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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1. 2016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앨범리뷰

seotaiji and boysⅡ

executive produced by / taiji
all written & arrangement & instruments / taiji
photo / yoo jae-hak
design / ivy production
recorded & mixed at -techno taiji studio-



1. yo! taiji
2. 何如歌
3. 우리들만의 추억
4. 죽음의 늪
5. 너에게
6. 誰是我
7. 마지막 축제
8. 우리들만의 추억


데뷔앨범(seotaiji n boys) 이후, 한국 대중가요의 태풍의 눈이 됐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소포모어 앨범.

'의외다' 라는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본 앨범은 데뷔작보다 더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아마 서태지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아치운 앨범일 수도). 수많은 워너비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일체의 방송활동 없이 소위 '공백기' 라는 개념으로 앨범 작업에 몰두하던 서태지의 작업방식이 의외였고, '너무 서양 스타일을 따라가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라고 읊조리던 '어른들' 의 1집 체험 후기를 의식한 듯, 밴드 사운드와 랩으로 점철된 타이틀 곡(何如歌 - 이하 하여가) 에 태평소와 사물놀이 소리를 끼워 넣은게 의외였다. 그리고 코디가 없어 본인들이 직접 무대 의상을 준비하며 상표가 달린 옷과 가방-모자를 입고-쓰고 나왔던 1집 활동때와는 달리, 치렁치렁한 힙합 스타일로 무대를 누비고 다녔던 세 청년 덕분에, 전국의 수많은 학부모님들은 여전히 속 께나 썩었을게다. 그동안 서태지가 발표했던 여러 정규앨범들 중에 가장 적은 트랙 수를 자랑 하는데도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얘기는, 1집 활동을 끝내고 공백기에 들어간 그들을 기다리던 팬덤이 가장 많을 때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말 하기도 지겨운 '신비주의' 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희소성' 이 한몫을 했다는 얘기다. 마침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려줬던 '반도음반' 은 '대기업' 이미지가 아닌 음반사였고, 그덕분에 서태지도 마음대로 곡작업을 할 수 있었을 테다(물론 반도음반에 기적적으로 흑자를 내게 해준 것도 다 서태지와 아이들 덕분이지만). 모든게 딱. 맞아 떨어졌다고나 할까? 본 작은 여러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앞에서도 언급한 미니앨범에 가까운 런닝타임이라던지, 하여가의 기타 솔로 표절의혹 이라던지), 한국의 대중가요 역사를 또 한번 새로 썼다.



yo! taiji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 앨범엔 꼭 들어가 있는, 해당 앨범의 색깔을 슬쩍 보여주는 인트로. 본 앨범을 테잎으로 구입했던 시기엔 tv 에서 인트로와 하여가를 붙여 공연했었기 때문에, 본 트랙과 하여가와의 구분이 잘 가지 않았던 일화가 있다. 여러 샘플 사운드와 비트박스등이 어우러져있어, 제 2의 서태지와 아이들을 꿈꾸던 댄서들에게 한참 동안이나 있기를 끌었던 곡.

何如歌
본 앨범의 타이틀 곡.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한 '이태섭' 의 문제의 기타 솔로 파트가 들어가 있어, 무려 5분이 넘는 대곡(?) 이 되었다. 앞서 소개했던 대로, 랩과 국악 사운드. 그리고 밴드 사운드가 결합된, 서태지 음악 역사상 가장 진보한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여가의 음악만 두고 평가를 한다면 '진보' 라는 단어가 참으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런 곡에 현란한 춤을 췄었다. 한때 곡의 엔딩부터 백워드 매스킹으로 들으면 사탄을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 '교실 이데아' 못지 않게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곡이다. 이하는 그당시의 기타리스트 이태섭의 해명.
Q. 이번 질문은 드리기 어려운 질문인데, 예전 서태지와아이들의 2집에서 '하여가'의 중간 간주를 이태섭씨가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곡이 테스트먼트의 음악과 애드립부분이 똑같다고 통신상에서 큰 파장이 일었었는데 그 일에 대해서 말한다면? 
A. 이 : 일단 그곡은 카피라기보다는 인용한 것입니다. 테스트먼트 곡중 애드립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곡을 연주한 알랙스(테스트먼트의 기타리스트)가 일본의 '번' 지의 인터뷰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번' 지에서, '멜로디가 너무 좋다, 어떻게 이런 멜로디가 애드립에서 사용할 수 있겠느냐?' 라는 질문이었는데 알렉스는 그부분은 스카디나비아민요의 코드를 그대로 아르페지오화(기타주법중 하나) 하여 친 것이다라고 인터뷰하였습니다. 그인터뷰를 보고 그 멜로디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카피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는 없었고 '어디서 인용하였다' 라는 내용의 표현도 없었습니다. 만약 앨범에 그런 이야기를 썼다면 표절이니 하는 말도 안 나왔을텐데라는 후회도 됩니다. 그 애드립부분중 앞부분과 뒤를 제외한 8마디는 똑같습니다. 일부러 똑같이 했습니다. 예전에 그 문제로 매니저형이랑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한 경우도 있었죠. 다시 말씀 드리자면, 스칸다니비아반도의 민요를 인용시킨 테스트먼트곡의 애드립 부분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 내용을 앨범에다 썼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당시 그런 개념이 없었기 실수한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 여덟마디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만의 추억
아마도 서태지는 이 때부터 팬들을 의식하며 팬 서비스 곡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제목 부터 '만의' 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의 팬덤을 스스로 지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곡이다. 뭐 그건 그거고, 이 곡의 백미는 영어로 이루어진 가사들 인데, 요즘 랩 좀 한다는, 국내의 내 놓으라하는 랩퍼들이 즐겨 사용하는 영어 문장들이 즐비하는걸 보고 정말 놀란 적이 있다(물론 영어 가사는 'william byun' 이라는 사람이 썼지만..). 1집 '난 알아요 (club mix)' 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댄스 곡인데도, 영어 가사를 하나하나 뜯어 보면 그저 시대를 앞서간 서태지의 눈썰미에 질리게 된다.

