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배우들에게 심하게 친절했을 경우
양면 테이프냐? 이쪽에 붙고 저쪽에 붙게?
뭐, 대한민국에 저같은 미친놈 하나쯤은 있어줘야죠.
막연한 *새끼인줄 알았는데 구체적인 *새끼네.
그렇게 쳐다보면 뭐가 달라져요?
다들 사면 받잖아. 그게 세상이야.
감독이 배우들에게 심하게 친절했을 경우.
다단계 업체를 운영하며 회원들의 등골을 빼먹는 원 네트워크 진회장(이병헌) 과
그를 반년 넘게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이
진회장의 전산실장 박장군(김우빈) 을 사이에 두고 암투를 벌인다는 이야기.
내게 제대로 만든 사회고발성 영화는 '내부자들' 이 마지막이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최근 스크린에서 지리하게 보아왔던, 소위 '윗선' 들 뒷 얘기의 또 다른 한 쪽을 이야기한다.
소재만 약간 틀어서 금융과 다단계업체라는,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돈' 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그 구조를 구체적으로 관객의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지 못한 시나리오의 부실함이 심하게 드러나고
세 배우의 분량을 확보해주느라 지루하게 편집을 해 놓은 감독의 역량이 아쉽다.
분명히 긴박한 상황이라는건 잘 알겠는데 긴장감 따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요딴 아이러니.
무엇보다 영화나 판타지를 뛰어넘는 작금의 시대성을 못따라가는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함정이다.
고작 4조가지고 뭐 그리 영화까지 만들고 계신가.
10조를 훌쩍 뛰어넘는 건국이래 최대의 게이트가 지금 대한민국을 들끓게하고 있는데.
연기 잘 하는 배우들 가지고 이정도로 찍는 것도 참 대단하다.
('아수라' 만큼 똥작은 아니다만)
좀 더 스피디하게 만들었어야 했고 그놈의 명대사 만들기는 그만 좀 했어야 했다.
무슨 배우들이 대사만 치면 어떻게든 유행으로 만들려고
각잡고 아둥바둥 거리는게 너무 빤히 보였다.
거기에 앞서 개봉한,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떠오르는
지겨운 기시감-데자뷰 등.
조직 폭력배 소재의 영화가 돈이 되니까 조폭 영화만 줄지어 개봉하던 시기와 지금이 뭐가 달라?
대체 왜 돈이 되니까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만 줄줄이 찍는지
충무로는 메가폰 잡고 반성해야 한다.
이러니 영화 소재에 대한 발전이 더딘거여.
돈 안되니까 투자 못받는 가난한 인디 영화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거고.
세 톱 들 중에서
그나마 색다른 맛을 보여준 이를 꼽으라면 단연 김우빈.
데뷔때 부터 이상한 마스크와 연기력 때문에 주는 것 없이 별로였는데(바로 위 사진 같은 김우빈의 이미지가 정말 개인적으로 극혐임)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가장 매력있는 역할을 맡아서 그런지(누가 맡았건 개인적인 연기 커리어 중박 이상은 치고 올라갈 캐릭터)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로 잘 퍼먹더라.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그것도 아주 맛있게.
+
영화 마스터의 엔딩 크레딧 후 보너스 영상은 두 개다.
꿀 성애자인 안경남(조현철) 과 박장군의 에피소드 하나,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전)
진회장과 황명준(오달수) 의 감옥 에피소드 둘.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가고 나서)
웃자고 넣은거니까 굳이 안봐도 괜찮다.
감독이 정말 배우들 절절하게 사랑하는 듯.
이왕 엔딩 크레딧을 넣을거면 나랏님들 잡아넣는 걸 넣든가 하지
(강동원의 엔딩씬이 꽤 멋있었다)
상업 영화가 무슨 취미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