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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7. 2016

슬로우 비디오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


다들 너무 빠르고 바쁘게 산다.
내가 보듯이 가끔은 느리게 흐르면 좋을텐데.


cctv센터에서 보고 있으면 사람들 사는게 드라마와 비슷하다.
모두가 주인공인 200편의 드라마.

















배우 차태현을 등에 업은, 차태현만이 할 수 있는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문득 차태현이라는 배우에 대해 생각해 봤다.
'엽기적인 그녀' 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고
'착한남자' 라는 이미지와 '찌질남' 이라는 두가지의 옷이 모두 어울리는,
쉽게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 역으로
나름 롱런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다.


크게 히트한 영화를 대보라고 한다면 당장 엽기적인 그녀와 가족 스캔들 정도밖에 생각이 안나지만
헬로우 고스트 같은 소소한 영화에도 많이 출연을 했었다.
(나머지는 거의 우정출연이거나 목소리 출연 정도다)


그에 대해 거부감이라던지 딱히 기피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때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의 '대세남' 일때도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 짐승남, 상남자 등의 배우들이 잠깐 반짝하고 떴다 질때에도 차태현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느낌이다.


작품의 흥행 기복 편차도 그닥 크지 않고
차태현의 착한 얼굴마냥 소소하달까.


세월이 흘러도 베실거리며 은근슬쩍 관객에게 다가올 그런 배우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차태현을 십분 활용한 영화 되겠다.


극 시작부터 생뚱맞은 캐릭터로 실소를 짓게 만들고
'엽기적인 그녀' 의 '견우' 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나름의 순애보는,
제목처럼 세상을 혼자 느리게 살아가는 주인공 '장부' 와 너무 잘 어울려서
차태현에게 간만에 꼭 맞는 옷을 입혀 놓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중간중간 유치하거나 각색에 심히 문제가 있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런걸 하나하나 따져가며 보기에 이 영화는
심히 착하고, 신파적이고, 무엇보다 지금 이 가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영화라 굳이 깍아내릴 이유도 잊게 만든다.


'남상미' 라는 명배우의 매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 것도 조금 오류지만,
극의 전체 흐름을 관통하는 'cctv' 라는 독특한 소재가 있어서 그것마저 눈감아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cctv 속에서 불특정 타인이 또다른 불특정 타인에게 조건없는 따뜻함을 선사하는 장면도 넣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차태현이 알아서 혼자 다 하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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