죽음의 늪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의 'thriller' 를 연상케 하는 곡. 물론 서태지 본인이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마이클 잭슨에게 바치는 오마쥬 같은 느낌의 트랙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긴 아까울 정도로 가사가 일품이다.

너에게
서태지의 연인이었던 이지아와의 결혼과 이혼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서태지와 아이들(그리고 서태지의) 의 팬덤들은 소위 '낚인'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1집의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와 함께)이 곡은 팬들이 최고로 꼽는 팬 서비스 곡이기 때문이다. '어른' 들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들과 '너와 나' 로 통합되는 서태지와 그의 팬덤은 지금까지도 묵묵히 그를 지탱해 주는 힘이다. 그 모든게 이 아련한 느낌의 발라드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사건(?) 이 터지고 나니 한 순간, 그렇고 그런 러브 송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해답은 서태지 본인이 가지고 있겠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3집(seotaiji & boys Ⅲ) 의 '왕자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좋은 발판이 된 트랙이다.

誰是我
어떤 악기도 연주되지 않은, 오로지 샘플들과 컴퓨터 비트로만 찍어 만든 재미있는 곡. (1집 때도 그랬지만)이 때부터 테크노 비트에 대한 서태지의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됐다.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는 일렉트로니카.

마지막 축제
앨범의 마지막 곡(뒤에 흐르는 '우리들만의 추억' 의 에디트 트랙이 없었다면 총 7곡으로 정규 2집을 소화해 낸 셈이다). 한때 소절의 인트로 부분이 모 게임사의 인기 있던 게임의 테마와 닮아있다며 표절이네 아니네 하던 때도 있었던 트랙이다. 온갖 장르의 특성을 집약시켜 놓은 듯한 느낌이 짙다.

우리들만의 추억
앞서 나온 '우리들만의 추억' 의 에디트 버젼이다. 말이 좋아 'edit' 이지, 가사의 몇 부분들만 지운거나 다름 없는 트랙('인스트루멘틀' 곡이 아니다 - 크레딧에도 인스트루멘틀이라는 표기는 없고). 트랙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곡을 완성하기 전, 미리 덧입혀 놓은 코러스만 깔려있는 곡).



20대 초반의 세 청년들에게 '자고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에 쏟아지는 과격한 인기' 란, 불편하지만 떨쳐내기는 힘든(혹은 싫지 않은) 그런종류의 것이 아니었을까. 혼자서 음악적인 부분을 감당하던 서태지는 그 중압감에 못이겨 단지 일곱트랙 밖에 뱉어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환호해 줬고 환대해 줬다. 데뷔 이후, 그 어느때보다 찬란하게 빛났던 '서태지와 아이들' 의 모습이 담겨있는 앨범이다. 여담으로, 그간 서태지와 아이들의 예전 앨범들(1~3집) 을 뜬금없이 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오프라인 중고 물품 가게가 있었는데, 오다가다 그 곳이 존재한다는 것만 인지 했었을 뿐, 실제로 들어가 보거나 하진 않았었는데, 어느날 문득 호기심이 생겨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서태지의 거의 모든 앨범들을 판매하고 있는게 아닌가! 물론 서태지의 옛 앨범들은 모두 온라인에서 중고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거품 많이 낀 '초판' 들은, 판매자들이 소위 '장사' 를 하고 있는것 같아서 지금껏 꺼려왔었는데, 그 곳에선 매우 싼 가격(일반 앨범들보다 훨씬 더) 에 데려올 수 있었다. 지금 그 매장은 이미 내가 한번 턴 후고, 벌써 점포정리를 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 매장 사장님(아니 아저씨) 에게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다. "아저씨, 어디에 가시던지 화이팅 하세요. 아저씨는 카드말고 현금만 원하셔서, 어디서든 잘 되실거에요."


추천곡은 8번 트랙을 제외한 앨범의 전 곡.





꽤 투박하지만 당시엔 컴퓨터로 찍어낸 저 3d의 로고가 신기했었다.jpg


트랙 리스트가 간소하게 쓰여져 있는 백커버.jpg


과감하게(?) 씨디에도 본인들의 사진을 박아넣었다.jpg


본 앨범 이후로 정규앨범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서태지 솔로 작품에서도) 의 실제 사진을 볼 일은 영영 없어져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던 앨범이다.jpg


본 앨범작업을 도와준 동료 선배 뮤지션들의 사진도 싣는 파격.jpg


(맨 밑의 일본사람처럼 생긴 이가 바로 하여가의 기타리스트 이태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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