 이 메가폰을 잡은,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그려낸
음악영화의 수작.


오랜만에 만점짜리 영화를 만났다.
예전에 봤던 같은 감독의 '원스' 에선
메인 테마곡처럼 너무나 잔잔해서
내가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 영화에서는 돌직구로 보여줘,
가슴에 깊게 남았다.


사랑하던 애인에게 버림받은 그레타와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댄.
치유될 수 없는 '현재' 의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나,
음악작업을 하며 서로에게 치유를 받는다.


'노래' 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거라며
자신이 쓴 곡 마저 옛 애인에게 거저 넘겨버리는 여자와,
과거의 영광 속에 취해 아내에게 건네받은
끔찍한 기억을 술로 마비시키며 살아가는 
한때 잘나가던 프로듀서였던 남자.


마치 물과 기름처럼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현실과 이상으로 열띤 토론을 하게 되지만
맨 위에 써놓은 영화의 대사처럼
음악의 본질적인 매력을 다시 찾으며
멋진 시너지 효과를 갖게 된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사람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언제나 똑같으니까.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의 곁에 얼마나 멋진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흔쾌히 함께 하고 있는지 잘 알게됐다.
(구실이야 어찌됐든 영화에 등장하는 '씨 로 그린' 이 마크 러팔로 아찌에게 쿨하게 호의를 베푸는 씬 처럼)


영화는 오프닝부터 총 세번 반복하는 인트로와
(맨 위 두번째에 써 놓은 대사도 세번 나온다)
엔딩타이틀까지 버릴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만큼 두 주인공이 타인에게 상처를 받은 과정과
우연찮게 만나 서로에게 기대어 자신의 삶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개봉한
'안녕 헤이즐' 보다 더 가슴에 남는게 많은 영화다.



극 중간중간 마치 나에게 말 하는 듯한 대사들이 너무 많아서 곧 한번 더 관람할 예정이다.





+
보이시한 스타일의 키이라 나이틀리가 아닌
실제로 가수 활동도 하고 있는
주이 디샤넬이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랬다면 영화가 뭔가 미묘하게 바뀌었었겠지.
(키이라 나이틀리는 영화속에서 결코 러블리 하지 않다. -영화 속 대사에서도 그녀의 스타일을 지적하는게 나온다-)

인터뷰에서 뮤지션 활동으로도 영역을 넓혀가느걸
기대해도 되냐고 물었던 기자의 질문에
자신은 연기에만 주력하고 싶다며
연기자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키이라 나이틀리를 보고
감독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것 같았다.



++
'원스' 보다 더 즐거웠던
노래 가사와 영상을 함께 보는 재미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바로 오프라인 음반 매장을 찾아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구입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내가 사용하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선 음원이 막혀있는게 몇 트랙 있었기 때문에)



+++
영화에선 삭제된듯한
그레타와 댄의 우정인듯 사랑인듯 알 수 없는
미묘한 눈의 대화를 나누던 씬의 바로 다음 스틸컷을
동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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