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Mar 06. 2017

로건

나름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씁쓸한 은퇴식.

이런 기분이었구나...






사람은 생긴대로 살아야 해. 어쩔 수 없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더군...

여기선 살인을 저지른 뒤 살 수 없어, 옳든 그르든, 그건 낙인이야. 돌이킬 수 없어.

이제 가서 엄마에게 말하렴, 모든게 잘 될거라고. 이제 이 계곡에 총은 더이상 없다고.












나름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씁쓸한 은퇴식.



살면서 이렇게 엔딩까지 쭉- 음울한 히어로물은 처음이지 싶다.

단순한(?) sf오락물이었던 엑스맨 오리지널 3부작에서부터 본작 로건까지 17년동안 '울버린' 을 연기한 휴잭맨의 마지막 마블 영화다.


이 영화는 마블의 코믹스중 하나인 '올드맨 로건' 에서 모티프를 따와

미스테리오의 환영에 속아, 자신을 제외한 거의 모든 뮤턴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뒤 50년 후의 울버린을 비슷하게 그려낸다.




자책감을 못이겨 자살시도까지 하는 로건...xmen



물론 마블의 mcu는 원작과 하등 관계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흥미가 땡기는 사람들은 원작도 한 번쯤 읽어도 괜찮을 듯.

영화는 엑스맨 세계관 20~30년 후의 이야기이고 로라(x-23) 또한 올드맨 로건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다른 뮤턴트들이 어떻게 됐는지, 뉴스에 나오는 호텔에서 자비에 박사가 저지른 일이 '1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뮤턴트 6~7명인가가 죽었음-' 라는 식으로 대충 설명을 한다)






그러니 이전의 엑스맨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이거나 원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 되겠다.



한가지 아쉬운건 브라이언 싱어가 복귀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줄 알았는데 똥을 싸질러놓은 엑스맨의 프리퀄격인 '엑스맨: 아포칼립스' 의 쿠키영상에서 나왔던 


https://brunch.co.kr/@realnogun/422



'엑세스 주식회사' 와 '미스터 시니스터' 는 순전히 다음 엑스맨 시리즈를 위한 안배였다는 설정.

울버린 마지막편인 본작에 등장하는 메인 빌런인줄 알았다(왜 같은 20세기 폭스인데 악당 배분 제대로 안하니?).



그래서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은 형편이 없다.

울버린의 은퇴식에만 온 신경이 쏠려있어서.


게다가 그동안 우리가 익히 봐왔던 엑스맨의 마스코트이자 아이언맨이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데뷔하기 전, 마블 코믹스의 인기 히어로 지분을 상당 수 가지고 있었던 유쾌한-꼭 시가를 입에 물고있던- 울버린은 절대 볼 수 없다.


하지만 앞서 개봉했던 '엑스맨 오리진: 울버린(2009)' 이나 일본에서 돈줄을 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쓸데없이 왜색이 짙었던 '더 울버린(2013)' 과는 차원이 다른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이번 '로건' 은,

분위기라던지 색채 따위가 일정한 톤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sf액션이라기보다 그저 드라마에 가깝게 완성이 됐다.

(살면서 팀버튼 감독의 배트맨 클래식 1, 2편이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보다 우울한 히어로물은 처음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울버린 자리의 '승계' 가 이뤄진다.


첫 등장부터 울버린 초기 시절을 그대로 빼닮은 '로라' 가 그 주인공.





비록 비정상적으로 잉태된 복제인간(? ..클론은 아니다만)이긴 해도 역할을 맡은 '다프네 킨'이라는 소녀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던데 추후 로라의 단독 솔로무비가 제작된다면

호전적이고 불같은 성격을 어떻게 그려낼지 자못 궁금하다.

(엑스맨 여성 캐릭터들 중엔 키티 프라이드의 솔로무비가 제일 보고싶었는데 ㅠㅠ)





처음 공개된 본작의 포스터를 보고 로라와 로건의 꿀케미를 기대했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그냥저냥 '다음 울버린은 얘야' 하는 식으로 로건의 고통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있어서 어찌됐든 로라의 솔로무비를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끝으로

로건의 모습이 참 안타깝고 씁쓸했다.

진 그레이를 사이에 두고 사사건건 사이클롭스에게 시비를 걸며 시가를 꼬나물고 겔겔거리던 그 마초는 어디가고





힐링 팩터가 말을 듣지 않아 아다만티움에 서서히 중독되면서 하루하루 술과 리무진 운전으로 죽어가고만 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치매에 걸린 프로페서 엑스와 알비노와 함께 요트를 사서 바다로 나가 사는 것.



평소처럼 여운을 남기면서 퇴장하는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뒷맛이 영 찝찝한 울버린의 마지막이었다.













+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라는 감독이 앞서 폭망시켰던 '더 울버린' 역시 감독을 했었다는 거다.





덕분에 이 울버린은 절대 두 번 안보지(무슨 일본 홍보 영상인 줄). 차라리 엑스맨 프리퀄 3부작을 다시 보는 한이 있어도.



그리고 이런 분위기 있는 로건을 창조해낸 시나리오 작가는 무려 벤 애플렉의 '데어데블(2003)' 에 버금가는 망작, '그린랜턴(2011)' 을 낳은 '마이클 그린' 이라는 각본가다.






이 두 사람(벤 애플렉이랑 라이언 레이놀즈 말고!) 모두 '로건' 하나로 반전의 역사를 쓰게됐으니 앞으로 손대는 영화는 기대해도 좋을 듯.



그러고 보면 헐리웃은 참 알다가도 모를 곳이여..

마블의 데어데블로 쪽박차고 히어로물에 얼씬도 못하던 벤 애플렉이 디씨의 차기 배트맨이 되질 않나 디씨의 그린랜턴에서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고 역시 히어로물에 얼씬도 못하던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마블의 데드풀 솔로무비(울버린과 먼저 만났었지만)로 당당하게 컴백하질 않나..













++

로건은 이십세기 폭스사가 '데드풀' 로 '19금 히어로' 의 짭짤한 흥행의 맛을 본 탓인지 역시 19세 관람불가로 제작되었다.


로건이 청불인 이유는

쓸데없이 야한 장면은 1도 안들어가 있지만 그동안의 울버린에 비하면 심하게 잔인하고 욕이 시도때도없이 나온다.

그래서 더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나 마블 히어로물들과는 너무 달라보이는 걸지도..

(웃긴게 로라역의 다프네 킨은 비중도 굉장히 많은데-거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본격 데뷔- 프로모션 시사회때 인사만 하고 청불이라 영화 못볾ㅋ)

















+++

로건의 쿠키영상은 없다.














++++

영화 제목이 울버린이 아니라 '로건' 이라서 매표하고 입장하고 심지어 영화 내에서 배우들이 '로건!' 을 외치는 소리가 얼핏 '노군!' 으로 들려서 보는 내내 흠칫.


매거진의 이전글 핵소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