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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Dec 12. 2016

판도라

방사능 머금은 신파

이제서야 궁금해지셨습니까?






대통령님, 그 친구가 아니라 강재혁입니다.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해 줄수 있는게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우리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희생할, 지원자를 찾습니다.










방사능 머금은 신파.



울산에 위치한 한빛 원자력 발전소가 규모 6.0의 지진에 균열이 생겨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이야기.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뻔하다.

예고편이나 줄거리만 봐도 굳이 극장에까지 가서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답이 나오는 영화다.



그래도 이 영화를 선택하게 한 힘은 예고편에도 등장했던 대통령(김명민 / 특별출연인데 분량이 엄청남) 의 단 한마디였다.





"국민 여러분, 저희 정부는 솔직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올 한 해, 국내 극장가의 기류는 '세월호' 였다.


무능한 정부보다 유능한 일개 시민.

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후반부를 풀어나간게 본작이다.


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질질 끌면서 '제발 좀 울으라고!!!!!' 소리치는 감독의 역량은

나에게 아무 데미지를 주지 못했지만

의연하게 일어서는 국민 영웅들의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딱 봐도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에 실제로 있었던 3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따온게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원자로에 대한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전체적인 플롯이 거의 비슷함)







국가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왜 내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냐고 울부짓던 재혁(김남길) 의 목소리는 가슴에 깊이 남았다.



cg나 패닉에 빠지는 국민들의 모습은

무서우리만치 실제적이어서(부산행 좀비보다 더 무서움)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아무 생각 없이 목을 매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 되겠다.

(영화가 끝나고 일련의 경고문처럼 우리의 현재가 나온다) 


앞으로 세월호같은 국가적 재난 사건이 터지면

메뉴얼 따지지 말고 민간인이라도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구해내야 하는 거라고

우리는 그 날 너무 절실하게 배웠다.










+

악역을 도맡은 총리역의 이경영 아찌는 명불허전이었고







몸 전체가 이미 방사능 덩어리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을 구하려 수십번을 지하로 오르내리던 발전소장 역의 정진영 아찌도 정말 멋있었다.

(차라리 김남길 말고 정진영 아찌로 극을 꾸려나갔으면 어땠을까. 한국식 신파 좀 안넣으면 안되나? 지긋지긋하다 아주)







그리고 재혁의 연인인 연주를 연기한 김주현과






병원에 끝까지 홀로 남아있던 간호사 역을 맡은 오예설의 연기가 눈에 박힌다.





두 사람 모두 필모그래피가 별로 없는데(특히 오예설은 본작에 단역으로 데뷔) 앞으로의 연기가 기대되는 신예들이다.










++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인터뷰를 했던 정진영아찌의 말로는

'변호인' 을 제작했던 'new(next entertainment world)' 의 영화인데 원전사고를 담아낸 스토리이다 보니

소위 '원전 마피아' 라고 불리우는 반대 세력의 힘이 어마어마했었다는 후문.


돈은 돈대로 들이고 극장 개봉도 엎어질 위기에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제라도 개봉할 수 있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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