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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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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2. 2017

희망글씨전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친구중에 캘리그라피를 전문으로 하는 녀석이 있다. 아니, 했던이 맞나? 아무튼,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 예술가, 작가 따위로 살아가는 건 영 녹록치가 않다. 취미삼이 글을 쓰고있는 나는 물론이거니와 내 친구도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에 회원으로 가입을 해야 정기적으로 작품을 갤러리에 걸 수 있는 정도다. 나같은 어중이 떠중이 아마추어 작가들은 어디가서 ‘나 글 써용★’ 이라고 명함도 못 내미는 대한민국이다(친구는 준 프로급 캘리그라피 작가다).

그만큼 예술이라는 게 특히나 한국에서 ‘배고픈 직업’ 운운하며 운을 떼는 어떤 놈들이 옛날 옛적부터 있었다는 말인데 아마 내 생각엔 한량처럼 일도 제대로 안하고 글이나 그림, 시조 따위를 하면서 돈을 벌어먹는 아해들이 눈엣가시로 보이던 누군가가 ‘야! 저 새끼들 쫄쫄 굶게 만들어!’ 라고 언질을 한게 작금의 사태를 낳은게 아닌가 싶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그래서 지금의 미래지향적 예술가들은 특정한 직업에 속한채 작품활동을 이어가야 한다(아르바이트든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이게 대한민국 예술계가 영원히 고민해야 할 숙제인데, 사정이 예전보다는 그나마 나아졌다고는 해도 정~말 특출나거나 정~말 운이 좋거나 정~말 연줄이 좋지 않은 이상 일 하고 집에 들어오면 피곤해서 뻗기 일쑤다. 

희희낙락하다보면 나오는게 예술이라고? 남들보다 치열한 고민이 없어서 좋은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거라고? 배가 고프지 않으니 목숨을 걸만한 포부도 배짱도 없는 거라고?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특정 작가군이나 예술 계통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창작을 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치열한 고민 끝에 잠시 생계를 위해 붓을 내려놓고 책을 덮고 멍- 하니 돈만 벌고 있다.

‘잠시’
‘잠깐’
말이다.

왜냐면 살아야 하니까.

그 와중에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작업실에서 밤잠 설쳐가며 그리고 쓰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말에는 어느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모두 다 그럴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예술가로 넘쳐나야하고 공무원 시험 합격은 애드윌 이라는 광고도 없었어야 하며 고등학생 때 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는 청소년들이 일반 수능에만 신경써야 한다.

결국 누가 얼마나 더 치열하느냐
목숨을 걸었느냐
놀지 않았느냐 로 귀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지금의 현실 덕분에 꿈은 그저 말 그대로 먼 꿈같은 이야기로 가슴속에 잔해처럼 남아 귀신같이 떠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잠시 접고, 버리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눈을 질끈 감은 미래의 예술가들이.


난 태생이 유행을 혐오하는 성격이다.

뭐가 좋다고 하면 우르르 가서 인증샷을 남기는 작태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tv에 나오는 것들을 곧이 곧대로 믿고 나도 따라하고 함께 동참하면 뭔가 안락함이 느껴지는 그 모든 행위를 경멸한다.

그래서 웰빙 힐링 욜로 같은 개소리에 비참해지지 않는다. 이것들이 자기합리화라는 자위행위라는 걸 어느정도는 인지하지만 이미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갖지 못한 것들에 안달내며 질질거리는 인생은 그것을 얻는다고 해서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tv와 유행은 당신의 ‘동참’ 을,
당신의 ‘지갑’ 을,
그리고 당신의 ‘지각’ 을 먹고 사는 괴물이니까.


뭔 얘길 하다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캘리그라피를 하는 내 친구도 요즘은 일에 치여 사느라 잘 안 한다.

그만의 작업 방식을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일반적인 손글씨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도구와 포토샵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같은 개념의 캘리그라피였다.

당시엔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다. 캘리그라피라고 하면 말 그대로 손글씨인줄 알았는데 좀 아크로바틱하게 작업을 한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굉장히 독창적이고 신박한 방법으로 글씨를 써내려 갔다.

이 포스팅은 그 친구가 정기적으로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에 회원등록을 하고 전시회에 참여했던 몇 년 전의 작업물들이다.
(당연히 그 친구의 작품 외엔 모두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회원들의 작품이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그 특유의 위로의 감성이 있다. 비록 이 글귀가 어디선가에서 보고 베껴 쓴 작품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예술가에 대한 처우가 쓰레기인 대한민국이기에 이런 위로의 감성이 많은 울림과 진정성을 준다.

내가 글을 취미삼아 써서 이런 위로를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걸수도 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꺾이고 갇힌 희망이
터져나오는 땅


이 글귀 그대로 한국의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도 굶어 죽거나 자신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
너의 하늘을 보아


결국 나 자신도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고 짓눌리다 결국 또 새로운 직장을 찾은거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사는 걸 포기했거나 영영 죽은 사람 처럼 지냈겠지.

그렇게 해야 예술적인 작품이 나오는 거라고 한다면 뭐 할 말은 없겠지만, 예술가의 비극적인 죽음 뒤에 찾아오는 명예와 부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다.
(반 고흐가 그랬고 필립 k. 딕이 그랬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면
나와 세상이 바뀐다
칠흙같은 밤도
언젠가
끝나기마련


어두운 밤에 별이 더 빛나고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지만 우리네 생은 어느날 갑자기 뿅★ 하고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버티는 것 조차 힘이들고 살아도 사는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은 조금이라도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공감할 수 있을거다.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이 말을 노홍철은 긍정했고 김제동은 부정했다. ‘재미 없는 일을 왜하냐’ 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노홍철과 웃을 힘 조차 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을 위로했던 김제동.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확실히 긍정적인 마인드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이 미친 세상에서 그나마 제정신으로 살 수 있다.
(제정신인 척이라도 할 수 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더러워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야


고수에겐 세상이 놀이터요 하수에겐 세상이 지옥이라 했다. 어차피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하수인데 고수처럼 살아가려면 어느정도 세상을 등져야 한다.

희망은
우리의
일생의
어느 시기에도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어쩌면 성공이라는 건 꿈이라는 건 우리 곁에 맴돌며 자신을 잡아채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알아보고, 잡고, 자신의 것을 만드는 게 힘들고 어려울 뿐.

인생은 언제나
두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내일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인생은 늘 어제 오늘 내일의 반복이다. 하지만 나는 내일을 기다리기 보다는 오늘을 충실히 살자는 주의라서...

희망은 성공의 씨앗이며
신념은 희망을 싹틔우기 위한 힘이다


결국 모든 것들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저앉고 그만두거나 다시 한 번 잘 해 보거나.



우리 모두의 삶에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두 번째 기회는
바로 당신이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라는걸
깨달을 때 시작되죠.


- 톰 히들스턴




무엇이든 끝은 있습니다.
그리고 끝이 나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프고 힘들지만 그것을 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희망입니다.




좌절한 지금 이 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기대가
희망의 출발점이다

- 이지선



나는
어제 죽었고
오늘을 살고있고
내일 태어났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귀다. 뭔가 말장난 같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중간한 내공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굉장히 신박한 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친구의 글.

희희낙락.

아아 예술의 세계란 정말 심오하군요.

(분명 한자는 세 글잔디...)





오래전에 가봤던 친구도 참여한 전시회다.
다시 캘리그라피를 했으면 좋겠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여행가방에
흘리지 못한 눈물이
아득히 고여도
놓치지 말아요
꿈은 하늘에 닿아
사라진대도
쥐어왔던 날들은
놓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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