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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Mar 06. 2017

핵소고지

당신이 믿는 신은 누구인가.

영화의 원제는 'hacksaw ridge'

(다들 왜 제목이 '고지' 냐며 앵알대던데 '핵소 산등성이' 보단 낫잖아? 이만하면 잘 지었구먼 뭘)








주님, 부디 제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도스 이병이 기도중입니다.












당신이 믿는 신은 누구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핵소 고지에서 무기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한 영웅의 실화.



이 영화는 전쟁영화다. 

'제 7 안식교' 를 믿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 가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인해 주변의 친구들이 징집되고, 신체검사에서 탈락된 친구들 몇몇은 자살에 까지 이르는,

다분히 '이 한 몸 받쳐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 라는 슬로건이 미국 전역을 물들일 무렵,

아버지(톰 도스 / 휴고 위빙) 의 1차 세계대전 참전과 형(해롤드 도스 / 나다니엘 부졸릭) 의 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굳이 군에 가지 않아도 되는 입장임에도

생명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의무병으로 자원입대를 하게된다.


굉장히 신기한 사실은 데스몬드가 의료기술을 전공한 학생도 아니고 평소 관심을 가지던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병원에서 헌혈을 돕던 간호사(도로시 쉬테 / 테레사 팔머) 에게 한눈에 반해서 홀로 독학을 해, 군에 들어갈 수 있게된다.


그리고 '살인을 하지 말라' 는 성경에 써있는 신의 말씀처럼 총기 사용을 정당하게(?) 거부한다.

(정확한 사연은 극 후반부, 아버지와의 회상씬에서 나온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은 훈련소에서 전쟁터에 이르기까지 데스몬드를 사사건건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데,

극 후반부로 갈수록 총 한 번 쏘지 않고 인명을 구출해 내는 데스몬드의 미친 활약이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물론, 군인임에도 총을 결코 잡지 않겠다던 그를 

멸시하고 군법 재판에까지 회부했던 군대는 나중에 가서야 기적같은 데스몬드의 구출담을 직접보고 경의를 표하며 대통령 훈장까지 주기에 이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앤드류 가필드는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나약하고 유약해 보이는 연기를 제대로 해낸다.

거기에 착한 얼굴로 단 한번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모습은

리부트됐던 두 번째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앤드류에게 약간 실망했던 나에게 퍽 괜찮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종교인들 중에 유독 기독교도가 많은 미국은 당연히 데스몬드의 '제 7안식교' 를 '이단' 으로 명시한다.

상황이 상황인지라(2차 세계대전), 굳이 군에 오지 않아도 되는 입장의 데스몬드가 의학을 배워 미약한 자신의 힘이나마 나라에 보템이 되고자 자원입대를 한다.

막상 군에 들어오니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은 들지 않고, 의무병으로만 전쟁에 참전하고 싶다' 는 말로 그가 속한 부대의 군인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네가 믿는 신은 틀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고 불명예 제대가 되기 뻔한 변명이다.

미군은 군법 재판에 넘겨 결국 데스몬드를 기소하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연줄(? 1차 세계대전 이후 워싱턴 사령관이 된 머스그로브 장군) 로 인해 '양심적 거부권' 이 허용되어 결국 총 한자루 없이 오키나와까지 가게된다.


우리는 과연 데스몬드가 믿는 제 7안식교가 '이단' 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모태신앙에 외할머니-어머니 두 분 모두 권사님이신 나조차 이 영화를 보기 전, '핵소고지 종교' 로 검색해 보니 제 7안식교, 여호와의 증인이 떠서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워낙 말이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들 때문일 것이다.

그 누가 청춘의 2년여를 군에서 썩고 싶을까.

다만 악용하는 멍청이들 때문에 왈가왈부 말이 많은 거다.


국내의 기독교에서는 모든 타 종교를 '이단' 으로 칭한다.

당연히 천주교, 불교, 예수재림교, 원불교 등 한국과 외국에 존재하는 기독교가 아닌 전 종교를 배척하고 멸시한다(그리고 전도하려 하지..).


난 기독교도지만 한국의 기업형 기독교들에 염증을 느껴, 사회악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본인들 주머니 걱정에 신도 모으기만 급급한 멍청한 개독교들이 더 이단같다.


그래서 해가 갈수록 드는 생각은

'신은 결국 하나인데 그 길로 다다르는 방법은 여러개' 라는 생각이다.


그 타 종교들 중에서 유독 유난떨고 신도 모으랴 헌금 모으랴 난리 부르스를 추는 종교들이 '이단' 으로 보일 뿐(이런 시점으로 보면 위에서 언급한 개독교들 역시 나에겐 '이단' 이다).

데스몬드가 믿던 '제 7안식교' 는 데스몬드의 활약덕에 설득력을 지닐 수 밖에 없다(그렇다고 '여러분 제 7안식교 믿으세요~' 하는 계몽영화는 아니다).


솔직히 말이 되냐고.

미군이 '악마' 로 까지 치부하는 일본을 깨부수려 파견됐는데 총 한자루 없이 그 전쟁통(고지 점령이 유독 힘들었다던 핵소) 에서 75명이나 구해낸 사실이.

(이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단다)




아무튼 교리의 당위성을 놓고 보자면 데스몬드의 선택은 굉장한 용기이며 말도 안되는, 아주 숭고한 행동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를 주장하고 싶다면 데스몬드 처럼은 해야 하지 않을까.

꼴랑 군대 가기 싫어서 종교 탓하는 아해들을 보면 참 답이 안나온다.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남자 한정) 이고 한국에서 돈 벌어먹고 싶다면

군대 뺄 빽이나 연줄이 없는 경우 그냥 닥치고 가는게 낫다.

괜히 양심적 병역거부 성공사례들 찾아서 똑같이 따라하다 재판가지 말고.



기본은 기독교도인 내게 여러 생각을 안겨준 영화였다. 핵소고지는.

(추천해 주신 ㅎㄷㄹ작가님 감사합니다)

분명 기독교인들 중에 데스몬드 종교 때문에 일부러 안 본 바보들 많을거야~ 나도 그럴 뻔 했으니까.











+

이 핵소고지가 잔인하다고들 하던데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더 잔인하지 않아?

난 군 영화중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가장 보기 힘들던데 아직.

(참고로 전쟁영화 별로 안좋아하지만 덩케르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덕분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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