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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Nov 22. 2016

가려진 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

이 이야기를 네가 믿어줄까?






키 185에 100억을 벌어서 이자로 먹고 살게 해 주세요.






너만 내가 나라는걸 알아주면 돼.











굉장히 독특한 판타지.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고 새 아빠(도균, 김희원) 와 화노도로 이사온 '수린(신은수)'.

예쁘지만 어딘가 뒤틀려있는 마음의 수린에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같은 반의 '성민(이효제 / 강동원)' 이 다가온다.

도균이 일하는 터널 현장에서 기묘한 동굴을 발견한 성민의 친구들과 수린은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수린만 살아서 돌아오고

며칠 뒤 거지꼴을 한 남자가 본인이 성민이라며 수린에게 다가온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에서 헤매는 성민의 기묘한 이야기.



일단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보름달과 동굴, 시간을 멈추는 묘한 돌.

이 모든게 하루키의 책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준다.


선뜻 빠져들기 어려운 sf 소재지만 그럴듯하게 풀어내려 애 쓴 티가 나는 영화다.


일반적인 상식은 잠시 뒤로 젖혀두고

우선 

짧지만 아이들의 우정어린 오프닝이 재미있었다.

마치 옛 영화 '구니스' 를 보는 듯한 어드벤쳐 냄새도 살짝 났고.

그리고 예전 일본 만화 따위에서(특히 닥터 슬럼프) 봄직한 시간을 멈추는 능력(?) 역시 영상미가 뛰어났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공간 이외의 시간이 모두 멈춘다면 저렇게 보임직 했다고 느꼈달까.


하지만 점차 극이 흘러가면서

약간씩 덜걱거린다.


충분히 여심을 울릴만한 강동원의 등장은 감독이 고민을 많이 했는지

의외로 예쁜 화면이 많이 없었고

성인의 성민과 아직 아이인 수린의 이야기는

어른들의 '현실' 과 마주할 때마다 멈칫, 멈칫, 한다.



그래도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보였던 영화의 정확한 주제.

우리가 평생 간직해야 할 몇 년 전의 세월호 사건의 아이들이

이 영화의 제목처럼 '가려진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마주하면

한 쪽 가슴이 쓰려오는걸 느낄 수 있다.

(다만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감독의 의도가 이정도 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

몇 천대 일을 뚫고 여주인공의 자리를 꿰찬 당찬 아역 배우인 신은수의 마스크를 자세히 보면







얼핏 강소라의 얼굴이 계속 보이게 되서




영화의 극적 장치로 작용하는 시간을 멈추는 돌을 사용하여

강동원처럼 성인이 된 수린-강소라가 등장하길 내심 기대했지만

안나오더라.





왜냐하면 강동원의 아역을 맡은 이효제군은 강동원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지.





알고보니 영화, '검은 사제들' 에서도 강동원 아역이었다고..

(소재가 무서워서 아직 안봤음)












++

친 아빠도 아니고

교통사고로 죽은 수린의 엄마가 아저씨 때문이라고 믿는

수린의 새 아빠역을 맡은 김희원의

극 말미, 딸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씬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 때 수린이가 거의 처음으로 아저씨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데

그게 어떤 심정인지 잘 알것 같았달까.

(김희원 아찌 사진은 한 장도 없네 영화 정보에..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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