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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25. 2016

춘몽

영화가 정확히 이해가 됐던 춘몽 gv

영화의 영어제목은 'a quiet dream'.





와.. 지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아.






우리 그냥 이렇게 살자.






그리움을 밀어낸 그리움의 자리에 제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장률 감독의 또 하나의 불친절한 영화.



이 꿈같은 어설프고 허술한 영화를 보고 문득 이전에 본 '경주'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본작은 한예리가 주연이라서 무조건 본 영화인데 아니나다를까 경주와 같은 감독이었다.



영화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주막을 하는 병약한 한 여자(한예리) 와 그 곁을 맴도는 세 명의 남자(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그리고 병든 예리의 아버지가 사는 이야기를 그렸다.


큰 얼개(병든 아버지와 병든 자식의 삶) 만 그대로 둔 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마냥 감독은 꾸준히 저 다섯 명의 시선만 관찰할 뿐,

이렇다할 사건 따위가 없다.


그래서 춘몽은 관객에게 매우 불친절하다.

하지만 극의 제목 그대로 꿈을 꾸듯 연결, 연결 된 장면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의구심과 상상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니

감독의 성취는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본다.


익준-정범-종빈, 셋 모두 예리를 좋아하지만 누구하나 선뜻 그녀를 책임지며 차 한잔 하자는 남자가 없다.

세 남자는 마치 지옥의 문지기 켈베로스마냥 그녀의 주변만 실없이 맴돌 뿐,

예리의 손 끝 하나에도 진심으로 닿지 않는다.

문득 문득 나타나 극을 흐려놓는 듯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너무 헐겁고 개연성이라곤 없다.

예리를 짝사랑하는 레즈비언 시인 주영,

예리에게 복선에 가까운 점을 쳐 준 점쟁이 산에,

통일된 조국에서 만나자며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거짓말 같은 정범의 전 여친 민아,

맨 마지막, 멋있어 보인다며 찍어 핸드폰 바탕화면에 담아둔 오토바이남 연석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누구 하나 확실한 방점을 찍는 이가 없기에

영화는 정말이지 술에 취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찍은 듯

진득한 술내가 난다.



아직 옛 모습을 지닌 수색역과 그 너머,

기괴할 정도로 개발되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dmc 디지털 미디어시티를 가로지르는 철로 사이에서 주인공들은

이 쪽과 저 쪽,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꿈과 환상,

시작과 끝을 오고간다.


영화 시작 후 30여분 만에 타이틀과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옥상씬을 기점으로

꿈과 환상의 경계를 구분 짓는 듯한 연출은 참 마음에 들었다.

배우들의 실제 이름을 쓴 것 역시 상대역에 대한 어떤 '감정' 이 생기길 바라며 사용했다는 감독의 말도 좋았고,

세 남자로 나오는 세 명의 감독들은 본인들의 출세작(! / 양익준의 똥파리, 박정범의 무산일기, 윤종빈의 용서받지 못한자) 의 캐릭터 그대로 본작으로 건너온 듯,

세 감독들의 팬이라면 얼씨구나 할 연기들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예리는 이 영화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최악의 하루' 에 이어 좀 더 복잡하고 흐릿한 캐릭터를 연기해 냈지만

역시 최악의 하루처럼 확실한 이야기의 구조가 좋다.

같은 꿈같은, 허구의 내용이라도 말이다.


춘몽은 경주보다 더 뭉뚱그리고 한층 더 묘한 영화가 되었다.

경주때도 그리고 장률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홍상수 감독이 실생활에 찐득하게 붙어있는 서사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꼭 홍상수 감독의 지난 영화들을 한 편씩 감상하게 만들지)













+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지지난 주 극장에서 유료로 한 번,

그리고 지난 주 관객과의 대화(gv / guest visit) 로 또 한 번, 총 두 번 관람한 영화다.

(그래서 '걷기왕' 보다 포스팅이 늦었다)

(진심으로 감독에게 뭔가 따지려 신청한 gv였다. 근데 다른 관객들이 내가 궁금했던 것들의 거의 모두 물어봐 줆. 나만 그런생각이 든 영화가 아니었어)

예술영화나 인디영화를 두 번이나 극장에서 유료로 관람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데

장률감독의 코멘트를 면전 앞에서 직접 듣고나니

춘몽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의뭉스러운 점들이나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지점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한.. 6% 정도.


아마 춘몽을 한 번 보고 영화 리뷰를 작성했다면

개졸작이라는 단 한 마디만 썼을 테다(정말이다. 처음 한 번 봤을 때 도무지 쓸 말이 있어야지..).

두 번 쯤 감상하고 나니 이만큼이라도 쓸 수 있게 됐다.


살면서 다시는 갈 일 없을 줄 알았던 압구정cgv 까지 가서(그것도 평일에) 보고 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내가 여길 또 오다니...!!!!








그것도 하필 cgv 아트 하우스에에에에에에ㅔ에에에에에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구나 라는 태고적부터의 진리를 이 날 또 한 번 깨달았음.



아래는 영화 춘몽의 관객과의 대화(gv) 전문이다.

춘몽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

확실한 대답들을 해주기에

한 번 보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될..




..려나?

(영상도 네 개에다 쓸데없이 기니까 보기 싫은 사람은 안봐도 돼)



김의성 아찌 사회 정말 잘 보더라.

정말 완벽하게 멋져.





https://youtu.be/J8JNZ_HJUqo


춘몽 gv part. 1




https://youtu.be/wnOAkWxdKLI


춘몽 gv part. 2





https://youtu.be/YtHmbTVGAWg


춘몽 gv part. 3





https://youtu.be/gJmtUfRDbFM


춘몽 gv par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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