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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an 10. 2017

패신저스

어설픈 우주 로맨스

물에 빠진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끌어들이게 마련이지.






다른 곳 만을 너무 바라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즐길 수 없죠.










일종의 사기 아닌가 이거?



패신저스는 간만에 소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게됐다.


영화의 주 내용은,



선택된 두 사람, 모두의 운명을 구해야 한다!
120년 후의 개척 행성으로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

여기엔 새로운 삶을 꿈꾸는 5,258명의 승객이 타고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과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은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서서히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두 사람은

 우주선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 그들이 남들보다 먼저 깨어난 이유를 깨닫게 되는데…



..라고 한다.


위에 내가 명조체로 굵게(그리고 크게) 표기한 곳 보이시는가?


저런식의 마케팅은 나같은 sf덕후들의 호기심을 단숨에 이끌어내어 극장으로 향하게 하기 딱인 문구다.

심지어 저 거나한 문구는 포스터에도 들어가 있다.







가볍게 말해 낚시이고 무겁게 말하면 일종의 사기다.



아발론호의 사고(?) 로 인해 짐이 혼자 일찍 깨어난건 맞다.

오로라가 깨어난 이유는 우주선의 사고 때문이 아니다.

순전히 짐의 욕심 때문이다.

(개새끼지 저런거..)



세타 수면이라던지 광속으로 비행하는 우주 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냉동-냉각 수면 장치는

sf 장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조기 기상' 소재의 sf 우주여행 영화에 (어쩌면)뻔하게 등장할,

인간을 위협하는 컴퓨터(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 이라던지, 블레이드 러너의 복제인간 리플리컨트, 최근에는 인간에게 우호적이었지만 어딘가 음울한 면을 지울 수 없었던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 정도) 로 인해

뭔가 인간에게 반기를 든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거나 인공지능의 오류, 혹은 자의식의 발현 따위에 의해

인간의 생존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존재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혹시나 해서 기대했던 바의 바텐더 안드로이드, 아서는 너무 착했고 너무 젠틀했다.







그러므로 저런류의 (국내판에만 들어가 있는)말도 안되는 문구는 뺐어야 한다.



그래도 영 구제할 길 없는 졸작만은 아닌게

꿈결같은 우주의 모습을 담아낸 효과들이나 우주선의 디자인, 우주선 내부의 모델링이 가히 환상적이다.

(엔딩 타이틀에도 꾸준히 우주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우주 여행에서 닥칠만한 악몽같은(?) 재난들 역시

보면서 '오!'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멍청함을 제니퍼 로렌스의 존재가 모두 커버 해 준다(음?).












극중에서 그녀는 있는 집 자식의 부유한 작가로 등장하는데

마치 이 영화는 그녀의 몸매와 매력을 발산시키기 위한 제니퍼 로렌스 홍보용 영화이고

sf 장르는 그저 양념마냥 휘발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제니퍼 로렌스는 여러 스타일의 코스튬을 선보인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에서 부터 화사한 드레스까지)



전체적인 영화의 낚시 덕분에(이게 다 국내 마케팅 자식들 때문이지 뭐) 급 안좋아지는 기분을 제니퍼 로렌스가 치유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핵심은

영화 자체가 우주선 내부의 기계적 결함에 의한 재난이 아니라

뭔가 다른 존재(우주선 자체, 혹은 자의식이 있는 안드로이드) 가 우주선을 차츰 망가뜨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더 낚인 기분이 든달까.

(마케팅 부서 놈들도 아마 영화 다 보고 '야 이런식으로 낚아보자' 했을 듯)



제니퍼 로렌스 덕분에 더이상의 악평은 쓰지 않는걸 감사해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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