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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pr 08. 2017

영화 라이프

본격 결말이 다 한 영화.

난 인간들의 잔인함을 참을 수가 없어.








이곳의 적막함이 좋아.








우리가 살기 위해 너를 죽이고 네가 살기 위해 우리를 죽인다.








내가 있을곳은 우주야.

저 추잡한 인간들에게 다시 돌아가긴 싫어.















본격 결말이 다 한 영화.



화성에서 발췌해온 토양 샘플을 받아 지구에 근접해 있는 우주 정거장에서

연구, '필그림 7'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있는 여섯명의 우주인들.

그 샘플 안에는 지적 생명체(캘빈)가 담겨져 있었는데 실험을하던 휴(앨리욘 버케어)의 실수로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알고보니 탄소로 이루어진 몸이 화성의 온도나 기후가 본인과 맞지 않아서 쭉 그 상태로 지냈던 듯.

가까스로 구해낸 미지와의 조우를 놓치기 싫어, 휴는 캘빈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데 어마무시한 진화속도를 보여준다는 이야기.



이제는 우주가 배경인 이런 sf 괴수물도 '클리셰로 도배된 영화'라고 깔아뭉개지는 시대다(확실히 그래비티와 에일리언의 짬뽕 b급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온 몸이 뇌이자 근육, 신경 세포로 이루어진 캘빈의 진화된 모습은

제작사 측에서 개봉 전까지 비밀리에 부치다가 뚜껑을 연 다음엔 약간의 힌트가 담긴 영상을 뿌렸다.

이런류의 크리쳐물은 괴물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는게 이득이겠지만

여타 다른 미지의 생명체들을 다룬 영화들 보다 캘빈은 사이즈도 작고 카리스마도 약간 떨어지기 때문에 잃을게 없는 듯 예고편에 등장한다.

(참고로 캘빈의 스케치는 "20억년 전, 지구에 살다가 운석의 충격에 의해 방출된, 그래서 지구 출신이지만 수백만년, 혹은 수십억년 동안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 존재" 로 구상했다고 한다)



사방이 막혀있고 밖으로도 함부로 나갈 수 없는 '우주 정거장' 이라는 제한적인 공간 설정은

밀폐된 공간 안에서 미지의 존재와 한정적인 싸움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이 역시 너무 많은 영화들에서 이미 봐 온 장치들이다.



거기에 일반적인 우주인들로만 이루어진 연구팀은 그 흔한 무기하나 없이 핸드핼드 소각로나 산소 스틱, 전기충격기 따위로 근근히 버틴다.

그래서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거의 포식자 최상층에 있는 듯한 캘빈의 힘에의해 순간순간

'이제 어쩌지...?'

하는 암담함과 절망감이 엄습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은게 도대체 뭔가 싶었다.

저 위에도 써놓았지만 중간에 휴가 하는 말.


"캘빈도 단지 살기 위해 저러는거야."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캘빈을 아픈 몸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 정신이 어떻게 된거 였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호기심이 불러일으킨, 미지의 생물의 살기위한 몸부림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는걸 보고

왜 영화 제목이 '라이프' 인지 알게됐다(주인공이 캘빈이니까).




그리고 감독(과 각본가)은 영화의 후속을 안배한건지 모르겠지만 엔딩을 기가막히게 잘 썼다.

앞서 답답하고 알쏭달쏭했던 모든 것들이 엔딩에 가서 다 해결된다.

(감독이 관객들에게 마지막 '한 방' 을 날리고 싶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절망적인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를 아주 사랑하는데(열린결말도 좋지만 '큐브-1997-' 말고는 다 쓰레기),

내가 본능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이런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릴적 주말의 명화로 보았던 '우주의 침입자(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78)' 에서 도날드 서덜랜드 옹의 충격적인 엔딩 때문.





이 영화를 본게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이었어서 이 엔딩을 보고 정말 오줌을 지릴 뻔 했었는데

어릴적에 보고, 듣고, 배운 모든 것들이 은연중에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있어, 은근히 새드엔딩에 끌리는 것 같다.

(영화의 원작임에도 읽고나서야 원작인 걸 알았던 '잭 피니-jack finney-' 의 '바디 스내쳐' 도 정말 우연히 뭔가에 홀린 듯 집어서 읽게됐지)



https://brunch.co.kr/@realnogun/80



아무튼 엔딩씬 덕분에 영화 엔딩에 쓰인 심히 공포스러운 오케스트라 음악조차도 꽤 괜찮았다.

(난 캘빈에 의해 미란다-레베카 퍼거슨- 의 손에 난 상처가 막 변이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예측 실패..)



엔딩 시퀀스에 쓰인 음악을 덧붙인다.



https://youtu.be/5FZ6Sl6Jcec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해서 그런지 귀를 찢어버리는 이 엔딩곡이 정말 무시무시했다.


덤으로 크레딧이 올라갈때(영화 라이프 쿠키영상 은 없음)

무슨 아마겟돈 엔딩 크레딧마냥 생각없이 흥겨웠던 노먼 그린바움(norman greenbaum) 의 spirit in the sky 도 첨부.



https://youtu.be/AZQxH_8raCI



가사를 보니 우주에서 영영 살고싶다던(?) 데이빗(제이크 질렌할) 의 운명을 노래한 것 같아서 짠했다.



내가 죽었을 때 그들은 나를 눕혀 쉬게 하였네 / 내가 갈 바로 그 곳은 낙원이라네
내가 죽어 그들이 나를 뉘였을 때 / 내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네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네 / 그곳이 내가 죽어서 가는 곳이라네



감독과 음악 감독 모두 약을 잔뜩 빨고 엔딩을 만든 듯.




암담한 미래를 어디 한 번 실컷 예측해 보라고 휙 던져주고 끝이나는 요딴 엔딩, 정말 애정한다♥














+

어느덧 자신만의 색깔을 당당히 지니게 된 두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나온다고 해서 꽤 기대했는데(소재 덕분에 이런 영화는 예고편도 안보고 바로 극장으로 간다),

특히 라이언 레이놀즈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정말 약을 빤 듯.





대사도 별로 없는, 거의 단역에 불과한 분량을 보고 빵 터졌다(아니아니 캘빈한테 거길 점령당해서 웃은게 아니라).

비중도 없지만 멋지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아서(특히 데드풀 이후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

캘빈이 산소 스틱을 감싸안을때 나만 귀여웠어?






2편은 절대 안 만들어지겠지만 본작의 프로듀서가 j.j.에이브럼스였으면 스핀오프(제목은 '캘빈 7구역' 정도?)라도 나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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