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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Nov 13. 2017

영화 남한산성 후기

웰메이드로 포장된 역사의 치욕.

경들이 그만하지 않으니 내가 그만해야겠구나.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은 낡은 것이 모두 사라진 뒤, 임금까지도 우리가 세운 길이리니.










웰메이드로 포장된 역사의 치욕.



역사 소설가 김훈의 동명의 작품을 영화화한 영화다. 2017년 한국의 추석 시즌에 개봉해 킹스맨: 골든서클과 분투중이다. 객석에 노령의 관객들이 가득 찬 걸 보고 중박 이상은 가겠구나 싶었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을 다룬 영화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게 구원병을 보내준 명나라와 친분을 쌓아가던 그 당시의 조선. 그 사이 북방에서 '후금' 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여진족은 임진왜란으로 인해 약해진 명나라를 공격했고 명나라는 조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당시 왕이었던 광해군은 '중립외교정책' 을 들먹이며 두 나라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는다. 그런 광해군의 정책을 비판하던 세력이 광해군을 내쫓게되고 인조가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자신들과 사이가 좋았던 광해군을 폐위시켰다는 이유로 후금이 조선을 치게 되고(정묘호란),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게 된다. 명과 전쟁중이던 후금은 예상치 못한 조선의 저항에 의해 자신들을 '형' 으로 모시면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겠다고 하여 조선과 후금은 형제 맹약을 맺고 전쟁을 끝내게 된다. 그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명이 쇠약해진 틈을 타 후금은 국호를 '청' 으로 바꾸면서 조선과 다시 한 번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형제 관계가 아닌 '군신관계' 로. 이에 조선은 대답을 회피하게 되고 거기에 분노한 청나라는 세자를 인질로 보내, 청을 아버지의 나라, 임금의 나라로 섬기라고 제안한다. 조선에서는 이 사태를 두고 청나라를 배척하자는 '척화파' 와 청과 좋은 관계를 맺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주화파' 로 나뉘게 된다. 인조는 고심끝에 척화파의 손을 들어주며 청나라와 전쟁을 준비하게 되고 이것이 영화의 주 소재인 '병자호란' 이다. 청의 진격에 강화도로 가는 길목까지 막혀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백성들과 45일동안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이야기.



영화에서 주로 부딪히는 인물은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과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이다. 치욕은 견딜 수 있지만 죽음은 결딜 수 없다는 최명길과 엎드려 비느니 서서죽자는 김상헌은 영화 내내 첨예하게 맞붙는다. 그 속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인조(박해일). 일개 대장장이(고수 / 서날쇠) 에게 중요한 문서를 맡길 정도로 그들은 절박했다. 혹독한 추위와 빈곤을 버티어 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당시의 상황을 잘 그려냈다.



하지만 영화는 꽤나 지루하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거대한 전투씬이나 화려한 액션 대신 왕과 대신들이 주고받는 텍스트가 주를 이룬다. 호흡은 굉장히 느슨하며 엔딩의 클라이막스에 가서야 모든게 해소되듯 답답한게 뚫린다(치욕의 장면이지만). 이게 감독이 원하던 바라면 퍽 성공한 셈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지만 지금도 뭐 별반 다를거 없는, 예전부터 참으로 많은 나라에게 침략을 받고 아등바등 살아왔던 우리의 과거에 치가 떨린다. 좀체 갈피를 잡지 못하던 답답한 인조 대신 다른 왕이었다면 달랐을까. 느닷없이 역사공부를 제대로 하고싶어지는 영화다.




김윤석 아찌와 이병헌이 혼신을 다해 대사를 읊으면서 쓰고 있던 갓이 부들부들 떨리는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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