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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by 노군

텀이 짧은 라이언 맥긴리의 두 번째 사진집, '혼자 걷는(way far)'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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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번역된 제목덕에 원제랑 전혀 다른 뜻(훨씬 멀리)의 책이 되었지만
나름 느낌있다.


이 책엔 지난번 대림미술관 디 뮤지엄에서 열린 'youth' 전에 공개된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도 대거 수록되어 있다.


http://blog.naver.com/realnogun/22093625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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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맥긴리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끔 한 '우연히' 에 주목할 것.



라이언 맥긴리의 다른 책(이라고 해봤자 '바람을 부르는 휘파람' 말곤 없지만) 에 비해 그의 사진에 보다 더 철학적인 해설을 덧붙인 데이비드 리마넬리의 코멘트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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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아름다움이 담긴
모든 사진들은
'잠재적인' 시체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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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샬롯의 여인'.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샬롯의 여인' 에서 영감을 받았다.

희미하게 펼쳐진
강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치 자신의 불운을 내다보고
넋이 나간
대담한 예언자처럼
멍한 표정으로
그녀는
카멜롯을 바라보았네.
날이 저물자
그녀는 사슬을 풀고
그 자리에 누웠네.
넓은 강줄기는
그녀를 싣고 흘러갔네.
샬롯의 여인을.


라파엘 전파 화가들은 테니슨의 작품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었는데,

저 시의 주 내용은

바깥세상을 직접 보면 죽는다는 저주를 받아 어두운 탑에 갇혀 세상을 오직 거울에 비친 상으로만 봐야 하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하지만 여인은 거울에 비친 랜슬롯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 그를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결국 뒤돌아 창문 너머 세계를 직접 바라보고 만다. 돌아보는 순간 거울이 깨지면서 그녀에게 자유와 죽음이 동시에 찾아온다. 자신에게 저주가 닥치고 있음을 알아차린 그녀는 탑 밖으로 도망쳐 나와 작은 배를 타고 그 배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그녀는 랜슬롯을 찾기 위해 배를 타고 표류하다가 결국 탑 바깥 세상에서 낭만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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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긴리의 사진들은
피사체들이
죽음과 아주 밀접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막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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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맥긴리의
'starry eyes(2013)' 는
불꽃이 떨어지는 가운데
물웅덩이에 엎드려 있는
벌거벗은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불꽃이 그녀의 얼굴 앞으로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을 찍은 이 사진은
공중에 있던 불꽃이
그녀의 두 눈의 위치에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을 포착해서
두 눈을 황금빛 구멍처럼 보이게 만든다.



맥긴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황홀한 섹스/죽음의
패러다임은
디오니소스적인 황홀감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19세기 후반,
사진의 역할을 과학으로 볼지 예술로 볼지에 대한 논쟁이 있던 시기에 등장한 '회화적 사진' 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매개체(사진) 에 당시 회화적 특징을 드러내는 장치들을 이용해 회화의 특징인 진지한 의도와 상상력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흐름의 초창기 주자였던 헨리 피치 로빈슨
한 번의 노출로 결정적 순간을 담기를 거부하고
한 장면씩 신중하게 찍은 여러 장의 네거티브 이미지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사진을 만들었다.

선명한 이미지와 더불어 사진을 여러 장 '합쳐서 인화' 했던 로빈슨의 작품 중 사진이 주는 신뢰성과 섬세한 조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은 'fading sway'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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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의 순간을 맞이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또렷한 모습을 담아내 당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젊은 여성의 병상 주위에는 슬픔 가득한 얼굴로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주제는 당시 그림에서 매우 드문 주제였다. 사진이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개입 할 수 있다는 정서는 오늘날에도 대단히 충격적인 발상이며 사진가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술 감독 분야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하는 맥긴리의 사고방식은 이 초창기 회화주의 사진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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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긴리의 피사체들은
뛰어오를 때
그 우아함이
사진가에게 포착된다.
우리는
그 피사체들이
떨어진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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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긴리 사진의
매력적인 외양은
속임수 혹은 농간을
표면화하고
타는 듯한 하늘과
젊은이들의 육체를
응시하는 우리의 시선,
상처 입은 살갗의
불완전한 아름다움,
불꽃 혹은 경사진 언덕
등을 부각시켜
맥긴리의 작품에서
되풀이되는
상실의 숨은 의미를
감춘다.





라이언 맥긴리의 '혼자 걷는(way far)' 이 주는 감상은
확실히 그의 이전의 작품들을 보고 느끼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젊음의 탄성' 으로도 보였던 사진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감성이 대자연속에서 마치 '에덴동산'에 있던 두 남녀 처럼 '언제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라는,
다소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남긴다.

확실히 맥긴리의 사진 속 젊은이들은 누구하나 빠짐없이 아름답고 멋진 외모와 몸매를 하고있다.

그리고 역시나 완벽에 가까운 자연배경 속에 서 있다.

어느 것 하나 무서울게 없는 치기어린 '청춘' 이라기보다
음울함을 어느정도 내재하고 있는,
극도의 평안함과 모종의 두려움이 섞여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그의 사진들을 좋아하고 찾아보던 나에게 조금은 다른 심오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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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음에 들었던 'sisters moonrise(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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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마치 혹성탈출(오리지널) 의 포스터와 위 아래로 이어붙여놔도 손색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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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이 책엔 이렇게 대자연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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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 속에
현대 문명들의 건축물이나 물건이 등장하면
사진이 어딘가 굉장히 어색해 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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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죽은 이를 인양해 가는 것 같았던 'red creek(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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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의 표지사진으로 쓰인 'falling(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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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한 장덕에 라이언 맥긴리에게 빠져들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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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 중에 세 번째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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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해외 직구로 구입한 테리 리처드슨의 'terryworld' 가 도착한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인가.

유독 '성' 에 관해 쉬쉬하고 암묵적 가위질을 잘 하던 한국사에 라이언 맥긴리 같은 사진작가는 절대 나올 수 없음을 통감하며 테리 리처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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