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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0. 2016

죽여주는 여자

저 사람도 무슨 사연이 있겠지.. 속 사정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






야, 돈 되는 일 해. 나 처럼 늙어서 개고생 하지 말고.











일명 '박카스 할머니' 로 불리우는 노인들의 매춘에 대한 이야기.



..는 페이크고

지금, 현재 한국에 살고있는 대다수 노인들의 실체를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독거노인, 고독사, 빈곤, 질병 등 삶의 황혼기를 지나 해가 저물기 직전, 

막다른 길에 놓인 듯한 노인들의 허망하고 먹먹한 이야기를

젊은 시절, 일명 '양공주' 로 일컬어지는 미군 부대 근처의 위안부였던 '소영(윤여정)' 의 눈으로 풀어간다.



일단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너무 짙어서 나머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게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색다를 것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가 너무 차갑고 아프다.



조금 젊은 여자의 이야기였다면 저릿한 감정이라던지 슬픈 내면 따위를 절절하게 표현했겠지만

주인공이 늙은 여자라서

노인에게 박카스 한 병을 주고 3~4만원을 받으며 매춘을 하는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부터

동음이의어가 되어버린 영화의 제목에 걸맞게 노인들에게 '실제로' 죽음을 도와주는 장면들까지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그 때 그 때 손바닥 뒤집듯 쉬이 뒤집는다.


끊임없던 역사의 격변기 한 복판에서 살아남아온 한국의 여자에 대한 아픈 역사의 산 증인처럼 나오는 소영과

늙음과 죽음, 빈곤, 고독사 따위와 함께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 사이에서 영화는 헤맨다.



그래도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말 하는 설득력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아니,

죽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절반 정도의 노인이 가야 할(혹은 가게 될) 몇 개의 선택지를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적잖이 안쓰럽고 슬프다.








+

노인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너무 오랜만에 보는 노배우분들이 많이 나오시는데 

병상에 누워있던 박규채(세비로 송) 아저씨와 종수역의 조상건 아저씨(영화 '타짜' 의 너구리 아저씨) 가 등장만 했는데도 너무 짠해 보였다.

그동안 너무 늙으셔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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