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컨트여, 한 발 더.
동족을 죽이는 기분이 어때?
6. 10. 21.
"did you miss me?"
그녀의 눈동자는 녹색이었어.
리플리컨트여, 한 발 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미국의 SF작가, 필립 k. 딕의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중 꽤 오랫동안 사랑받고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압권인 '블레이드 러너(1982)' 의 공식적인 후속작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복제인간' 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필립 k. 딕의 원작('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 전 세계의 수많은 PKD의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지만 영화의 연출을 맡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자아낸 40년 뒤의 음울한 미래상은 극찬을 받았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데커드(해리슨 포드) 와 로이(룻거 하우어) 의 난간 씬은 자신을 죽이러 온 형사의 목숨을 구하며 죽음을 맞는 복제인간 덕에 생명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탈바꿈 시켰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사건이 있은 후로부터 30년 뒤를 그렸다.
복제인간을 제조하는 회사인 타이렐사의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 는 리플리컨트의 미래이자 희망이 30여년 전에 탄생한 걸 직감했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복제인간들을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 는 우연히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여 월레스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를 쫓기 시작한다. 그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는 데커드. 그는 인류와 복제인간이 살지 않는 방사능이 가득한 구역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원작을 벗어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복제인간' 이라는 테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화된 리플리컨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다할 정도로 크게 눈에 띄는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의 중요 포인트인 '무언가' 는 흥미롭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건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에게 배턴을 넘겨받은 드니 빌뇌브의 연출력이다. 이미 '컨택트(arrival, 2016)' 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가 리들리 스콧이 자아낸 암울한 미래상을 잘 계승해 냈다. 특히 복제인간인 K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존재인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 의 매력적인 기술력은 영화, '그녀(her, 2013)' 의 버젼업 같은 느낌이라서 머지않아 실생활에도 쓰일 것 같은 느낌이다.
전편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데커드도 복제인간 인가' 라는 의견에 수긍했지만 해리슨 포드가 직접 반대의 의견을 내놓아서 미궁에 빠졌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이렇다할 답변은 제시해 주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리플리컨트가 자아낸 '무언가' 이기 때문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지휘를 하고 드니 빌뇌브 감독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니 추후에 시퀄이 제작되든 아니든 기대는 된다.
(이렇게 원작과는 더 멀어지는 중)
전작만큼 혼란스럽지는 않은 작품이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K는 나름 괜찮았다.
+
#블레이드러너2049_예매인증
예전에 제작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터 막무가내로 기다렸던 영화지만 솔직히 핵심 주제가 빈약한 반면 다른 것들로 그걸 채우려는 감독의 욕심이 보였다.
분위기나 건물 디자인이 너무나 엣지있어서 손이 벨 것만 같은 월레스의 회사, 타이렐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앞서 말했듯이 조이역을 맡은 아나 디 아르마스의 존재가 말 그대로 눈이 부셨다. 나같아도 조이같은 시스템이라면 내 마음 기꺼이...
(요즘 계속 남미쪽 배우가...)
++
35년만에 만난 전작의 레이첼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당연히 CG였겠지만...)
참고로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쿠키영상은 없다.