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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ug 19. 2017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묵직한 울림.

아이고 할머니 광주택시 타세요~ 이건 서울택시입니다~





광주는 현재 폭도들 때문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여기있는 군인은 내가 잡고있을 테니까 제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군인들이 사람들을 끌고 가다가 눈을 감응께 논두렁에 버리고 갔다 안혀요.




















묵직한 울림.



어쩔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똑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군함도' 와 영화 택시운전사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건.

스크린 독점과 판타지적 요소에 의한 역사왜곡에 주춤대고 있는 군함도와 굉장한 온도차를 보이는 택시운전사다.

딱히 성질이 전혀 다른 영화들을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려면 이정도는 해야지' 하는 장훈 감독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부인을 잃고 서울에서 외동딸 은정(유은미) 과 단 둘이 살아가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은 주인집 아들인 상구와 매일 싸움만 하고 들어오는 은정을 보며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아들 교육 좀 잘 시키라고 주인집에 찾아가 한 마디 하려고 하면 밀린 사글세 이야기부터 꺼내는 주인집 부인(전혜진) 이 늘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에서 광주로 외국인을 태우고 다녀오기만 하면 택시비 10만원을 준다는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밀린 사글세가 문득 생각이 난 만섭은 새치기를 해,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 / 토마스 크레취만) 를 본인이 광주까지 바래다주기로 한다는 이야기.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이 한창 벌어지던 시기의 광주를 그렸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민감한 문제' 운운할 소재지만 당연한 역사적 사실을 '폭도', '폭동' 으로 치부하는 되먹지못한 인간들이 문득 떠오르는 영화다.

(1980년 5월 17일 밤 11시 40분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되먹지 못한 인성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본작은 KBS에서 방송했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목격자' 라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로 '제 3자의 눈' 으로 본 그 날의 광주를 객관적으로 아주 잘 그려냈다.

(포스팅 맨 아래에 다큐멘터리 유튜브 링크를 걸어두었다)

그리고 그 속에 영화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인 택시운전사 만섭이 있다.


그는 영화의 오프닝부터 서울에서 데모를 하는 대학생들을 보고 '요즘 젊은 것들은 고생을 안해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데모나 하고 앉아있지, 몽땅 사우디로 보내버려야돼' 라며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대학생들이 왜 데모를 하는지, 무엇 때문에 군인들이 대학생들을 잡아가는지는 1도 관심이 없고 오직 하나 밖에 없는 딸과 잘 먹고 잘 살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섭의 태도는 피터를 택시에 태우고 광주에 도착 하고 나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도, 대학생들이 군인들의 군화에 짓밟혀도 "아래는 위험하니, 그냥 옥상에서 보자니까?!"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정 그러면 당신 혼자 서울로 돌아가라' 는 피터의 말에도 본인은 택시비만 챙기면 되니 아쉬울 거 없는 장사라며 좋아하지만 광주에서 민간인들에게 자행한 정부의 범죄를 피터와 함께 보고 들으면서 만섭의 생각은 조금씩 많이 바뀌게 된다.


여기에서 시종일관 무덤한 태도를 취하던 만섭의 캐릭터를 '영웅심리' 나 '의협심' 따위가 아닌, 최소한의 인간적인 본능에 의해 광주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그들을 직접 구하려는 움직임에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배우 송강호의 우직함이 느껴졌다.




영화 자체는 초-중반 만섭의 태도처럼 꽤 나른한 전개를 지니고 있지만 시민들을 향해 군인들이 발포를 하고 온갖 더러운 수법으로 외신기자인 피터를 잡으려는 사복경찰이 등장하는 부분부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욕지기가 서서히 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영화의 말미에 정말 군인(박중사 / 엄태구) 이 그런 행동을 취했던 건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독일 기자인 토마스 크레취만과 만섭이 그 날 광주에 가지 않았다면 과연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그동안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았던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과는 또 다른 온도차를 보이는, 그 날의 광주를 꽤 객관적이면서 퍽 세심하게 그린, 굉장히 독특한 드라마다.














+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티프가 된, KBS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목격자' 의 링크를 올린다.



https://youtu.be/CS_xrIbIU9s


https://youtu.be/oUYEaJJE5cg


https://youtu.be/VFsxIWRCEMY



PART 1 은 저작권상의 이유로 KBS가 막아놓았다.


다시금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줬으면 좋겠다.


















++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 마다 그 때 군인들의 손에 사그러진 피해자들의 목숨은 정부에서 제대로 보상을 해줬는지 궁금하다. 가해자는 아직도 떵떵거리며 잘만 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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