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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Mar 06. 2017

재심

또 다른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

내가 법정에서 증명해줄게. 너, 절대 살인범 아니라고.






지옥이 더 공평하기라도 하지. 거긴 죄 지은만큼만 벌을 받잖아?












또 다른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하필 그 근처를 어슬렁대던 청년 하나를 칼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범인으로 모는 경찰(한재영),

범인으로 몰린 청년, 현우(강하늘)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다 결국 감형을 위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살인을 자백하며 10년을 살다 나온다.

그렇게 청춘의 시간을 강제로 빼앗긴 현우는 당뇨로 인해 앞이 안보이게 된 어머니(김해숙)와 근근히 살아가고

돈도 빽도 없이 벼랑 끝에 몰린 인생을 살아가는 변호사 준영(정우)은 친구 덕분에 들어간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위해

전국을 돌며 무료 변론 봉사를 하던 와중에 현우의 사건을 알게되고

본능적으로 자신이 재기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건을 재심까지 끌고 간다는 이야기.



결국 이 영화, '재심' 은 출세욕과 성공에 눈이 먼 한국의 안일한 공권력의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실화고 영화 말미에 실제 주인공들도 사진으로나마 등장한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소재로 출발점을 끊은 '조작된 도시' 와는 궤를 달리하는 영화다.



영화는 그 시절의 공권력이 얼마나 썩어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리고 법은 가진자들을 보호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에겐 핍박을 하는 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한다.


그 안에서 정우는 그동안 보여준, '응답하라 1994' 에서 구축한 '쓰레기' 캐릭터 그대로를 가져다가 쓴다.

(강하늘 역시 '동주' 의 캐릭터가 지닌 느낌을 이어간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판에 박힌 연기를 보여주는게 얼마나 위험하고 아까운 일인지 정우가 모를리 없겠지만

연기력 하나만 믿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하고 달려온, '다작 배우' 라는 오명(?) 도 한 때 썼던 황정민의 길을 밟고 싶은건지

나는 그동안 '응답하라 1994' 이후 정우가 찍은 영화를 모두 극장에서 본셈인데 다 '쓰레기' 같아 보였다.


이 영화에서도 뭐 하나 다른 점 없이(굳이 있다면 변호사라는 '직업' 만 다른거지) 정우는 그동안 너무 많이 봐왔던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아직 설득력이 있다.


솔직히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돈도 빽도 줄도 없는 망가진 서민의 인생을 위해 변호사가 이 한 몸 바쳐 변호해 내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정우와 강하늘과 이동휘와 한재영, 그리고 김해숙(순임 역) 이라는 연기자들이 그것들을 연기했을 뿐,

이렇다할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포인트는 저들의 연기가 아직 볼만하다는데에 있다.


워낙 연기파들이지만 겹치는 캐릭터 투성이이고 다소 뻔한 결말이 눈에 보이는 와중에도

느슨할 땐 느슨하고 밀어 부칠땐 강하게 미는 연기들이 불꽃을 만든다.


특히 순임이 뻘밭에서 피식 웃는 아들, 현우에게 '너 지금 웃었제?' 라며 눈물을 흘리는 부분에선 이 영화에서 최고로 감동적이었고

준영의 친구인 창환(이동휘) 이 조금씩 변해갈 때, 설렁설렁한 캐릭터지만 어딘가 음험함을 굳이 티내고 싶지 않지만 은근히 티가 나는 이동휘의 뻔한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결말부분은

이전에 본, '더 킹' 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나름 잘 쌓은 탑(견고하진 않다) 을 완공된 건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느낌이랄까.

뻔해서 생략했겠지만 그래도 완주는 해줬으면 좋았을 영화다.

(요즘 '발단-위기-전개-절정' 까지만 만들고 툭. 끊어버리는게 유행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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