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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아침 2집 앨범리뷰

overcome

권선욱 노래, 기타
김수열 드럼
이상규 기타
김경주 건반
김정민 베이스

제작 권선욱 with achime
작사/작곡 권선욱, 권석욱-이상규 track 6, 김경주 track 8
편곡 achime with 김동현 (기타) track 3, 11, 12
연주 achime with 김동현 (기타) track 3, 11, 12 with 장도혁 (퍼커션) track 1, 12
녹음 김상혁 (석기시대) track 1, 2, 5, 6, 7, 8, 10, 11, 12, 조윤나-강현희 (토마토) track 3, 4, 8, 10, 11, 12
믹싱 김종삼 (토마토), 김상혁 (석기시대) track 1, 5, 9, 11
마스터링 전훈 (소닉 코리아)

디자인 김기조 (kijoside)

총괄제작 곰사장
매니지먼트 김설화
홍보 강명진, 이주호
회계 김면경

유통 미러볼 뮤직
테크니컬 서포트 김대우 (ynot?)

1. villlain
2. overcome
3. 02시 무지개
4. doh!
5. 피핑 톰
6. 와이파이
7. hyperactivity
8. lowtension
9. 아는 여자
10. 스포트라이트
11. 2호선
12. 2012

대한민국 포스트락의 선두주자(?), 밴드 '아침(achime)' 의 소포모어 앨범.

데뷔앨범(hunch) 과 본 앨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멤버의 변화다. 국내에는 거의 전무한 여성 베이시스트 '박선영' 이 빠지고, 새 베이시스트인 김정민과 키보디스트 김경주를 영입했다. 1집에선 보컬 '권선욱' 이 신디 사이저를 맡았었지만 사운드적으로 조금 더 풍성함과 다양함을 위해 건반을 새로 기용한 듯 보인다(시크한 박선영의 목소리가 참 좋았는데).

2009년 붕가붕가레코드에서 '수공업 소형음반' '거짓말꽃' 의 싱글앨범으로 데뷔한 아침은, 거의 1년에 하나씩 앨범을 발표했다. 2010년엔 데뷔앨범을, 2011년엔 'hyperactivity' 라는 타이틀의 ep 앨범을, 그리고 2012년에 본 앨범을 발표한다(현재로썬 2013년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swtsxtn' 이후로 해체).

앞서 아침의 다른앨범 리뷰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이들은 일본 밴드 'toe' 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어려운 박자감의 드러밍과 그에 상응하는 모종의 청량함 마저 가져다 주는 사운드(보컬 권선욱의 나른하고 덤덤한 목소리와는 정반대) 로 '포스트락'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음악을 하는 밴드다.

본 앨범은 키보디스트의 합류로 인해 풍성하다 못해 굉장히 다채롭고 흥미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밴드의 레벨이 올라간 느낌이랄까. 앨범의 디자인을 맡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 의 독특한 아트웍은 언젠가부터 감흥을 주지 못하게 됐지만, 여지껏 새로운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해체의 수순을 걷게 된 아침이 참으로 안타깝다(멤버 권선욱-김수영-이상규는 '별양' 이라는 밴드로 새출발을 시작했는데 진심 별로다).

앨범 형식으로 아침의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밴드 아침의 2집 앨범이다.

1. villlain
제목 그대로 평화로운 일상에 악당이 되자는 내용의 귀여운 인트로. 단촐한 맥락의 짧은 넘버다.

2. overcome
앨범의 타이틀이자 본 앨범의 타이틀 곡. 모든것을 포기했을때 미래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머금고 있는 곡. 희망찬 권선욱의 목소리. 새로 덧입히게된 키보드의 무게감이 어느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3. 02시 무지개
'hyperactivity' ep 앨범의 타이틀 곡. 가득찬 전자음의 뿅뿅거림 덕에 꽤 파괴적이고 출렁거리게된 락앤롤이다. 리-레코딩을 한 듯. 새벽 밤, 횡단보도 위에서 멈춰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조명삼아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노래로 지어내는게 아침의 가장 큰 매력이었는데 해체를 하다니!

