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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n 06. 2017

어느날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괴롭히려고 온거 아닌데.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을거예요, 그냥..

잘 지내는거 보여드리려고...







잊혀지는거 보다 슬픈 건 없잖아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세상에 버려진 느낌.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병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아내의 여파로 그 어떤 희망도 없이 살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 곁에 어느날 '미소(천우희)' 가 나타난다.

알고보니 그녀는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놓인 시각 장애인, 미소와 동일인물. 마침 강수가 맡은 새로운 보험 사건의 당사자였다.

코마 상태로 병상에 있는 미소가 눈을 뜨면 혼으로 존재하는 미소는 사라지고 누워있는 미소가 잠이들면 미소의 혼은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그걸 오직 강수 혼자서만 보게된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자칫하면 심령 스릴러로 갈 수 있던 영화적 장치를 드라마로만 이용해, 하고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한다.


태어날 때 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아, 평생을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오직 피부로 느끼는 감촉이나 후각-청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미소.

어느날 강수에게 졸라 어딘가로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둘이 함께 찾아간 곳은 그녀가 있던 장애인 센터 사람들의 결혼식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엔 그저 목소리와 몸의 형태로만 타인을 인지했던 미소가 영혼으로 자신의 몸을 빠져나왔을때야 비로소 모든 걸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던 지점이 퍽 뭉클했다.


특히나 스물 다섯 살이 되어(사고가 나기 전)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 해맑게 웃으며 '그냥 내가 잘 사는 모습 보여주러 왔다' 며 뱉는 천우희의 표정과 어투는

그녀만이 해낼 수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어, '역시 천우희'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씬이었다.



강수의 사정에서는 불치병을 얻은 사람이 살아가는 건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아내의 고통과 그걸 옆에서 지켜만 봐야하는 남편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잘 그려냈다.




결론적으로 '잊혀지는 게 싫다' 는 '먼저 떠난 사람들' 의 이야기 이지만

두 여자에게 두 번이나 홀로 남겨지게 되는 강수의 입장도 좀 생각해 줬으면 했다.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느냐도 중요하지만 남겨지게 된 사람의 마음은 떠난 이들보다 더 아프고 처절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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