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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0. 2016

그물

그동안 내래 그물로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았나 봅네다. 이제 내래 그 그물에 단단히 걸린것 같습네다.






빨리 간첩이라고 자백해. 한 몇 년 살고 나와서 대한민국에서 주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 살면 좋잖아.






빛이 밝으면 그만큼 그림자도 크니까요. 자유가 꼭 행복을 보장하리란 법은 없죠.






이 풍족한 나라에서 돈이 없다고 그래 몸 팔면서 힘들게 삽디다, 그 여자.






사실대로 말 해 이 빨갱이 새끼야, 너 간첩이지?






우리, 통일 되면 다시 꼭 만나자우.












김기덕이 변했다.



개인의 내면보다 전체적인 분위기 속의 개인의 '겉' 을 그렸다.

심각한 고민 없이 일단 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 묵묵히 유지하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우연한 사고로 배의 모터가 그물에 걸려 한국으로 넘어온 철우는 남쪽 정부요원들의 온갖 술수(!) 에도 굴하지 않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려 한다.


어떻게든 철우를 간첩으로 만들고자 갖은 방법을 총동원하는 조사관의 뚝심이 조금 같잖아도 어마어마했다.

(다른 영화에서 마지막에 애국가를 완창하는 씬이 나왔다면 실소가 터졌겠지만 목이 터져라 부르던 애국가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북한과 한국, 양쪽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서 바라보는 제 3자의 입장 같던 이야기 흐름이나 카메라의 포커스가

약간 변하긴 했어도 여전히 김기덕이구나 싶었다.

(분명 예전의 김기덕 감독이었다면 후반부, 어딘가 변해버린 철우의 심경에 더 초점을 맞췄겠지)



이념과 가족애 하나로 무너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을 연기한 류승범의 연기를 좀 더 많은 영화에서 만나보고 싶은건 나 뿐만이 아닐거다.

(해외여행 그만하고 이제 얼른 돌아와요 중필이형~)





영화 중간 중간,

명동 한복판에 떨어진 철우처럼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지금의 한국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린 채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단 몇 달러로 철우의 조사를 가볍게 끝내던 북한의 실정과

훗날 잠재적 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한국으로 넘어온 여러 귀순자들의 실제 모습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애달팠다.



북한과 우리의 지금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낸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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