4. doh!
귀여움으로 점철되어있는 곡.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을 나열하며 모든걸 세상 탓으로 돌리는 아침들을 만나볼 수 있다. 후렴구의 아련함은 명불허전이다. '02시 무지개' 만큼 전자음이 많이 첨가되어있다.

5. 피핑 톰
제목 그대로 훔쳐보기에 대해 노래했다. 관음과 흠모의 사이를 헤매는 화자. 묘하게 나른하다.

6. 와이파이
왜 곡의 제목이 와이파이인지는 잘 이해가 가질 않지만 '그대 생각을 켜 논 채로' 라는 마지막 가사에서 와이파이의 기호 모양이 떠올랐다. 단조로운 느낌의 곡. 살짝씩 스치는 전자음은 짐짓 우주를 떠올리게도 한다.

7. hyperactivity
해석을 하자면 '과잉행동' 쯤. 딱 봐도 'toe' 를 연상시키는 간주들이 인상적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애매한 것들을 사랑이라는 걸로 포장했다는 내용. '02시 무지개' 와 함께 'hyperactivity' ep 에 수록.

8. lowtension
짧은 피아노 트랙.

9. 아는 여자
권선욱의 지인을 모티브로 삼아 지었다는 곡. 거리를 헤매는 아는 여자를 노래했다. 파트마다 자꾸만 변주되는 곡의 흐름이 재미있다.

10. 스포트라이트
본 앨범을 제작할 즈음 30세를 맞이했다던 권선욱의 자전적인 곡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망가져 버릴 걸 그랬어' 라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자조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11. 2호선
밴드 아침이 가지고 있는 박력. 국내 유일의 순환선인 지하철 2호선을 인생에 빗댄 펑크락이다. '에라이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이 밴드 '크라잉 넛(crying nut)' 의 그것과 꽤 닮아있다.

12. 2012
한때 세계가 멸망한다던 2012년의 소문에 빗대어 지은 곡. '와이파이' 에서 맛을 보여줬던 우주적인 효과음을 곡 전체에 담았다. 굉장히 일상적인 내용의 가사를 가지고 있지만 '달라질 게 있을까 / 더 나빠질 게 있을까 / 그 어느 때 보다 못 된 / 우리들을 이길 수 있을까' 라며 종말에 대해 '올꺼면 일단 와 봐' 라고 자조하며 끝이 난다. 곡이 끝나고 4분동안 이어지는 전자음은 인류가 멸망한 다음에도 인류가 지구 바깥으로 송신한 전파는 50억년 이상 우주를 유영한다는 사실에 입각해 표현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침의 음악은 세상과의 종말을 선언했다(swtsxtn 도 나오긴 했다만..).

새 앨범을 준비할때 세상 그 어떤 뮤지션이 '이게 마지막 앨범이야' 라고 규정짓고 앨범 작업을 시작할까. 물론 그렇게 작정하고 만드는 이들도 분명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정말 마지막 앨범이 된 본 앨범에 담겨있는 음악이나 메시지들은 마지막인걸 예상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앨범에 딱 걸맞는 그런 앨범이 되었다.

종종 '한국에서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 밖에 없는데' 라는 생각의 밴드나 뮤지션들이 해체를 하거나 은퇴를 선언하면 참 그렇다. 돈에 얽혀 '이윤 추구' 가 제 1의 목적인 거대 기획사에 휘둘리는 이미지 메이킹형 아티스트 들이 아닌 인디 밴드가 그럴 경우엔 더 마음이 아프다. 이런 미래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는 정말 아침밖에 없었는데 많이 아쉬운 앨범이다.

밴드의 리더이자 프런트맨인 권선욱은 앞으로 음악을 계속 하겠지만 차라리 아침을 재결성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별양을 내가 좋아하나 봐라).

추천곡

02시 무지개, doh!, 2호선, over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