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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ug 19. 2017

영화 더 서클 리뷰

본격 SNS의 미래(?).

-가장 두려운 게 뭔가요?

-잠재력을 썩히는 것.






 솔직히 '좋아요, 싫어요' 는 중학생 때나 하던 거잖아.






-주말에 뭐했어요?

-혼자 카약 탔어요.

-타임라인엔 카약얘기가 없네요. '좋아요' 도 없고, 글도 없고. 이건 자존감이 낮다는 증거거든요.







-지금 아동 추적기를 개발 중이에요. 범죄자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프로그램이죠. 애들이 지정된 장소를 이탈하면 경보가 울리고 90초 내로 위치를 추적해요.

-팔찌 같은걸 차나요? 아니면...

-뼈에 칩을 심어요.






비밀은 거짓이다.






-내겐 아들이 있어요.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죠. 풍족하게 살고 있고 우리도 여러 기회들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휠체어에서 내릴 수가 없어요. 걷지 못하고, 뛰지도 못하고, 카약을 탈 수도 없죠. 그런 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비디오를 보고 사진을 보죠. 그 녀석의 경험은 대부분 간접 경험이에요. 우리 프로그램 사용자가 케냐 산을 등반하는 걸 보면서 케냐 산을 오르는 기분을 느끼죠. 요트 대회 출전 선수의 1인칭 영상을 보면서 자기도 요트를 타는 기분을 느낍니다.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록 좋은거죠. 제 아들 같은 분들이 세상엔 많습니다. 그런 경험을 빼앗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겪은 경험들을 못 느끼게 하는 건 사실상 경험을 빼앗는 것이죠. 지식은 기본적인 인권이니까요.모든 인간이 경험을 누리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에요.







-미국 유권자의 83%가 저희 서비스의 가입자예요. 사용자들을 유권자로 등록하게 한다면 저희 회사 서비스 계정으로도 투표가 가능하겠죠. 투표 연령 전원에게 계정을 만들도록 한다면? 물론 초창기엔 반감도 사겠죠. 저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강요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국민에겐 각종 의무가 있잖아요. 수많은 법이 있잖아요. 그 수많은 것들을 의무로 요구하면서 왜 투표는 의무가 아니죠? 투표가 의무인 나라도 많잖아요. 우리 가입자들이 유권자로 등록된다면 2억 4천 백만 명이 투표를 하는 거예요. 전 국민의 뜻을 알게 되는 거예요.


-미가입자들은?


-우린 모두 세금을 내죠. 작년엔 80%가 온라인으로 냈어요. 중복 서비스가 계속 필요할까요?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모을 수도 있잖아요. 세금 납부, 투표, 주차 과태료, 모두 저희 회사 계정으로. 시간 낭비를 막고, 정부도 수십억 달러를 아끼겠죠.


-정부가 유사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 우리 회사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뭔데?


-비용이 많이 드니까. 거긴 전문성도 없지만, 우린 기반시설이 있어. 전 국민의 뜻이 즉각적으로 파악되는 거예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거죠.






더 이상 비밀은 없어요. 사생활은 일시적인 것이고, 이젠 끝났어요.















본격 SNS의 미래(?).



우리는 타인과 얼마만큼 이어져 있는가. '페이스북' 을 만들었던 마크 주커버그와 '인스타그램'을 대중들에게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케빈 시스트롬, 그리고 그 전에 '트위터' 를 만든 잭 도시, 비즈스톤, 에반 윌리엄스, 노아 글래스 등이 문득 떠오르는 영화다.

(한국에는 추억의 싸이월드가 있겠다)



소도시에 있는 작은 회사의 고객 센터에서 일하던 '메이(엄마 왓슨)' 는 소꿉친구 '애니(카렌 길런)' 의 추천으로 세계 최대의 SNS회사인 '서클' 에 고객 센터 직원으로 이직을 하게 된다. 자유롭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서클의 근무 시스템과 CEO인 '에이몬(톰 행크스)' 의 연설에 매료된 메이는 우연한 계기로 자회사의 웹캠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게되어, 24시간 동안 서클 유저들에게 자신의 모든걸 공유하는 실험을 시작한다. 그녀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서클의 서비스로 탈옥한 범죄자나 이제는 연락이 되지 않는 옛 동창들을 찾아내기도 하면서 SNS의 순기능들을 회사 직원들과 대중들에게 설파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이야기.



솔직히 영화 더 서클의 소재는 이미 여러 영화들이 써먹은 SNS에 대한 폐해를 다룬 영화다. 이미 살갗에 닿을만큼 SNS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들은 현재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어제는 내가 누굴 만났는지, 무얼 먹었는지 따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온라인 계정을 통해 타인들(과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들) 에게 공유할 수 있다. SNS에서 불거지는 '사생활 의 어쩔 수 없는 노출' 을 우려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온라인 계정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으면 그만이고 당시의 기분탓으로 업로드를 했다 한들 지우면 그만이다. 타인들의 자랑질 게시물을 보고 스스로 '상대적 박탈감' 을 느끼는 것도 치기어린 바보들이나 하는 자기파괴 행위일 뿐. 확실히 SNS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자존감' 이 더 낮은거라 생각한다.



영화 더 서클은 장대하게 풀어낸 초-중반부에 비해 클라이막스를 치고 내려오는 순간부터 결말까지 비실대기만 하다 끝이 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뻔하지 않은' 영화가 되었다. 








이미 SNS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주인공과 많은 대중들에게 거창한 '전복' 이나 '리셋'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보다 혼자 카약을 타고 강으로 향하는 메이 자체가 갇혀있는 존재이기에 그런 사람이 불특정 다수의 존재들에게 자신의 24시간을 공개한다는, 좀 이상한 구조의 영화지만 몸 속에 액체로 된 센서를 넣고(마시고) 평소 체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시스템과 범죄율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소형 웹캠의 서비스는 솔깃했다.



SNS 의 순기능과 더불어 사생활 침해를 넘어, '감시자' 의 역할까지 하게 만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지닌 양날의 검을 그럴듯하게 풀어내서 언제고 도래할 법한 이야기라서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최근 드론과 담배갑에 카메라를 달아, 여성의 신체나 집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이상한 변태들이 많은 이상, 기술의 발전이 꼭 인류의 편의에 좋게 쓰일 수 만은 없다는 사실은 늘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

주인공 메이 역을 맡은 엠마 왓슨은 소도시의 소박한 여자에서 기업을 쥐략펴락 하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정말 잘 연기했다.










'미녀와 야수(2017)' 를 잇는 그녀의 첫 필모그래피지만 엠마 왓슨을 보면 늘 '라라랜드(2016)' 의 '미아' 역할을 엠마 왓슨이 맡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

영화 '댓 씽 유 두(1996)'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보는 톰 행크스 아찌의 '플레이 톤' 로고가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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