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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Dec 26. 2016

일루미네이션의 야심이 돋보이는 영화

두려움 때문에 사랑하는 걸 포기하지마.






바닥에 떨어지면 뭐가 좋은줄 알아?

올라갈 길 밖에 없다는거야.











일루미네이션의 야심.



이게 다 디즈니 때문이지만,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사는 언제나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에서 부터 시작점을 찾는 듯 하다.

그 속에 아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캐릭터와 음악은 물론

모종의 교훈마저 우겨넣으려고 애를 쓰니

완전한 백지 상태의 스크린에 팔딱거리는 생명체를 창조해 내는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딱히 새로운 이야기가 거의 없는게 다반사다.



이번 일루미네이션이 만든 이 애니메이션, '싱(sing)' 역시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영화다.


올해 초에 디즈니가 걸어놓은 저주는 얼마나 지독한지

스크린에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일단, 죄다 주토피아 아류로 보이고

불멸의 긍정성을 띈 꿈과 희망 따위를 노래하는게 뻔해 보이는,

디즈니 발 밑에 있는 영화로 전락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싱은 약간 다른 길로 가는 것 처럼 보인다.


한국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이미 단물이 빠질대로 빠져버린 '오디션' 이라는 카드를 들고,

오래된 자신의 꿈인 '(그의 꿈만큼 오래된)극장' 의 재흥행을 바라는 코알라(버스터 문) 를 필두로





각자의 사연이 있는 온갖 동물들이 자신의 꿈과 상금(이거 꽤 중요함) 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 가족 아무도 모르는, 25남매를 둔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남자친구에게 늘 핀잔을 들으며 함께 꿈을 키우는, 2인조 밴드의 백업 보컬겸 세컨 기타리스트 고슴도치 애쉬(스칼렛 요한슨),





갱단에 우두머리인 아버지를 둔, 그의 사이드 킥 고릴라 조니(태런 에저튼),






소심한 성격에, 제 목소리로 노래 하는 것 조차 부끄러운 코끼리 미나(토리 켈리),






부와 명성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길거리 뮤지션 생쥐 마이크(세스 맥팔레인) 등






여러 동물들의, 현실을 딛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상황을 묘사하며 적지않은 감동을 주는 영화인데

재미있는건 이런 뻔한 이야기는 디즈니가 태곳적부터 해왔던 이야기라는 거다.


이미 디즈니는 거기서 한 단계 넘어서는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주조해가며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선두로 나서는 애니메이션 회사가 되어버려서,

자연스레 그 후발주자들이 되고있는 신생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무엇을 하든 '아류', 'a-급', 'dvd용 영화' 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는데

일루미네이션 역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올해 함께 개봉했던 '마이 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 2016)' 로 동물 애니메이션으로서 모종의 '가능성' 을 실험해본 일루미네이션이

이번에는 '꿈' 이라는 진부하디 진부한 소재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다른걸 찾으려고 부던히 애를 썼다.



일단 물량으로 승부하고 보자는 식의, 총 64곡의 명곡이 수록된 플레이 리스트와

사운드 트랙에 정식으로 실린 24곡의 음악들,

거기에 단 한명의 주인공이 아닌

버스터 문의 이야기를 버팀목으로 삼고 그 사이사이, 여러 캐릭터의 사연을 심어놓은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자칫 산만하고 집중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흩뿌리기는 나름대로 잘 했는데 결과적으로 한데 모으는게 너무 어설프게 보였달까.

캐릭터 개개인의 이야기 역시 큰 얼개만 다룰 뿐, 더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래도 남들과 감정선이 좀 요상한 나로서는

이번에 주조연급으로 등장한 고릴라, '조니' 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갱을 하고 있는 아빠가 싫지만

음악을 하고싶은 열정 하나로 하기 싫은 아빠의 사이드 킥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데

자신의 그 꿈 때문에 아빠가 위기에 처하자

모든걸 내려놓고 본능대로(? 혹은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려는 찰나에

연습실 옆에 놓인 피아노를 보고 마음을 다잡는 부분에서 정말 울컥했다.





누구보다 그런게 어떤 감정인지 잘 알기에 나도 우리 부모님의 전철을 밟지 않고 살아가려 늘 정신을 가다듬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장 주인 버스터 문의 낙담하는 이야기가

정말 심하게 절망적이어서

정말이지 눈물이 콸콸 흘렀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과

그 상황들이 한 번에 이루어진게 아닌, 실패들이 점차 점차 쌓여서 결국엔 쾅. 하고 벌어져 버린 사태 하나로

하루아침에 모든 걸 다 잃고 집도 절도 없어지는 상황도 나는 뭔지 익히 아니까.


그 상황을 타개하고 다시 열심히 해 볼 의지와 결말부분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초-중반에 비해

'역시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이군' 이라는 말이 단번에 나올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디즈니와는 차별화된 뭔가를 계속 보여주려는 노력이 보여서

전체적으로는 많이 빈약하고 부족한 영화여도(이 공식을 디즈니가 만들어서 그렇게 보이는 효과를 주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디즈니는)

나에겐 굉장히 공감이 가는 요소가 많은, 기묘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올해 영화 보면서 운거, 이게 처음인 듯. 신파들을 줄곧 볼 때도 전혀 울지 않았거늘)



엔딩곡보다 코끼리가 아주 잠깐 부른 '할렐루야' 가 더 감동적이었고

슈퍼맘 돼지엄마의 무대는 이상하게 좀 충격적이었음.

뭔가 변신을 꾀한 이미지지만 이상해.

고슴도치 남자친구의 질투 스토리 따위도 어디선가 분명히 본 듯한 이야기고.



연말에 개봉을 했는데도 흥행이 저조한 이유가 다 있는거여.

디즈니 스럽지 않으면

디즈니의 전철을 밟는 듯한 스토리이면

연말, 연휴 다 소용없는걸 몸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전체적으로 그냥 평이해.

굳이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

(하지만 나는 dvd를 사겠지. 코알라랑 고릴라 스토리 때문에. 지금 리뷰 쓰면서 떠올리는데도 울컥 울컥 ㅠㅠ)











+

스칼렛 요한슨 나온지도 모르고 봤네(고슴도치 목소리 일부러 좀 변조해서 녹음한 듯).

역시 영화는 아무 정보도 없이 봐야핢(이번엔 예고편도 안보고 일루미네이션꺼라서 바로 예매했지).


문화진흥원은 나에게 상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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