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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0. 2016

기승전결

한 친구가 그랬다.
 
"넌 연애하기 전에 앞을 너무 생각해.
그래서 너 혼자 짐짓 전개를 하고 너 혼자 결말을 보고는
시도조차 안하지."
 
매번 관심가는 사람을 만나면 저 생각을 한다.
내 주변에서 누군가가
연애와 결혼에 대해 열변을 토할때면
'아- 역시 시도조차 안하는게 나은거구나' 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 사람이 밝힌 인생은
내 앞에서 수 분동안 그 사람이 뱉은 말이 전부일 텐데
그저 듣기만 하곤 '결국 내가 옳았다' 고 생각한다.
그 편이 나에게 득이 되니까.
 
 
 
또 다른 친구가 그랬다.
 
"차라리 없는게 낫다. 있으면 더 부담되는거,
너도 느껴 봤잖냐.
나이는 들어가고 다른 친구들은 다들 결혼하고 있고.."
 
난 그래도 없는것 보단
있는게 낫다고 대꾸했는데
그건 비겁한 변명이었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없으니까.
 
 
 
 
다른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이사람이다' 싶으면
주위 환경이나 여건 따지지 말고 밀어 부쳐.
그렇지 않고 남들 시선 의식하면서 사람 고르다 보면
어느새 결혼되어있고 아이가 나와있거든..
그땐 빼도박도 못하는거야."
 
 
 
그래도 이왕 결혼한 거
힘에 부쳐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안 행복한 현실에 그나마 몰핀을 주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주 주사한다면
무뎌진 현실의 악몽이 어느새 꿈결같은게 되어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어쩌겠나,
나는 저 삶을 모르고
저 삶을 사는 사람도 내 삶을 모르는데.
한 발짝 멀리 있을때가
가장 객관적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주인공인 자신의 삶에선
아무리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결국엔 주관적인 거고 어쨌든 '내 야이기' 가 된다.
 
 
 
 
 
어릴땐
그냥 두사람이 사랑만 하면
자연스레 결혼하는줄 알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25살까지.
 
삼십년쯤 사니까
돈이 없으면 결혼을 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 한 켠에 전세를 잡고 나갈 생각을 않는다.
 
일 하다가
안좋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꽉 들어차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감에 젖어서
'재미있다'
'삶의 의미'
'즐거움'
이라는 단어를 곱씹은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떨쳐낼 수 없을만큼의
고통이 온 몸을 짓누른다.
 
인생과 운명의 무게에 짓눌려
일어 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 느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어떤 선조가 얘길했는데,
알고보니
그 백지장이 온통 얼룩덜룩한 흙투성이어서
맞들어준 사람의 손과 옷과 몸을 더렵혀,
윤택했던 그 사람의 모습이
나처럼 된다면
차라리 백지장을 찢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내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지옥같던 삶에 한줄기 희망의 불빛이 되어줘서
다행이고 너만을 사랑한다고?
 
 
 
 
아는 동생은 또 이런 말을 했다.
 
"결혼을 하려면,
자신이 아내와 가족을 어느정도 책임질 수 있을때 해.
물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까
행복하다가도 비극적이고 그래..
한 여자의 인생을 망칠수도 있으니까
아주 심각하고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결혼 해."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면
누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나는대로 살고 내키는 대로 살면
누가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 그 어느 천치가
꾸역꾸역
마지못해 사는걸 선택할까?
'그땐 미처 이럴줄은 몰랐다' 는 건
변명도 되지 않고
이혼사유도 되지 못한다.
'나는 눈뜬 장님이었소-' 라고 하는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겠다.
 
 
 
 
당연한게
당연하지 못하게 된 인생은
어디에 가야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잃은 만큼 얻을 수는 있을까?
얻은 만큼 잃게되면 어쩌나?
둥지를 박차고 날아보겠다던 패기어린 목소리,
박찰 둥지조차 없는 작은 새들은 대체 어째야되나?
 
 
 
한참을
일터에서 일하면서 고민을 했다.
정말 말 그대로 한.참.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도
싹 사라지고 인상을 쓰고 짜증이 일고
밥맛이 없고 의욕도 없고 속이 쓰렸다.
 
실수로 너무 일찍 잠들어 잠깐 깨버렸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계속된다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자살하지 않는이상
계-속- 된다고.
 
앞이 어떻게 될 줄 모르니까
인생은 즐거운거고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왔던 날 봤다.
 
그리고
 
다 놔버리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버릴까
라며 세상탓을하는
나약해 빠진 날 봤다.
 
 
 
 
아는 동생에게
 
"어떤 소설을 보니까 시궁창에 빠진 주인공이
'내일도 세상에 지지 않아야지' 라며
잠시의 행복감에 도취되지 않는 점이 대단하더라"
라고 말해줬던게 생각이 났다.
 
 
 
 
결국 답은 인생은 계속 된다는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폐가되진 않을까 염려하면서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며
넌 나의 인연이라는 거짓말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하게될 수도 있고
내 앞에 이제라도 나타나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할 수도 있겠다.
 
 
 
 
이 밤에
 
내 곁에 있는
정말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부족한 나에게 마음을 나눠주는
좋은 사람들.
 
그래서
세상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냐고
정답을 내려주는 듯한 표정을 내 머릿속에서 짓고있는
너희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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